겨울장면 ㅣ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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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 
 






8개월 전, 5미터 바닥으로 떨어진 R은 기억이 사라졌다. 그런데 애초에 기억하는 것이 많지 않았던 그는 어떤 기억이 사라졌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어떻게 바닥으로 추락했는지, 아내의 목 뒤에 튀어나온 갈색 점이 있었는지, 직장 상사의 성이 무엇인지, 동료가 진짜 죽은 것인지, 아내가 언제 사라졌는지, 아내가 자신을 떠난 것인지, 자신이 아내를 떠난 것인지,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 예고없이 나타나는 낯선 감촉 혹은 낯익은 얼굴들이 툭툭 나타나 뒤섞이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는 생각보다 자신을 모르고, 자신이 모르는 자신을 상상해야 한다.  
 
소설의 등장 인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부유한다. R은 추락이후 죽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장례식까지 치른 직장 동료 L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처럼, 혹은 산 자처럼 중첨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를 끝내기 위해 아내가 자신을 얼음호수에 밀어넣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공중에 뜬 상태로 그저 '있을' 뿐이다. 오해를 풀자는 아내의 편지와 현실을 직시하라는 의사. 오헤는 과연 오해일까, 무엇이 현실이고, 우리가 직시해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할까? 불확실한 매일을 반복하는 우리에게 사실적 현재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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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기본도 모르고 할 뻔했다 - 주식 투자할 때 간과하기 쉬운 투자요령
박병창 지음 / 북오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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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식 투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용어부터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주식 투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분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투자 요령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놓았으며 시물레이션을 통해 실전 투자를 따라해보는 것까지 상세하게 실었다. 또한 주식 시장에서 자주 사용되고 실질적으로 주의해야 하는 그밖의 상품들도 첨부되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우선할 것들은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자신의 심리가 '닻 내림의 오류' 함정에 빠지지 않다록 노력해야 한다. 주식 투자는 매번의 투자가 하나의 '새로운 프로젝트'임을 강조하며, 시장은 결코 만만하게 수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늘 명심하고 겸손하게 지켜보며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미 사용한 돈에 집착하는 심리를 국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주식 투자자가 욕심과 미련 때문에 매도하지 못하면 투자 원금 손실로 이어진다. 욕심 때문에 주가가 초고조일 때 매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지만, 주가가 다시 내려 이제 손실이 날 가격까지 이르렀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 아니니, 중요한 것은 매수 가격에 매도해도 이익이라는 그 마음이 조정 하락을 견딜 수 있는 심리적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투기의 영역에서 투자를 하면 남는 것은 빈 껍데기 회사의 주식과 손실 뿐이다. 투기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라도 그 기업에 가능한한 분석을 하고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분석없는 투자는 나침반 없는 투자이며 단기 투기일 뿐이다. 성과를 내려면 자신이 잘 아는 산업, 잘 아는 기업에 집중하는 것과 시장에 순응하는 것이다. 수익을 냈을 때 겸손하고, 시장을 판단할 떄는 객관적 수치로 보아야 하며, 투자를 결정할 때는 통찰이 필요한 것이 주식 투자임을 강조한다.

 

십수 년전, 주식 투자를 7년여 정도 경험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당시 내가 무슨 배짱으로 주식 투자를 했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분석은 고사하고 상한가, 하한가 화살표 외에는 아는 게 없는 일자무식이 주식에 손을 댔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내가 길다면 긴 기간동안 손실이 없었던 이유는 딱 하나 장기투자였기 때문이었다. 7년여 정도 사들이기만 하고, 거의 팔지 않았던 덕에 사이사이 한두번 단기 손실은 있었지만, 평균을 내보면 꽤 높은 이익을 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는 종목만 사들였다는 것. 공격적 투자 성향이 아닌 나는 은행 거래도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은 가입하지 않을만큼 소극적이기에 큰 이익이 없더라도 적어도 망하지 않을 회사만 골라서 매수한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럴때는 새가슴이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

 

책을 읽은 후 다음에는 무식에서 벗어나 투자를 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건전한 주식 시장이 활성화되어 중형기업들이 투자를 받아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주식 투자, 쉽지 않다. 그 많은 분석과 관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투자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한탕의 투기로 변질되는 것은 종이 한장 차이다. 저자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마음 가짐을 꼽는다. 서두르지 말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먼 안목을 키워야한다는 조언을 강조한다. 투기가 아닌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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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 인간공학에 대하여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문순표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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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호모 이모놀로기쿠스, 면학하적 인간이다. 
 
저자는 이 명제 하에 동.서양을 망라한 고대부터 역사 속에서 인간이 다양한 형태의 위기에 맞서 스스로를 어떻게 지키고 진화해왔는지,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진화해야할지를 살펴보고 서술했다. 이 책에서 중요한 핵심은 자기 자신과 관계 맺기와 자기수련인데, 그 중심에는 니체와 푸코가 있다. 두 사람이 관찰하고 주장하는 바를 바탕으로 다른 관점과 차원, 이면을 더해 금욕의 역사를 자기수련의 역사로 치환하고 있다. 
 
고대 철학자의 자기수련은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자기 형성을 위한 단련을 통해 지식을 갖추는 것이라면 중세에는 성직자가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현존의 삶을 부정했다. 그런데 저자는 고대와 중세까지를 별개로 보지 않고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확장해 주체 안에 있는 수직적 긴장, 훈련과 연습, 수련과 수행으로 이어진 역사의 연속성을 찾아낸다.  
 
저자는 자기형성과 자기포기를 별개로 보지 않고 인간학적이고 인간공학적인 차원에서 연속성을 찾으려고 했고, 자기통치와 타인의 통치를 양자 수행의 차원에서 통일시키는데, 이는 자기돌봄이라는 명목으로 근대까지 확장된다. 자기 자신과 세계는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옮긴이의 해제를 빌자면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전체(금융자본주의, 가부장주의 등)을 견디기 위해 자신에게 달려있는 육체에 집중하고 이것을 극대화하여 타인을 우회한 자기배려(돌봄)와 자기 극복을 실행하는 것이다. (p739)' 라고 쓰여있는데, 더불어 유일하게 육체가 전적으로 자기의 통제에 놓일 수 있다는 이 오인 자체가 지금 시대가 겪는 병의 증상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한 달여 공들여 읽은 책이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를 꼬박 들여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필사까지 하면서 읽었으나 절반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게 현재의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제일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철학하는 인간이라는 단어였다. 철학이 당장 나의 통장 재고와 밥그릇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더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자기수련을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해왔고, 그 과정이 비록 늘 옳지는 않았지만 진화해 현재에 도달했다. 지난 과거의 자기수련이 오로지 자신과 '집단을 위한 개인'의 수련이었다면, 현대의 자기수련과 자기돌봄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져야하는 것 아닐까? 독단적인 어느 계층의 개인적 자기수련과 돌봄이 아닌 공동의 연대적 삶을 위한 수련과 돌봄이 필요한 때임을 새삼 절실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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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ㅣ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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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헤밍웨이는 작가가 되기 전, 젊은 청년이었을 때에 유럽의 전쟁과 사회상을 보도하는 기자였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 현장에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아시아 각국을 돌며 국제 정세부터 전투 현장까지 폭넓게 보도했다. 헤밍웨이는 기자로서 사회의 불평등과 그에 따라오는 인간의 고통, 파시즘의 두려움 등을 서술했다. 또한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은 작가 헤밍웨이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의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도심의 응급병동은 콧구멍에 옥수수 알갱이가 들어간 꼬마부터 경찰의 총에 맞은 강도, 이민자 지역에서 일어나는 폭력 싸움으로 부상당해 실려오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시장통에서 싸우다가 병원으로 실려와 결국 죽음을 맞은 한 남자에게서 나온 주택 대출금 상환 영수증이 그의 신원을 말해준다.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기차역 복도에 방치한 의사와 경찰, 링 위의 선수들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잔인한 경기를 이어가는데 유권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스포츠 경기장 순례를 하는 토론토 시장을 비롯해 객석에서 그들의 터진 상처를 보는 고위층 인사들의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 웃음과 맞바꾼 선수들의 상처가 어떤 의미인지 웃음의 주인들은 알고 있을까?  
 
작가는 미국으로 이주해 군수품 공장에서 일을 하고 긁어모은 돈으로 귀국한 캐나다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데 기여한 사실을 자랑삼지 말기를, 한 전투에서 5만 6천 명 캐나다 청년이 사망했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아드리아노플에서 그리스군 퇴각으로 대피해야 할 피난민 25만명과 마케도니아에 머물고 있는 피난민 약 50만 명의 현실, 흑인 작가 르네 마당의 사례를 든 제국주의가 미치는 폐해, 더불어 스페인 내전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타인의 죽음에서 자신이 살아남았음을 매순간 각성하며 떨어지는 포탄 소리에 자신이 마드리드에 있음을 실감함과 동시에 여러 명분을 떠나 전쟁 자체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서술한다.
 
헤밍웨이는 한때 전쟁은 식민 영토 반환, 해로 개발 등 경제적 이해관계의 셈법으로 설명되었지만, 이제는 자국민의 애국심을 이용하는 선동가와 독재자에 의한 촉발까지 더해졌다고 말한다. 선동가와 독재자는 개혁을 떠벌리다가 무위로 돌아가면 전쟁이야말로 문제의 해결책이라며 허상을 선전하고 애국심을 부추겨 전쟁을 실행에 옮긴다. 여기에 정치적 입지를 중요시하는 서유럽 지도자들의 장단까지 맞춰진다. 그는 나라를 위한 희생이 아름답고 의미 있는 죽음이라는 인식이 예전에는 있었지만, 현대전에서는 그저 개죽음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역사상 전쟁의 잔혹성 때문에 인류가 전쟁을 포기한 적이 없기에 이 역시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자조한다. 현대전에는 승자도, 승리자도 없다. 모두 패자가 될 때까지 전쟁이 치닫기 때문이면서. 헤밍웨이가 찍은 몇 장의 사진 속 사망한 젊은 군인들의 사진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헤밍웨이는 적어도 죽은 이들은 자신이 죽는 이유를 알고 있다고 썼다. 그렇다하더라도 이국 땅에서 죽은 이들의 주검, 지금은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의 죽음은 쓰리고 아프다. 그는 비단 독재자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미국의 외교관 대부분들도 파시스트라고 말한다. 권력이 국민의 손에서 행정부로 옮겨가면 정부를 제어할 유일한 기능이 상실되는 셈이다. 헤밍웨이는 혹여 유럽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유럽인들에게 다시는 바보처럼 전쟁터에 끌려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글 4년 후, 여봐란듯이 2차 세계대전은 발발했다.  
 
혁명을 영혼없이 입으로만 일삼는 자들은 혁명에 대해 논하지 말라. 앞에서 이끄는 사람만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비판할 수 있으며 풍자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사기꾼을 의심하듯 전쟁 선동가를 의심하라. 그들의 말에 속아 전쟁터에 끌려가는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라. 파시즘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질 역사는 피로 점철된 살인의 역사 뿐이라며 파시즘을 규탄한 헤밍웨이는 전쟁에는 익숙해질지언정 그 누구도 살인에 익숙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마드리드에 도착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았고, 호텔 방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기자가 쓴 기사의 내용을 들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자극적인 기사를 쓰며, 정직한 언론인까지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기레기 기자들의 작태와 기자의 윤리에 대해 비판한다.   







책을 읽다보니 헤밍웨이의 날카로운 펜 끝만 보이지 않았다. 사회의 소외 계층, 정의를 부르짖다 죽음을 맞이하고 자국을 위해 이국 땅에서 숨을 거둔 젊은이들, 그리고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보통의 서민들을 향한 진한 연민과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집중하고 강조하는 부분은 이념도 정의도 아닌 '공정'이다. 헤밍웨이는 어느 인터뷰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의식이 없는 이들은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고 또한 전쟁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얻는 위정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작가의 중요한 덕목으로 경험을 꼽았던 헤밍웨이. 책의 말미에 작가가 되고 싶다고 찾아온 젊은이와의 대화를 읽다보니 <노인과 바다>의 그 노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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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65
대실 해밋 지음, 홍성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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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사업체 뒤에 암흑가까지 장악한 사업가 폴 매드빅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헨리 상원의원의 재선을 도우며 정치적 입지와 더불어 연모를 품고 있는 의원의 딸 재닛과 결혼할 뜻을 품고 있다. 매드빅과 친형제처럼 지내며 그의 책사 역할을 하는 네드 보몬트는 매드빅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네드는 헨리 상원의원의 후원과 재닛의 결혼을 통해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매드빅의 야망을 눈치채고, 토사구팽 당할 것을 우려하여 의원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조언하지만 매드빅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헨리 상원의원의 아들 테일러 헨리가 피살된다. 늦은 밤, 시신을 처음 발견한 네드는 곧장 매드빅에게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한다. 사건 현장에는 테일러의 모자가 사라졌고, 그는 죽은 날 오후 내내 매드빅의 딸 오팔과 함께 있었다. 한편 네드는 자신의 돈을 갖고 도망간 버니가 테일러의 차용 증서를 이용해 테일러를 협박했음을 알고 버니의 애인 리를 속여 떼먹힌 돈도 찾고 증거 조작으로 버니를 테일러 살해 용의자로 몰아간다. 물론 네드는 증거 불충분으로 버니가 다시 풀려날 것을 알고 저지른 일이지만.

 

며칠 후 또 한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프랜시스 웨스트라는 남자로 자정 직후 퇴근하다가 총에 난사되어 사망했는데, 문제는 피해자의 형 또한 한 달 전에 살해되었고, 그 용의자가 티모시 아이번스라는 것. 티모시의 동생이고 매드빅의 수하에서 일하는 월터 아이번스는 형을 감옥에서 빼내달라고 조르고 있는 상황인데, 선거기간 동안 트러블이 될 만한 일을 자제해야 하는 매드빅 입장에서는 여의치 않다. 이때 헨리 상원의원의 경쟁자인 빌 론 의원 편에 붙어있는 섀드 오로리가 월터 아이번스를 꼬드기면서 일이 복잡해진다. 웨스트 형제의 피살 사건은 선거와 맞물려 폴 매드빅과 섀드 오로리의 권력싸움으로 번진다. 테일러 헨리와 웨스트 형제를 죽인 살인범은 누구일까? 단순한 암흑가 권력 싸움의 희생양일까?

 

경쟁자라고는 하지만 도망갈 곳도 없이 섀드 오로리를 밀어 붙이는 매드빅의 방식이 못마땅해 뉴욕으로 떠날 결심을 하는 네드와 이를 말리는 매드빅의 사이가 틀어진다. 이 틈을 이용해 섀드가 끼어들어 네드에게 매드빅의 비리를 신문사에 제보해주면 현금 2만달러와 도박장 운영권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섀드에게 덫을 놓기 위해 찾아갔다가 오히려 함정에 빠진 네드. 빚에 쪼들린 '업저버' 기자 매튜스를 협박해 매드빅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쓰게 해 그를 테일러 헨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뒤집어 씌어 선거에 승리하려는 섀드 오로리.

 

이 즈음 네드를 비롯해 오팔, 재닛, 파 검사 등 매드빅의 주변 인물들에게 세 문장으로 이루어진 편지가 날아든다. 문장의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동일하게 매드빅을 테일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팔까지 아빠가 살인범이라고 굳게 믿을 뿐만 아니라 이제 차이나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매드빅이 테일러 헨리의 살인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네드에게 자기가 테일러를 죽였다고 자백하는 매드빅. 그가 정말 테일러를 죽였을까?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매드빅의 진심, 그리고 권력의 무상.









교양 뒤에 숨은 권력을 향한 추악한 야망, 정치나 조직폭력배나 싸우는 상대와 방식이 다를 뿐 크게 다를 바 없는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의 실체. 돈과 권력 앞에 너나할 것 없는 민낯이 드러난다. 뭔가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범인. 살인 사건을 빌미로 각각의 이권 다툼이 얼키설키되어 정작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직 이 싸움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누가 죽어나가든 상관이 없다. 소설은 건조하게 흘러간다. 상황은 급박한데 문장 어디에도 작가가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없다. 마치 그들의 추악한 싸움을 관망하듯 써내려간다. 이 메마른 건조함이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읽은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대실 해밋의 작품은 몇 권 읽지 않았는데, 기회가 닿아서 즐겁게 읽었다. 오래 전 레이먼드 챈들러를 통해 하드보일드를 처음 접하면서 챈들러만큼 만족할 만한 작품을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가 존경과 지지를 보내는 작가라고 하니 나머지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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