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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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생활하며 떠돌이 임시 임금 노동자로 생활하는 노마드들을 취재하고 경험한 3년 간의 기록이다. 이 이야기 중심에는 저자와 각별히 교감을 나눈 예순네 살 여성 린다 메이가 있고, 그녀의 주변 혹은 그녀가 머물렀던 장소에서 만난 많은 노마드 들이 등장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노마드 들은 2008년 전후에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파산한 사람들로서 연령은 60대 이후가 주를 이룬다. 그들은 한때 높은 학위와 전문 분야의 일자리를 갖고 있었고 은퇴 후 안정된 노후를 기대했던 사람들이었으나 경제 대붕괴로 한순간에 주거지를 잃고 노년에 임시 저임금 노동자로 내몰렸다. 임금과 주거 비용의 상승률이 반비례하는 현상에 과감히 '집'을 포기함으로써 집세, 주택 융자금, 공공 설비 사용비의 족쇄를 부순 사람들의 이야기다.









 
 
노마드 들은 아마존닷컴 물류 센타, 설탕 공장, 캠프장 관리 등 고강도 육체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 이들만큼 효율적인 인력이 없다. 부담없는 저임금과 어느 순간 해고를 해도 문제될 것이 없고 수월한 인력 보충으로 아마존은 캠퍼포스를 브랜드화하기까지 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현재, 노마드가 아니더라도 일반 급여 노동자로서 중산층이 될 수 없는 시절에, 노년으로 접어든 사람들은 일을 쉴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하물며 모든 자산이 날아가버리고 오직 밴 한 대가 전부인 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은퇴의 종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노년 세대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저자가 만난 노마드 중에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학자금 대출은 점점 늘어나고 대학 학위를 취득해도 취업이 어렵거나 고용의 질이 떨어지니 졸업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득을 늘릴 수 없다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RV에 몸을 싣는다. 노마드의 진입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린다의 딸 가족 역시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노마드가 됐다.



스스로를 노예 노동자라고 일컫는 77세 워캠퍼 데이비드와 '우리 사회의 불가촉 천민'이라고 쓴 라본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을 현대의 여행자요 집시라고 지칭하는 돈 휠러도 있다. 물론 사회의 관습이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행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사회 규범을 잘 지켜도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밥처럼 오히려 노마드 생활로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고, 린다는 노마드가 된 뒤로 삶을 즐기게 됐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낭만적인 생각에 젖어드는 순간이 있다. 비록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시작한 이 생활 방식이 점점 더 그들을 끈끈한 연대로 결속시키며 이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노마드 사회 안에서도 크지 않지만 인종 차별이 존재하고, 급여나 육체 노동에 있어서 여성에게 취약한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노마드 규모가 커지면서 그들을 '홈리스'로 사회적 낙인을 찍은 미국 정부는 다수의 도시에서 차량 숙박을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차장에 차는 세울 수 있지만,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이다. 미디어 역시 타이어 떠돌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인터뷰한 대다수의 노마드 들은 주류 주거 형태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장애인 복지 수당으로 살아가는 RTR 노마드 데이비드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하우스 리스' 일뿐 '홈리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자유롭고 낭만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좀더 냉정하게 짚어보자.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든 그들은 재정적 위기에 몰러 집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60대 이후에 상상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을 감당하면서 적은 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병이 나면 의료비는 큰 부담이다. 또한 집 역할을 하는 자동차가 고장나면 그에 따른 수리비 마련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다. 이 모든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일평생 열심히 일한 예순네 살 여성이 머무를 집 한 채 없이, 노년에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떠돌이로 살아야하는 사회가 정상인가?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꽤 많다. 어지간해서는 중산층 진입이 어렵고, 기업 의존형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 여전한 고용 불안정으로 임시직을 전전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중년까지 자녀 교육에 올인하느라 노후 대책이 전무한 중년층, 취업난으로 졸업을 하지 않은 채 영원히 '생(대학생, 대학원생, 휴학생, 취준생)'으로 남아있는 청년층 등. 계속 살아가기 위해 당신은 이 삶의 어떤 부분을 포기하겠냐는 질문에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예순네 살 린다의 꿈은 어스십이다. 그녀가 어스십을 짓기 위해 굴삭기로 퍼올리는 흙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녀의 꿈이,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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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4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스십 좀 찾아보았어요.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집이네요. 대단한 공동체입니다. 벌써 70년대부터 지었다니 놀랍구요. 리뷰 잘 읽었어요 ^^

사율 2021-10-15 08:2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번 기회에 어스십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ㅣ 드디어 다윈 4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김성한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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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표현의 일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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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원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다윈은 자신이 도달한 세 가지 원리가 관찰 결과일 따름임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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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용한 연계 습관의 원리 : 어떤 마음 상태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행동들은 어떤 감가, 욕구 등을 해소하거나 충족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해 강력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습관이다.


■ 유용한 연계 습관의 원리에 대한 고찰

이에 대해 강력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습관이다.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신경 세포 혹은 신경에서 어떤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간혹 일부 개인들에게서 어떤 몸짓이나 버릇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설명할 수없는 원인 혹은 유전된 몸짓(버릇)에 기인한다. 익숙한 사례가 기침과 재채기, 외부 자극에 의한 눈깜박임이다(다윈은 눈깜박임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 있어 습관적인 동작이지 반사 작용은 아니라고 말한다). 반사 작용의 경우에는 감각 신경 세포가 우선 대뇌 반구와 소통함으로써 힘을 전혀 낭비하지 않고 운동성 신경 세포를 자극한다. 의식적으로 반사 작용을 일으키려 할 때에는 적절한 감각 신경을 자극을 받는다고 해도 반사 작용이 일어나지 않거나 방해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다윈은 여러 추정을 통해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의식적으로 행해졌던 일부 행동들은 습관과 연계를 통해 반사 작용으로 전환되었으며, 현재에는 매우 확고하게 고정되어 유전되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반사 작용이 약간의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부언한다.


습관도 유전이 된다는 말씀인데... 난감하다.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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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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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새로운 스타일울 보여주는 그의 신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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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1 ㅣ 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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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 387
우선 이탈랴가 당신은 이미가까웠다 믿으며
근처 항구로 들어갈 기세이나, 모르는 말씀.
멀고 먼 땅 멀리 길 없는 기나긴 길이 놓여 있소.
삼각섬 파도에 맞붙어 놋자루가 위어져야만,
함대를 이끌고 오소냐 짠물 바다를 건너야만,
저승의 호수를 거쳐 키르케의 섬을 지나야만
안전한 대지에 그댄 도시를 세울 수 있으리라.
(중략)
이것이 당신에게 말해 주도록 허락된 전부니,
자, 가서 트로야가 창공에 설 위업을 닦으시라. 
 
​ 
 
에구야... 이때까지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정착지를 찾아 떠도는 망명자의 고난과 가엾은 안드로마케.
훅, 이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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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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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통일을 향해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독일과 이를 견제하는 프랑스의 전쟁을 배경으로, 에밀 졸라는 이 전쟁의 시작부터 파리 코뮌까지를 충실하게 복기했고,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스당 전투의 패배와 마지막 파리 코뮌에 집중했다. 등장인물의 개인적 서사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민중 전체의 서사에 집중하다보니 작가의 여타 작품보다는 이야기의 풍부함이 다소 부족한 듯 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전쟁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만족스러운 읽기였다.   
 



전쟁은 선전포고를 한 프랑스 황제의 호언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프로이센은 프랑스의 선전포고 이전에 이미 의무 병역 제체로 상시 전투태세에 돌입해 젊은 지휘관과 강한 정신력, 출중한 판단력으로 이미 오스트리아를 제압하고 있었다. 반면 프랑스의 낡은 제정은 뿌리까지 썩어 있었고 자유를 말살시켰으며, 대리복무제로 인해 군대는 망가진 상태에서 군사훈련도 타성에 젖어 있었고 승리를 지나치게 확신한 나머지 현대 과학의 새로운 기술 도입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작가는, 한마디로 프랑스가 까막눈 상태에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떼처럼 지리멸렬하게 전쟁터로 나갔다며, 시작부터 모든 사태를 통찰했던 바이스를 통해 맹렬히 일침을 가한다.  



전쟁이 발발하자 방탕한 생활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입대한 지식인 청년 모리스, 무학의 농민 베테랑 군인 장 마카르. 농부와 지식인 사이에 존재하는 본능적인 반감과 계급과 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서로에 대한 혐오감으로 불편했던 두 사람은 열악한 군 상황에서 진심어린 장의 격려, 그리고 같은 처지에서 오는 공감을 통해 반감을 줄여나가고 이후 서로의 목숨을 구하며 연민과 고통을 공유함으로써 진한 형제애를 나눈다. 소설 초반, 언뜻 읽히기에 두 사람의 배치는 대다수 평민과 진보적인 젊은 지식인을 대변한다고 느껴졌지만 소설 후반에 이르면 다른 의미로 전해지고, 무엇보다 모리스의 변화가 와닿는다.   



모리스는 전쟁을 통해 자신이 좋은 교육을 받았으나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에는 전혀 무지한,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허영에 들떠 향략의 열기와 거짓되 위세에 도취된 보잘것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데, 그가 전쟁에 패배함으로써 각성한다는 설정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라는 것, 즉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안이하고 방만하며 진보하지 않은 채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현재를 인지하지 못한 프랑스가 자초한 위기이며, 이를 계기로 새롭게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모리스가 자신을 장의 뼈에 붙은 종양이라고 말하는 데에서, 더 전진한다. 현실적으로 죽은 지식만을 고집하며 민중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인과 기득권층을 향한다. 파리를 불태우는 불이 모든 것을 회복시키리라는 모리스의 말 역시 혁명과 진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소멸시켜 프랑스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에밀 졸라는 말한다.
프랑스는, 선의와 용기로써 자신의 집을 야전병원으로 내놓은 드라에르슈와 사비를 들여 환자를 치료하러 다니는 달리샹 박사, 그리고 연약해 보이지만 역경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앙리에트처럼 이타심과 올바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지켜낼 것이다. 또한 프로스페르가 열심히 땅을 파고 씨를 뿌리는 날, 농부였던 장의 손에 다시 곡괭이가 들리는 날, 프랑스는 다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코뮌의 이름으로 희생당한 1만 2천의 사망자 가운데 폭도로 오인된 선량한 시민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재건, 살아 남겨진 자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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