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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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통일을 향해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독일과 이를 견제하는 프랑스의 전쟁을 배경으로, 에밀 졸라는 이 전쟁의 시작부터 파리 코뮌까지를 충실하게 복기했고,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스당 전투의 패배와 마지막 파리 코뮌에 집중했다. 등장인물의 개인적 서사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민중 전체의 서사에 집중하다보니 작가의 여타 작품보다는 이야기의 풍부함이 다소 부족한 듯 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전쟁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만족스러운 읽기였다.   
 



전쟁은 선전포고를 한 프랑스 황제의 호언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프로이센은 프랑스의 선전포고 이전에 이미 의무 병역 제체로 상시 전투태세에 돌입해 젊은 지휘관과 강한 정신력, 출중한 판단력으로 이미 오스트리아를 제압하고 있었다. 반면 프랑스의 낡은 제정은 뿌리까지 썩어 있었고 자유를 말살시켰으며, 대리복무제로 인해 군대는 망가진 상태에서 군사훈련도 타성에 젖어 있었고 승리를 지나치게 확신한 나머지 현대 과학의 새로운 기술 도입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작가는, 한마디로 프랑스가 까막눈 상태에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떼처럼 지리멸렬하게 전쟁터로 나갔다며, 시작부터 모든 사태를 통찰했던 바이스를 통해 맹렬히 일침을 가한다.  



전쟁이 발발하자 방탕한 생활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입대한 지식인 청년 모리스, 무학의 농민 베테랑 군인 장 마카르. 농부와 지식인 사이에 존재하는 본능적인 반감과 계급과 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서로에 대한 혐오감으로 불편했던 두 사람은 열악한 군 상황에서 진심어린 장의 격려, 그리고 같은 처지에서 오는 공감을 통해 반감을 줄여나가고 이후 서로의 목숨을 구하며 연민과 고통을 공유함으로써 진한 형제애를 나눈다. 소설 초반, 언뜻 읽히기에 두 사람의 배치는 대다수 평민과 진보적인 젊은 지식인을 대변한다고 느껴졌지만 소설 후반에 이르면 다른 의미로 전해지고, 무엇보다 모리스의 변화가 와닿는다.   



모리스는 전쟁을 통해 자신이 좋은 교육을 받았으나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에는 전혀 무지한,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허영에 들떠 향략의 열기와 거짓되 위세에 도취된 보잘것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데, 그가 전쟁에 패배함으로써 각성한다는 설정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라는 것, 즉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안이하고 방만하며 진보하지 않은 채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현재를 인지하지 못한 프랑스가 자초한 위기이며, 이를 계기로 새롭게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모리스가 자신을 장의 뼈에 붙은 종양이라고 말하는 데에서, 더 전진한다. 현실적으로 죽은 지식만을 고집하며 민중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인과 기득권층을 향한다. 파리를 불태우는 불이 모든 것을 회복시키리라는 모리스의 말 역시 혁명과 진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소멸시켜 프랑스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에밀 졸라는 말한다.
프랑스는, 선의와 용기로써 자신의 집을 야전병원으로 내놓은 드라에르슈와 사비를 들여 환자를 치료하러 다니는 달리샹 박사, 그리고 연약해 보이지만 역경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앙리에트처럼 이타심과 올바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지켜낼 것이다. 또한 프로스페르가 열심히 땅을 파고 씨를 뿌리는 날, 농부였던 장의 손에 다시 곡괭이가 들리는 날, 프랑스는 다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코뮌의 이름으로 희생당한 1만 2천의 사망자 가운데 폭도로 오인된 선량한 시민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재건, 살아 남겨진 자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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