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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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은 자기가 발견한 일명 사악한 숲을 '나의 숲'이라고 지칭하며 '녹색의 장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유난히 청명한 어느날, 드디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발견했다. 젊은 여자의 모습을 한 그는 키 140센티미터 정도로 가녀린 몸매에 손발의 모양은 섬세했으며, 곱슬곱슬하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어깨와 팔 위로 떨어져 있었다. 무릎을 덮는 회색 원피스와 맨발 차림의 소녀는 아벨과 눈이 마주치자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꿈이었을까, 아니면 환각이었을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아벨은 그녀가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급기야 짜증이 난 아벨은 앙갚음으로 한동안 숲에 발길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숲에서 발견한 여인에 대해 쿠아코에게 말한다. 그러자 그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누이동생 오알라바를 아벨의 신부로 주겠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호의가 아닌 거래였다. 부족의 원주민들은 야생 조류의 노래를 부르는 신비로운 여자를 디디의 딸인 악마라고 여겼고, 아벨이 독화살을 이용해 그녀를 죽여주기를 바랐던 것이다(사냥도 호의가 아니었어).   

며칠이 지나고 다시 녹색의 장원으로 향한 아벨. 마침내 그녀와 마주하지만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몸짓으로만 겨우 의사소통을 한다. 아벨은 그녀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유달리 섬세한 몸매와 생김새도 그렇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그녀의 피부색이었다. 기분이 달라질 때마다 피부색이 크게 변하고, 변화된 피부색에 따라 눈동자 색깔도 조화를 맞춰 바뀌었다. 또한 머리카락 색은 이보다 더 다채롭게 변화했고, 그녀의 기분은 변덕스럽고 무상하다. 

그런데 아벨이 그녀에게 푹 빠져있는 사이 독사에게 물리고 만다. 앞에 있는 소녀는 안타까운 표정만 지은 채 가만히 서 있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남자는 살기 위해 마을을 향해 달려가지만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헤매다가 결국 어딘가로 떨어져 의식을 잃고 만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녀가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야성적 혹은 이국적 사랑 이야기라고 단정해서 시작했던 소설은 점점 더 시사하는 바가 커지고 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아벨, 리마의 할아버지, 그리고 리마의 어머니까지. 이 소설은 로맨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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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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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얘기하는 과학의 역사와 유사과학 범람에 대한 대안과 성찰은 대단한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억측이 난무하는 시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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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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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로랑은 자신이 한 영국인(이라고 짐작되는) 남자의 초상화 의뢰를 거절하고, 그가 곧 테레즈 당신을 찾아갈 거라는 내용의 편지를 테레즈에게 보낸다. 이에 테레즈는 자기를 찾아온 남자는 파머라는 이름의 미국인이며 로랑이 생각하는 것처럼 예술을 폄하하고 속물적인 사람이 아니며 또한 그가 초상화에 대한 비용으로 상당량의 돈을 지불할테니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잘 돌보라고 당부한다. 이에 대한 답장으로 로랑은 어차피 많은 돈을 받아봐야 도박장에 쏟아부을 게 뻔하기에 차라리 더 많은 경험(자기에게는 없지만 테레즈에게는 있는 성찰)을 쌓기 위해 다른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전한다. 


편지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로랑은 화가(그것도 자부심 가득한)이고 돈이 늘 쪼들리는 상황이며 건강도 그다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테레즈는 유부녀(혹은 과거 유부녀였던)이고 로랑보다 연상이다. 편지에는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는데, 어쩐지 로랑이 투정부리는 어린애 같은 느낌이다. 서문에 가까운 세 통의 편지로 알 수 있는 것은 고작 이 정도지만, 상드의 자전적 소설이니 만큼 살짝 그림이 그려지기는 한다.  



프랑스 살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조르주 상드.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쇼팽과 뮈세와의 연애는 워낙 대단한 스캔들이었기에 들어봤을 법 하다. 나 역시 상드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쇼팽이었으니까. 동시대의 문인과 예술인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 어느 지면에서든 한 번쯤은 언급될만큼 화려한 마당발을 자랑하며 남장 의복으로 유명한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다. 아주 오래 전에 산문 한 편 정도 읽은 것이 전부.  


후대에 글보다는 스캔들로 더 알려진 사람의 소설을 이제서야 읽게 된다. 가을 지나 그 유명한 서간집도 조금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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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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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야나의 마을에서 보낸지 삼 주가 흘렀을 무렵 아벨은 마을 서편의 탐스러운 숲을 탐사하고 돌아오는데, 루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 숲이 위험한 장소이니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아벨은 그들의 충고를 미신이라고 여기며 개의치 않고 원주민들이 사악하다고 말하는 숲을 방문하던 어느날 마치 천사에 가까운 인간의 음성을 듣는다.  


그 음성의 주인공을 보기 위해 연이어 숲을 방문하지만,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얼마 후 다시 재회한 그 음성은 아벨에게 따라오라는 듯 그의 곁을 맴돌며 길을 유인한다. 아벨은 화답하듯 그 소리를 따라가는데, 별안간 그가 알고 있던 음성이 아닌 시끄럽고 새된 비명이 들린다. 마침내 거목이 무성하고 축축한 어두운 땅에 다다른다. 침묵과 어둠이 깊어지자 아벨은 온갖 나쁜 상상을 떠올리며 공포를 느낀다. 아벨이 도망가기 위해 발을 옮기는 순간 마치 명령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또렷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그 고함소리는 붉은고함원숭이 떼였다.  


마을로 돌아온 아벨은 한동안 쿠아코와 새사냥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는 어서 빨리 '나의 숲'으로 가 그 신비로운 선율을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리 총을 지니고 다닌다지만, 배짱도 좋다. 그 음성이 인간이라는 확신은 차치하고 어떤 존재인지 알고 무턱대고 찾아다니는지. 아벨 역시 스스로를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보통의 백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관습과 종교를 야만적이고 미신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얻을 것이 없음에도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도망자 신세(어쨌든 그의 세계에서는 범법자와 다름없으니까)라서 어쩔 수 없이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루니 부족 사람들도 유쾌하지만, 아벨도 재밌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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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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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편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늑대 인간, 환경 오염, 복제 인간, 지구 멸망, 해리성 인격 장애, 좀비, 인공지능, 가정폭력, 우주 전쟁 등의 소재를 SF, 판타지, 미스터리, 공포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해 그려내고 있다.  







 
인류를 구원한 불가해한 존재의 존속 여부를 두고, 제 이기에 맞춰 취하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온갖 허울 좋은 명목으로 감시와 통제를 가하는 모습을 소설은, 웃어야만 했던 아이와 웃음이 죄가 되었던 아이를 통해 우리가 삶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며, 진정으로 두려워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도리어 인간 세계를 잠식한다. 인간을 모방한 존재는 또다시 인간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고, 인류는 오히려 원시적인 삶으로 회귀하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그들은 보란듯이 가축의 위치에 놓여진 인간을 가차없이 학살한다. 만약 독자가 이 소설이 불편하다면 아마도 바티카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길게 놓고 봤을 때 죽으면 그뿐인 인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정하다, 착하다, 성실하다, 정직하다, 라는 평가는 더 이상 칭찬이 아니다. 세계는 
많이 갖고 야무지고 똑똑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죽어나가도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상. 새벽 안개로 인해 야생동물을 치고 숨이 남아 있는 동물을 버려둔 채 피해가는 자동차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상처와 슬픔을 외면한다. 마치 <이름 없는 몸>의 화자가 외면리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지 않는 버스 운전사처럼.



수록된 작품들의 공통하는 키워드는 '이름(존재)', '기억', '공유', '삶'이 아닐까.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은 이들이 다른 세계를 꿈꾸지 않아도 되는 세상, 억울하게 혹은 아프게 죽어간 이들에게 정치적.이념적 프레임을 씌어 악용하지 않으며 함께 애도할 수 있는 마음이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건지. 종종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진실이나 상대를 이해한다는 착각이 아닌 애도의 시간이다.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사고들이 난무한 사회에서 좀금은 덜 경쟁적이고, 덜 적대적이면 좋겠다. 열 편의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애와 지구 생명체의 공존. 


작품들마다 하나하나 짚어가면 써내려가다 모두 지웠다. 이 소설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누가 읽어도 분명하다. 우리가 정작 읽어야할 것은 소설 속 그들의 마음과 이 책을 펼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어야할 터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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