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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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 나무 (1937년 추정) 





완연한 봄이다.
햇살도, 바람도 이제 더 이상 차갑지 않다.
초파리가 생겨 격리해놨던 제라늄은 보란듯이 꽃봉오리를 올렸다.
꽃샘 추위에 툴툴 거렸던 내 걱정이 무색하게 하룻밤 사이에 개나리가 활짝 폈고, 얼마 안 있으면 동네 천변에도 흐드러지게 벚꽃이 필 것 같다. 


시인은 바람이 불어 나무가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나무가 춤을 춰 바람이 분다고 한다.
봄이 와 꽃이 피는 건지, 꽃이 피기에 봄이 오는 건지, 시인 덕분에 생각이 잠시 멈췄다.  


궂으나 좋으나 제 할 일을 하는 귀한 생명들 덕분에 계절이 오고가는 것을 안다.
조만간 저 맨 흙바닥에도 세잎클로버와 토끼풀이 지천이겠지.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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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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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논문을 끝내고 오랜만에 찾아간 선생은 병중인 화자의 아버지의 건강을 물으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재산과 유산 문제를 언급한다. 그리고 화자와 산책 도중 갑자기 길 가장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선생의 행동과 집착에 가까운 말투. 이러한 모습은 평소의 선생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일가 친척으로부터 굴욕과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선생은 그로 인해 모든 인간을 증오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였을까? 선생의 아내는 처음에는 남편이 염세적이기 때문에 자신도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에 세상까지 싫어진 것이라고 추측한다. 



화자는 선생이 약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고, 그렇기에 인간을 증오한다는 선생의 유약한 고결한함은 주변인들에게 점점 더 부정적 자아를 안게 했다. 그의 염세적 인생관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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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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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운 사람이야." 



'나'는 점점 더 자주 선생의 집을 찾아가면서 친밀감을 쌓지만, 그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신비한 어떤 면이 있다.  


매달 친구의 묘지를 찾아가 헌화하는 선생에게 성묘를 함께 가겠다고 말하자, 아직 아내도 데려간 적이 없다고 말하며 경계한다. 주변에 친한 사람이 없는 선생은 스스로를 외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한다.  


선생은 그들 부부가 더할나위 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자기가 천벌을 받아 아이가 생길리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기는 아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괴로워한다.  


'나'는 선생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점잖은 인격과 학식, 아름다고 정숙한 아내, 서로를 아끼는 부부. 선생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스스로에게 이토록 냉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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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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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켄지 이 친구는 마음이 아주 넓은 친구예요. 근데 그 큰마음을 품기엔 몸이 너무 작은 거죠. 선생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켄지의 몸이 부딪치고 넘어질 때 그 마음이 다칠까 봐 심히 염려되거든요. 그건 비극이잖아요.

 



간혹 청소년 문학을 뒤적거릴 때가 있다. 아동 혹은 청소년 문학이 일반 문헌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근래 들어 '영어덜트'문학을 표방하며 출간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용어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냈는지 아니면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 이사벨 아옌데 <야수의 도시>, 캐런 톰슨 워커 <기적의 세기>, 손원평 <아몬드>, 에리히 캐스트너, 필리퍼 피어스, 팀 보울러 등의 작품들은 성인들이 읽기에도 참 훌륭하다. 제이슨 레이놀스 <집으로 가는 길> 역시 어른과 등장인물의 또래 친구들이 함께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책을 받아놓고 책이 이렇게까지 귀여울 일인가 싶어서 절로 웃음이 났다. 학교 일과를 마치고 하교하는 그들의 일상을 열 개의 에피소드로 담은 연작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중학교 학생이다.  


겸상적혈구빈혈을 앓는 소녀는 우주 최강의 생명력이 있는 물곰이 되고 싶다. 학생들의 푼돈(반드시 동전만, 큰 돈은 안 뺏는다)을 삥 뜯은 반삭파 일당의 반전. 피아의 스케이트 보드에 숨겨진 사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소녀. 친구의 첫키스에 진심인 열다섯 살 그들. 마블의 어벤저스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슈퍼 히어로. 그리고 모든 역사는 스쿨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소설에는 사랑스러운 아이도 있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말썽쟁이도 있지만, 그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이들은 역시 어른이다. 학교 폭력과 성폭력을 그저 짓궂은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선생이 있는가 하면, 학폭 가해자가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학내 성추행과 따돌림과 집단 폭행이 만연해 있음에도 피해자를 보듬는 이는 결국 또래 친구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절대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니 좀 인정해 주자. 어때?"라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자고, 유쾌하게 툭 던지듯 말이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교실에도 우정이 있고, 질풍노도의 그들에게는 설레는 첫사랑과 애증의 관계인 부모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미는 아이스크림 다발에 울컥해 눈물을 글썽이고, 아픈 친구가 웃을 수 있다면 나의 부끄러움쯤이야 과감히 견딜 수 있는 소년의 배려가, 친구의 첫키스를 준비해주는 악동들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눈물과 우울과 웃음이 뒤범벅인 된 그들의 좌충우돌 각양각색 다채로운 하교길. 


매일 똑같은 하교길을 걷겠지만, 날마다의 색깔이 다를 그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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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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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로 인해 부모가 모두 죽자 잭과 룰라 남매는 할아버지와 함께 고모할머니 집으로 향하던 중 강을 건너기 위한 줄나룻배에서 시비가 붙고, 할아버지가 총에 맞아 사망한 것도 모자라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배가 뒤집혀 할아버지에게 총을 쏜 패거리에게 동생 롤라가 납치됐다. 사건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얘기해 두었던 실베스터에 도착했으나 은행 강도들이 이미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으며 보안관도 사망했다. 알고 보니 동생 룰라를 납치한 패거리가 바로 그 은행강도 일당이었고, 할아버지를 죽인 커스로트 빌은 법 집행 기관도 꺼려하는 잔인무도한 강도 살인 수배범이었다. 


마을에서 알게 된 유스터스의 조언대로 유산받은 땅을 걸고 현상금 사냥꾼을 고용한 잭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범인들을 쫓기 시작하고, 그들이 향한 곳은 들어간 사람은 많지만 제 발로 나온 사람은 거의 없다는 무법천지 '빅 티켓' 이다.  










19세기 말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당시 미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먼저 인물의 대립 구도가 흥미로운데, 가해자이자 범죄자는 백인 남성 집단이다. 그들을 뒤쫓아 응징하겠다는 이들은 열여섯 살 미성년자, 흑인과 인디언 혼혈인, 난쟁이, 매춘 여성, 한쪽 귀가 없는 현상금 사냥꾼 출신 보안관, 그리고 돼지(진짜 돼지)다. 얼핏 소수 약자들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이 스토리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인물들의 개별적 서사와 모순을 통해 그들이 삶의 매순간마다 부딪쳐야하는 차별과 핍박, 산업화 및 문명화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짚어내고 있다.  


난쟁이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사람들로부터 학대받았으나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문학과 철학적 사유를 하는 쇼티.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할아버지가 정기적으로 매춘업소를 찾아다녔다는 사실, 용서하고 잊으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하고 싶지만 분노로 인해 동생을 잡아간 자들을 살해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변해가는 자신이 두려워지는 잭, 그리고 윈튼의 아내와 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코만치족은 백인들에게 더 많은 동족을 잃었다. 분명한 악당은 커스로트 빌 일당이다. 은행강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살인마보다 잭의 일행에게 더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행이 다수가 멋대로 규정해 놓은 '보통'의 범주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쇼티는 투계를 재미거리라고 여기는 것에 분노한다. 어떤 생명체든 목숨을 놀이라고 여기는 것이 마땅치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인간에게 붙들린 닭에 대중의 구경거리였던 자신을 이입시켰기 때문이었을 터다. 이는 탐욕과 욕망과 복수에 기대어 반복적으로 대립하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철저한 기도교도이자 백인인 잭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종교를 통해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상대를 이해하라고 배운 잭이 소설 속 백인 집단들과 다른점은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잭은 저지른 범죄의 정당성에 괴로워하고 갈등하는데, 그가 죄의식을 덜어내는 방식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죽은 모르는 사람들을 묻어주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불행이 우리를 자꾸 자극하더라도 인간이기에 지켜야하는 기본적 선의가 여기에 있다. 


잭은 묻는다. 우리는 선량한 사람들이냐고. '착함=어리숙함'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버린 세상에서 이러한 질문에 사람들은 어떤 대답을 해줄까. 이 질문에 앞서 '선량'한 사람이 이 세상을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서부소설이지만 거친 마초 영웅 따위는 없다. 가족과 연인을 지키고, 사랑과 우정과 별의 가치를 아는 그들이 있다. 신선한 총잡이들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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