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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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개인을 넘어 집단의 일상을 통해 시대상을 짚어낸 작가의 예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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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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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서 자신을 비롯한 인간 개개인의 삶을 탐구했던 작가가 사회 예리하게 탐구한 책이라고 한다. 그가 보고 밝힌 사회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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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열린책들 편집부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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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첫문장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것만으로도 소장 가치는 충족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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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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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918년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을 배경으로 시작하면서 가슴 아픈 역사를 통해 두 가문의 운명적인 인연과 한 집안의 비극사를 그리고 있다.  


1919년, 아름다운 페르모이의 킬네이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던 어린 소년 윌리 퀸턴은  블랙 앤드 탠즈 군인들의 광기어린 무장폭력과 학살로 인해 아버지와 두 여동생을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때마침 휴가 중이었던 두 고모들은 무사했으나 어머니는 그때부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채 살아간다. 우울한 유년 시절 끝에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이모와 사촌 메리앤. 메리앤은 그에게 킬네이 시절의 행복감을 상기시켜주는데, 이 만남은 또다른 비극의 시발점이 되고 만다.  








윌리, 메리앤, 이멜다 각각의 관점에서 시간의 순서대로 서술한다. 
18세기 후반, 아일랜드의 퀸턴가家 남자와 결혼한 영국 여성 애니 우드컴으로부터 서사가 시작된다. 1916년 아일랜드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 여전히 진행 중인 혁명에 대한 논쟁들은 남지만, 격동의 시기에 피를 흘리며 살아간 사람들은 서서히 잊혀진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대립, 가톨릭교도와 신교도의 대립, 약자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여성의 위치 등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세 등장인물의 개인적 삶을 엮어 시대의 역사와 개인이 별개일 수 없음을 전하면서 동시에 고통스럽고 가혹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이들이 건네는 용기가 독자의 가슴을 묵직하게 울린다.  


선의가 잔인하고 무자비한 칼이 되어 돌아와 한 가정을 파괴하고, 예측이 가능한 평안한 미래를 냉기 서린 잔혹한 운명으로 바꾸어 놓았다. 과거의 킬네이로 돌아가고자 무던히도 애썼던 노력은 허망한 물거품처럼 무의미해졌다. 온 몸, 온 마음을 다한 사랑조차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랑으로 견디고 버텨진 하루하루 역시 삶이 되고 역사가 된다. 


혹독하게 추운 2월의 겨울날에 임신한 몸으로 아무도 없이, 불편한 존재가 되어 페르모이에 내던져진 메리앤의 감정은 상상만으로도 막막하고 아득하다.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곳이 없고, 에비와 같은 용기조차 낼 수 없으니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겠나.   


불쾌할 정도로 한편이 되어 메리앤에게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압박하는 페르모이의 사람들의 권유가 무엇이었는지 책을 덮고 난 후, 내 나름으로 짐작해본다. 보호. 혼란의 시기에 윌리를, 나아가 윌리가 사랑한 여인을,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었던 그들의 한결같은 마음. 조국을 지켜내려했던 아일랜드인들의 마음도 이와 같은 건 아니었을까. 



진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과연 상처가 될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우리에게, 혹은 나에게 있는지 자문한다. 한평생 짐이 될지도 모르는 그 진실이 가져다줄 파장과 모순을 납득하고 이해할 용기. 윌리와 메리앤의 선택은 불가항력이었나 무모한 치기였나. 


메리앤에게서 <펠리시아의 여정>의 펠리시아가, 윌리에게서 <루시 골트 이야기>의 루시가 떠올려 진 이 소설은 내가 읽은 윌리엄 트레버의 모든 작품 중에 가장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십 년의 긴 세월을 통과하고 얼굴을 마주한 그들은 아마, 나와는 다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사족 
기브바첼러가 눈앞에 있었다면 주먹이 먼저 나갔을 것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내 존재의 모든 세부, 내 몸의 모든 혈관, 모든 흔적, 내 모든 친밀한 부분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싶게 만든 그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킬네이에서 난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당신이 이 세계를 떠도는 동안 난 어떤 가혹한 운명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외로움이 당신을 사로잡았다는 걸 난 이해합니다. - P264

난도질당한 삶들, 그림자의 피조물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운명의 꼭두각시들. 우리는 유령이 되었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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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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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산재 중에서도 '사고 산재'에 집중한 이 책은 그나마 알려진 산재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 그 기저에 기업 조직의 어떤 관습과 인식이 있는지 탐구하고, 연간 수백 명에 달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의 조사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와 이를 드러내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아보는 것에 목적을 둔다.  


책에는 실제 산재 사례들을 통해 그 사고들의 원인과 처리 과정, 이에 따라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과 앞으로 해결해야할 사회적·제도적 숙제들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지만 노동 안전 문제에 깊이 개입하기 어려운 노조의 구조적 문제와 추적보도에 소홀한 채 단신 보도로 끝내고마는 언론의 무관심, 산재 사고 발생시 사고 원인 및 진상 규명의 부재와 기업에 대한 솜방방이 처벌 등을 짚는다. 







 
평택항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이선호 씨의 아버지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아주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놨다고 했다. 그런데 사업주들이 법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하거나 노동부의 원인조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실상은 안전상의 잘못을 슬쩍 바로잡거나 현장 주변을 치워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선호 씨의 사고 원인을 되짚어가다보면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작업 수칙이나 안전교육 및 관리 부실, 관리 및 책임자의 부재, 일관되지 않은 인력 관리, 실제와 다른 형식적인 작업계획, 마구잡이 지시 관행, 시설의 노후화와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안전전검사업자'의 부실 점검, 행정 관료들의 안이한 대응 문제 등 구조적 원인을 비롯해 여러 문제점들이 줄줄이 엮여져 드러난다. 



공장, 지하철 스크린 도어, 에어컨 실외기, 전봇대 전기선, 물류창고, 도로 위 등 노동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는 현장만 다를뿐 근본적인 문제점은 평택항 산재사고와 유사하다. 구조적인 문제와 원청의 횡포, 안전 수칙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작업량과 노동 환경, 위험에 대한 정보 공유 부재는 노동자(특히 하청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 


산재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실수를 했는가'가 아닌 '사고를 촉발한 구조가 무엇이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즉 몇몇 사람의 과실이 아니라 사고를 유발한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아야한다. 



덴마크의 안전 공학자 에릭 홀나겔에 따르면 안전관리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구조에서는 사고가 났을 때야 비로소 안전 예산의 쓸모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예산의 쓸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재해 건수가 아니라 평균적 안전 수준에 기반해야하고, 무엇보다 위의 두 관점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국내 기업은 전자조차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시간이 곧 돈이 되는 국내 수주산업의 구조 하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안전 수칙 불이행과 '작업자 과실'이라는 방패막은 산재 사고가 날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저자의 말처럼 산재는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다. 



정리해보면,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 요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안전 장비와 보호구 제공,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눈높이 안전 교육, '설마'라는 인식의 전환, 중소(영세)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한 현실적인 제도적 지원, 산재사고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사회적 소통의 강화, 정부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역할 등이다. 써내려가면서 이  당연한 것들이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데에 씁쓸함과 답답함이 내내 가슴 한구석에 자리했다. 


ㅡ 


안전 공학자 제임스 리즌은 아무런 노력 없이 생산과 안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통상 이윤이 안전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생산과 안전은 본질적으로 서로 충돌한다. 생산 활동의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 조치도 그에 상응해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안전수칙과 이와 관련한 자원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노동 환경에 맞게 개선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많은 기업들이 산재를 은페 및 누락한다. 깊게 뿌리 내린 잘못된 관행은 여전하고, 이에 있어서 안전관리를 실무자에게만 맡겨놓는 노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장의 업무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노조의 역할은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는 데 상당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평택항 사고에 관련한 책임자들은 법정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집행유예에 그친 이유는 산재가 고의로 한 살인이 아니라 과실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대부분의 법정에서 산재사고가 과실치사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무거운 형량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읽다보면 의문이 든다. 물론 기업이나 인력 책임자들이 의도적이고 '고의적' 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사고발생 확률이 높고, 그 사고가 노동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방치했다면 살인과 다를 게 무언가.  


현재 우리는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건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전자와 후자의 관점을 누가 어디에 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안전을 경영의 중심에 놓아본 적 없는 기업이 생산효율을 최우선으로 추구할 때, 노동자가 죽는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 대부분이 사실상 노동자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무한 경쟁 속에서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세태에 적어도 일하는 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산업재해 피해자의 서사는 누구에게도 쓰여질 수 있음을, 그러니 무엇이 우선해야하는지를 우리 모두 인지해야할 것이다. 




사족
1. 3장에 보면 비슷한 사고 사례를 둔 두 개의 <재해의견조사서>를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 재해조사기관인 NIOSH의 2023년 2월에 작성해 배포한 사고 보고서의 일부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의견서다. 읽어보면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접근하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2. 영국 행정기관인 안전보건청(HSE)의 산재 유가족을 위한 안내서 일부를 보면 현재 한국 사회가 산재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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