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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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마트에 갈때마다(굳이 대기업형 마트가 아니더라도), 동네를 산책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한 건물 너머 있는 치킨집을 보면서 '저 많은 닭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마트에 탑처럼 쌓여 있는 계란을 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닭이 하루에 몇 개나 알을 낳으면 계란이 저렇게 쌓일 수 있지...?' 라는 궁금증. 살면서 양계장이라는 곳을 가본적이 없어 그저 책에서 읽은 것이 전부니 정말 수천마리의 닭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기계처럼 알을 낳는다는 데에 상상도 쉽지 않다. 간혹 고속도로에서 닭을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을 볼 때면 잠깐 짐작할 따름이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관련해서 아주 절박하고 시급하며 극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이론이나 사고의 지적 유희가 아니라 현실과 호흡하며 얻은 실천적 성찰들의 모음이라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너무나 현실적이고, 격하게 와닿는다.  


기후 위기에 당면한 현재, 대응책을 모르는 사람도, 국가도 없다. 문제는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이다. 이 틈을 자본과 기술이 해결하리라는 낙관론, 그리고 자국 이익이라는 기득권 세력 중심의 이기적 관점이 파고든다. 현재 시급한 문제는 변화의 큰 방향보다 변화의 속도다. '시한폭탄'을 손에 들고 취지는 좋으나 성급하다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한가로운 말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를 들어 인간의 적응력, 무언가를 추동할 감각을 마비시키는 적응력이 두렵다고 썼다. 폭염은 에어컨,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 식량부족은 인스턴트식품, 불편한 진실은 가짜 뉴스, 장마는 건조기 등. 나는 인간의 적응력 뒤에 양산되어 기후 위기를 촉진시킬 그 엄청난 것들이 더 두렵다.  


그는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를 같은 선상에 놓고 서술한다. 대기 오염을 '침묵의 팬데믹'이라고 칭하면서 현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절박하게 얘기하면서, 코비드 시국과 마찬가지로 국가, 정책, 개인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법은 체제 변화뿐이라며 작은 실천을 폄하해서도 안 되고, 개인의 실천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이 모든 걸 다 해결해준다는 망상은 곤란하다고 당부한다. 기후 위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집단은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조차 숨기고 가리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거짓말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기후 위기다.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만큼이나 나쁜 것은 환경적 영향에 대한 '생각 없음' 이다. 경쟁과 분열이 추동의 연료가 되는 사회, 누가 하나 양보없는 성장의 카르텔이 아닌 무작성 부숴놓고 보는 개발보다 공공적 가치를 우선하는 진정한 도시재생, 녹색 성장이 아닌 탈성장과 성숙을 실현해야 할 때다. 저자는 기후 위기가 체감하기에 와닿지 않는다면 가닿으라고 말한다. 와닿는 순간이 오면 그때 이미 늦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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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을 통해 도구적.실용적인 관점을 떠나 인간에게 쓸모가 없더라도, 존재 그 자체로서 타자의 살아갈 이유를 긍정하는 것이 타자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탈인간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타자에 대한 앎을 넘어 타자와의 연대를 통한 공동체 구성원의 테두리를 확장해 소외되고 새로운 구성원들을 포용하는 일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교차성의 힘은 정체성이 아닌 '동일시'에 있다. 차별과 착취의 지배자 원리, 그리고 약자와 소수자가 가장 먼저, 가장 큭 피해를 입는 것은 기후 위기도 예외는 아니다. 사라져가는 북극곰과 고래, 해수면이 높아져 가라앉는 남태평양의 어는 섬주민과 동일시는 바라지도 않는다. 저자가 이 시대의 꼰대들에게 경청은 최소한의 예의라고 충고한 것처럼 제발 제대로 듣고, 제대로 보기라도 하자.  




※ 출판사 지원도서

생태계에는 고정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무한한 관계들이 얽혀 있을 뿐이다. - P12

소수의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결코 의심해서는 안 된다. 사실, 그것 없이 바뀐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 P20

마지막 나무를 베고 나서야, 마지막 물고기를 먹고 나서야, 마지막 시냇물을 오염시키고 나서야, 그제야 인간은 깨달을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 북아메리카 원주민 크리족 속담)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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