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 마이클 소마레 (파푸아뉴기니 총리) 
 
 
책의 뒷표지에 보면 김중혁 소설가는 도서관 사서가 이 책의 분류 작업을 할 때 고생깨나 할 것 같다고 썼다. 그도 그럴 것이 다윈과 월러스를 언급하며 진화론과 새를 통한 인간의 사회 변천사를 다룬 인류사, 플라이 타잉이라는 한 분야의 오타쿠들의 세계, 명망있는 음악학교 학생이자 플루트 연주자인 19세 청년의 범죄, 그에 대한 진실과 회수되지 않은 새를 찾기 위해 모든 것들을 쫓는 미스터리 탐정물 등 이 책에는 여러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은 에드윈 리스트라는 19세 청년이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299점의 새(박제)를 훔쳐갔다는 사실과 1년이 지나서 체포됐지만 집행유예 12개월에 그친 그의 재판, 이후 에드윈의 범행과 재판에 대한 진실이 큰 줄기다. 
 
에드윈은 어린시절 우연히 플라이 낚시 타잉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에 매료된다. 타고난 재능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플라이 타잉에 점점 깊이 빠져들면서 '진품(깃털)'을 향한 욕망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트링박물관에 가장 많은 수의 조류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급기야 박물관 유리창을 깨고 훔쳐 내기에 이른다. 
 
먼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박물관의 소장품을 훔친 에드윈을 논하기 전에 인류의 탐욕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사람은 여러 이유로 자연을 그냥 두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발전, 지적 호기심,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 상업주의 등 명분도 각양각색이다. 장신구를 치장하기 위해, 권위를 자랑하기 위해, 한겨울 따뜻함을 위해, 이제는 취미를 위해서 가죽을 벗겨내고 깃털을 뽑아댄다. 그렇다면 에드윈에게 거리낌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자신의 잘못은 박물관 유리창을 깬 것 뿐이라는 그의 말에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으려나. 
 
열대에서 사투를 벌여가며 수만종 표본을 수집한 월리스 조차도 '살아있는 생명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 자연의 경이로움을 가까이에서 지켜 본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인지도. 
 
이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2007년이다. 그런데 박물관 유리창이 깨져도 달려오는 경비원 한 명 없고, 심지어 다음날 깨진 유리창이 발견됐음에도 소장품 분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는 박물이라니! 에드윈은 절도 후 기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것도 박물관에서 사용한 학명 그대로.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를 하고 연주 연습을 했다. 그리고 방학이 되어 벽장에 깃털을 보관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읽는동안 복장이 터진 건 나만일까. 
 
에드윈 리스트. 이 사람에 대한 진실 여부는 정확하게 단정할 수 없다. 다만 5년간의 정황으로 유추만이 가능할 뿐.  
 
시작은 플라잉 타이였다. 진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 그래서 싹튼 탐욕. 
 
"가짜라는 것을 아는 순간 맥이 빠지잖아요. 여기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예요. 저도 그렇고요.(p349)" 
 
하지만 에드윈은 그 외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가정 상황과 새로 구입해야 하는 플루트 등 돈이 필요했고, 깃털을 판매한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여행 등 여가를 즐긴다. 전혀 양심의 가책없이. 에드윈은 절도 직후에도 잠시나마 경찰에게 잡혀가는 것을 두려워했을 뿐, '훔쳤다'는 행위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이 부분 덕분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아 집행유예를 받아냈지만. 
 
297.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저는 도둑이 '아니예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요. 지갑이 떨어져도 저는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지갑에 신분증이 들어 있으면 어디 찾아줄 만한 곳에 갖다줄 거라고요." 
 
318.
에드윈은 자기가 물건을 훔쳐 온 곳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고, 그 기관은 이제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 아니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건 발생 5년 후, 저자와 에드윈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이 사람이 플라이 타잉과 플룻 연주에만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듣는 사람은 납득이 안되지만 자신만의 논리가 구축되어 있고, 타인을 읽는 눈이 남다르다. 첫 만남에 자신을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가 유도하는 질문에 맞는 행동을 즉흥적으로 해낸다. 뿐만 아니라 사교성이 부족하고 친구가 없는 롱의 심리를 이용해 그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시킨다. 경찰이 현장에서 찾아내어 회수된 새를 제외한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에드윈. 그는 어떤 사람일까? 에드윈과의 인터뷰와 롱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훅 올라 온 분노는 내 몫인가 보다. 
 
189
그가 훔친 새들의 가치는 거의 100만 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그는 밀거래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을 보호하는, 모든 국제 협약을 어겼다. 

 
이제 남은 이들은 구매자요, 방관자였던 사람들.
그들은 에드윈이 온라인에 깃털 판매를 올리자 고가로 구매를 했다. 그를 칭송해마지 않던 이들이, 그가 체포된 후 비난의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저자가 남은 깃털 회수를 호소하기 위해 글을 올리자, 불편함을 드러내고 게시한 글은 삭제한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사람들. 결국 내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행동을 누군가 대신해서 거기에 결과물만 득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 이들의 행동이 불편한 건, 그저 나쁘다고 생각해서만 일까? 
 
318.
플라이 타이어들은 자기들이 가진 가죽이나 깃털이 박물관 것이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큐레이터들이 주장하는 사라진 가죽의 개수는 허수에 불과하다며 양심의 가책을 덜었다. 나는 누군가 책임을 느끼고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시인해 주기를 바랐다. 
 

 
 
저자는 이 사건을 지식이냐 탐욕이냐로 정의했고,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식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 중 하나이지싶다. 호기심이 남달랐다는 월리스. 그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그를 말레이제도로 향하게 했고, 학자로서의 욕망이 살아있는 생물을 표본화 시켰다. 
 
인간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알 수 있다는 오만함.
그 한계의 끝이 있기는 한건가......?

 

 

 

 

 

 

 

 

출판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성의 고리>
- W. G. 제발트

한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던 1992년 8월, 다소 방대한 작업을 끝낸 뒤 나는 내 안에 번져가던 공허함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의 써퍽주로 도보 여행을 떠났다.
(첫 문장)

공허함을 달래고자 떠난 여행. 1년 후 화자는 그 여행에서 여러 파괴의 흔적들을 보고 먹먹한 전율로 인해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그가 전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대인 학살,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전쟁과 폭력, 그로인한 도시 파괴. 문명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침략, 사유재산과 자본주의가 장악한 대규모 산업에 의한 영세 산업의 몰락, 그리고 자연(생태계) 파괴.

205.
아니,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소리도, 어떤 날도 없었다. 그리고 들릴락 말락한 작은 소리로 장송행진곡이 흐르기 시작했다. 밤은 끝나가고, 여명이 다가온다. 저 멀리 창백한 바다 위의 섬에서 싸이즈웰 발전소의 묘처럼 보이는 마그녹스 원자로의 윤곽이 드러난다. 도거뱅크가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 오래 전에는 라인강의 삼각주가 있었고 범람된 모래 위로 푸르른 초지가 자라나던 그곳에서.


소설에서 화자는 이러한 사건들에 실존 인물을 기억 속으로 또는 현재에 불러들여 허구의 인물들을 만나게 함은 물론 사용된 사진 또한 실제와 허구가 교묘하게 섞여 있다.

뼈단지와 관련해 매장 형식을 논한 토마스 브라운을 비롯하여 콩고강을 왕래하는 기선의 선장으로서 제국주의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던 작가 조지프 콘래드, 권력의 늪에서 끝까지 헤어나오지 못했던 서태후, 시인 엘저넌 스윈번과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낭만주의 문학가 프랑수와 샤토브리앙까지. 작가는 화자가 되어 이들을 통해 지나온 역사를 비판하고 성찰한다.

96.
토마스 브라운은 유골단지 매장에 대한 그의 논문에서, 페르시아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 무렵 미국의 사냥꾼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난다고 썼다. 브라운은 이어서, 질질 끌리는 긴 옷자락처럼 밤의 그림자가 지구를 쓸고 지나가고, 해가 지면 세상이 한 구역씩 줄줄이 드러누우므로, 지는 해를 계속 따라가면 우리가 사는 행성이 언제나 사투르누스의 낫이 쓰러뜨리고 거두어 들인 시신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썼다ㅡ그런 지구란 간질병에 걸린 인류를 위한 끝없이 긴 묘지일 것이다.

145.
코르제니오프스키는 그가 겪어야 하는 고생이 아무리 심하다 해도 단지 그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콩고에 저지르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146.
이곳의 모든 것이 싫습니다. 사람들도, 사물들도 모두 싫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싫군요. 아프리카 상인들과 거래업자들은 비열한 본능만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기 온 것이 후회되는군요. 그것도 아주 비통하게. (코르제니오프스키)


화자는 길을 잃기도 하고 멜랑콜리해지는 여행을 하면서 역사는 힘의 과시와 파괴로 점철되어 있으며, 다수는 이를 묵인함으로 동조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한 문명과 진보라는 명분 안에서 자행되는 행위는 국가와 사회의 이익에 묻혀진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172.
그들(영국)이 원명원을 불태운 진정한 이유는, 중국인이 미개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보여주는, 현세에서 창조된 이 낙원이 고향에서 끝없이 멀리 떨어져 강요와 궁핍과 갈망의 억압 밖에 알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어처구니 없는 도발로 비쳤던 데 있었을 것이다.

278-279.
우리 사회의 본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가 남겨놓은 금속과 기계의 쓰레기더미 사이를 돌아다니는 미래의 이방인처럼 나 또한 도대체 어떤 존재들이 여기서 살고 일했는지, 벙커 안의 원시적인 장비들과 천장 아래의 철제 궤도들과 아직 군데군데 타일이 붙은 벽에 걸린 괭이들, 쟁반 크기의 물뿌리개, 승강장과 하수구 따위들이 어디에 쓰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점점 더 눈을 파고드는 역광 속에서 문득, 사라진 지 오래인 풍차들이 어두워져가는 풍경 속 여기저기서 무겁게 진동하며 날개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작가는 감정이 격하지 않은 절제된 문장으로 내용을 펼쳐 놓는다. 이러한 역사가 새로울 것 없이 늘 그래왔다는 듯이. 제국주의에 의한, 개인의 삶을 연소시켜 이뤄낸, 문명의 발전과 풍요가 과연 올바른 길인지 생각해 보라고 독자에게 툭! 던진다.

토성의 고리는 적도 둘레를 원형궤도에 따라 공전하는 얼음결정과 짐작건대 유성체의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서 있다. 아마도 과거에는 토성의 달이었던 것이 행성에 너무 가까이 위치하여 그 기조력으로 파괴된 결과 남게 된 파편들인 것으로 짐작된다.
/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

역자는 토성의 고리가 토성의 힘에 의해 파괴된 달의 잔해들이 듯, 화자가 여행했던 폐허의 잔해는 힘에 의해 파괴된 것들임을 말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잔해들로 이뤄진, 그래서 얼만큼이나 두꺼운 고리에 둘러쌓여 있을까.


처음 접하는 작가다.
찾아보니 1995년 출간된 작품이고 우리나라에는 2011년에 처음 출간됐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작품을 몰랐을까? 1944년 독일 출생이지만 1966년에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독일문학 교수였고 작가로서 십여년 동안 글을 써서 작품은 많지 않다고.

청소년 시절에 전쟁과 유대인 학살에 대해 침묵하는 부모 세대에 분노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전쟁과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한 그의 성찰이 남다르다.
다른 작품도 찾아서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사족.
소설, 토성의 고리!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소설 속 문장]

31.
병이 들어 기형적으로 성장한 것들이나 병적이라는 점에서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 왕성한 발명 능력으로 자연이 자신도 자신의 지도 안 모든 빈 곳에 채워넣은 온갖 기괴한 것들에 우리의 관심이 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낙원을 꿈꿀 용기를 읺어버린 것이다.

43.
한 시대가 끝나는 건 한 순간의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60.
(독일 출신 수공업자는) 가끔씩 자신은 왜 세상을 돌아다니면서도 거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될 때마다 거대한 저택과 호화로운 배를 가졌지만 결국 비좁은 무덤에 묻힌 그 암스테르담 상인을, 마지막 가는 길을 자신도 함께 배웅해주었던 그 상인을 떠올렸다.

70.
여자들이 청어의 내장을 빼내고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다음으로 바다의 쉴 줄 모르는 방랑자들은 열차의 화물칸에 실려 지상에서의 마지막 운명을 완수하게 될 곳들로 수송된다.

180.
열심히 일하고, 기꺼이 죽고, 짧우 시일 내에 마음대로 번식시킬 수 있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목적에 맞게 활동하는 데만 열중하는 누에들이 황태후에게는 이상적인 백성들로 보였던 것이다.

182.
되돌아보면 역사란 해변으로 거듭 몰려오는 파도처럼 우리를 덮치는 불운과 시험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지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날 가운데 어느 한 순간도 진정으로 근심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태후)

200.
나는 검게 반사되던 노간주나무가 차례차례 불의 혓바닥에 닿자마자 마치 부싯깃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둔탁하게 폭발하듯 순식간에 불길을 일으키고, 곧이어 고요하게 흩날리는 불꽃 속에서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다.


309.
나무들은 아직 너무 작아서 내가 나무와 태양 사이에 서면 나무에 그림자를 드리워 준다. 하지만 후일 다 자라고 나면 나무들이 내게 그림자를 돌려줄 것이며, 내가 나무들의 유년 시절을 돌봐 주었던 것처럼 나무들은 나의 노년시절을 돌봐 줄 것이다. 나는 나무들에 결속감을 느끼고 있고, 그들에게 소네트와 비가와 송시 들을 바친다. 나는 아이들의 이름처럼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알고 있고, 언젠가 나무들 아래에서 죽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282.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나간 길을 걷는 동안 자동차라고는 한 대도 보지 못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외로이 걷는 것이 즐거웠는지 고통스러웠는지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때로는 납처럼 무겁고 때로는 새털처럼 가벼운 시간으로 기억되는 그날, 구름이 가끔 약간씩 틈을 벌리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일린>
- 오테사 모시페그


1964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일주일 앞둔 금요일.
스물네 살 아일린 던롭은 X빌에 살고 있고 십대 소년들을 위한 민간 청소년 교정시설인 무어헤드에서 비서 업무를 맡고 있다.

어머니는 아일린이 열아홉 살에 돌아가셨고, 언니는 건너 건너 지역에서 어떤 남자와 동거 중이며, 아버지는 전직 경찰관으로 교회를 갈 때를 제외하면 술로 세월을 보내는 알콜중독자다.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언니 사이에서 편애를 당했던 아일린. (정작 술꾼 아버지의 뒷치닥거리는 언니가 아닌 자신이 하고 있건만 아버지는 여전히 아일린에게 독설만 퍼붓는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시선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라고 여기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교도관 랜디를 짝사랑할 뿐만 아니라 스토킹까지 하고, 그를 상대로 야릇한 상상을 즐긴다. 종종 사소한 절도를 재미로 여기며, 죽이고 싶지만 죽기를 바라지 않는 아버지와 집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언제 실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 사흘 전 월요일.
무어헤드 교도소에 새로 부임한 교육국장 리베카. 아일린은 자신과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다른 리베카를 본 순간부터 그녀를 동경하게 된다. 리베카의 친근한 말 한마디 한마디와 사소한 몸짓, 행동에도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아일린. 이제 아일린의 눈에 짝사랑 랜디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리베카만이 존재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하나 뿐인 친구다.

급속도로 친해진 두 여인. 리베카는 아일린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 초대로 인해 아일린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일흔 살이 넘어 노인이 된 아일린이 자신의 운명을 바꾼 50년 전, 일주일 동안을 회상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젊은 시절 현관문 열고 나올 때마다 두꺼운 고드름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죽게 되는 상상을 하지만 아일린은 늘 살고 싶었다. 아버지를 죽이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지만 아버지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X빌을 떠나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자신을 조롱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욕설을 날려주고 싶지만 그저 삼킬 뿐이다.

아일린은 누구에게도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을 받은 적이 없고 누구와도 마음을 나눈 경험이 없다. 그래서 사랑이든 연민이든 그러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대상을 이상화하고 동경할 뿐이다.

유년시절의 정서적 결핍이 이십대의 아일린을 만들었다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큰 결핍을 겪었음에도 문제 없이 어른이 되는 이들도 있고, 보통의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도 성향에 따라 많은 갈등 요소를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 나약한 자신의 한 부분을 꽁꽁 싸매어 내면 깊숙한 곳에 숨기기도 하는, 제일 마음 편한 사랑이 짝사랑이라고 하니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닮고 싶은 누군가가 있었던 경험.

스물네살 아일린은 방황하고 갈등하는 청춘의 단면 단면을 모두 끌어안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아일린을 지켜보는 독자는 불편하지만 비난할 수 없지 않을까. 조금은, 아니면 살짝, 기억 속 한 귀퉁이에 있는 누군가의 한 때가 떠올라서.


[소설 속 문장]
17.
나는 누구에게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애였다.

36.
세상에 나와 같은 이들, 다들 흔히 하는 말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게다가 소외되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으레 그렇듯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지구라는 이 이상한 행성의 생물체로 존재한다는 것의 기이함을 의식 또는 인식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쓸쓸했다.

171-172.
X빌에 사는 젊은 여자였을 때의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만큼 깊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몰랐다. 누군가의 고통이 내 고통에 탐닉할 기회를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누구에게도 공감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발달이 심하게 지체되어 있었다.(...) 내 가슴이 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아파야 하나? 갇혀 있고 고통받고 학대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였다. 진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오직 나.

229.
아버지가 보기에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는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딸의 의무가 아닌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다. 나만의 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최고의 배반으로 간주되었다.

310.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건, 왜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313.
다 지나고 나면 누가 누구보다 더 힘들었는지 헤아리기 굉장히 어려운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왕의 위엄(상)ㅡ민들레 왕조 연대기 1부>
- 켄 리우

다라 제도의 일곱 신과 티로 7국.
키지(밍겐 수리) 신의 자나, 투투티카(금붕어) 신의 아무, 루피조(비둘기) 신의 파사, 타주(상어) 신의 간, 루소(바다거북) 신의 하안, 피소웨어(늑대) 신의 리마, 그리고 카나와 라파(까마귀) 쌍둥이 신의 코크루.

본섬에서 떨어진 자나국. 자신들을 은근히 멸시하고, 본섬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6국을 정복하기 위해 자나의 레온 왕자가 일어섰다. 정복 전쟁의 성공으로 본섬은 자나국에 머리를 조아렸고 다라 제도는 '자나 제국'이, 레온은 절대지존 렌가(황제) 마피데레가 되었다.

마피데레 치세 말기.
황제는 병약해졌고, 숨죽여 복수와 권력을 노리던 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친구이자 충신이라 믿었던 시종장 피라와 크루포의 배신을 시작으로 6국의 왕들과 백성은 반란을 시작한다.

이 거대한 역사의 두 인물, 쿠니 가루와 마타 진두.
민들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쿠니, 국화처럼 기품있고 우아하며 자신의 신념이 곧은 마타.

목적지는 같았으나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두 사람. 서로 다른 신분과 환경, 각자 어깨에 얹혀 있는 다른 소명과 무게감. 납득은 안되지만 이해하려 노력하며 허심탄회하게 술을 나눴던 의형제.

멸망이 보이는 자나 제국. 그 이후에 6국은 어떤 형태로 분리되고 자국의 이득을 위해서 어떤 행보를 하게 될까. 그리고 두 영웅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한나라' 왕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
'초한지'를 골격으로 하는 이 소설은 <민들레 왕조 연대기 3부작> 중 1부 1권이다. 고대 중국 역사에 SF 판타지와 신화적인 요소까지 함께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한 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쿠니의 진가를 알아 본 지아, 가장 낮은 하층민으로 대변되는 미로 형제, 마타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핀, 긴 세월 복수의 칼을 갈아 온 피라,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키코미 공주, 시작은 원대 했으나 자신의 그릇을 넘지 못했던 후마, 시종보다 못한 어리석은 어린 왕 에리시, 그리고 글로벌 자나 제국과 자신의 영생을 꿈꿨던 마피데레.

이 등장인물들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로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책을 펼쳐서 오른쪽 두께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종이 동물원> 이후로 나에게 있어 챙겨보는 작가가 된 켄 리우의 대하 3부작 소설. 전작이 워낙 좋았기에 큰 기대는 안하리라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는. 2부 출간을 기다린다.



[소설 속 문장]


48.
마피데레 황제의 죄는 자연을 거스른 것, 우주 자체의 비밀스러운 작동 방식을 거스른 것이었다.

86.
"우주는 적이 될 운명인 것들을 친구로 맺어주길 좋아하나 봐요." (지아 마티자)

103.
"무기를 빼앗아 봤자 평화는 오지 않아. 인간들은 몽둥이로 돌로 싸울테고, 그것도 없으면 이와 손톱으로 싸울테니까. 마피데레가 불러온 평화는 두려움 덕분에 유지도는 것일 뿐이야. 썩은 가지 위에 지은 둥우리처럼 위태로운 평화지."

109.
"인간들은 그 교훈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배웠지만.... 제대로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아."

164.
운명이란 돌이켜보면 우연의 연속이 아니던가?

270.
"자기만의 인생보다 행복한 것은 없단다.(...) 그런 삶은 남이 적어 주는 대로 말하고 남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삶보다 훨씬 행복한 법이야. 너는 절대로 야망을 품지 말거라."
(리마의 왕인 지주의 아버지)

282.
만약 그들이 황릉 공사장이나 해저 땅굴 공사장에서 에리시 황제를 위해 하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면, '반란군'이라는 이름이 왜 필요한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313.
진실은 남에게서 들은 세상이 아니라 실제로 뛰어든 세상에 존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바위 게임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마이클 슈왈비 지음, 노정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야바위 게임>
부제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 마이클 슈월비


26-27.
'심한 불평등의 기준은 무엇인가' (...) 누군가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을 누리고 있을 때 다른 이들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언제라도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은 어떠한 이들이 삶을 즐기고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반면, 그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다른 이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함의한다. 나는 적절한 생활수준,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본적인 인권의 일부로 여긴다. 불평등으로 인해 이러한 권리가 부정된다면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불평등의 관점을 사람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의 종류와 그 힘에 따라 그렇게 가진 자원을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지, 누구 때문에 갖게 되었는지, 누구와 함께 나누는지를 살펴야한다고 말한다.


1장. 불평등의 뿌리
불평등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결과이다.
불평등의 역사는 한참을 거슬러 농업혁명까지 올라간다.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시작된 불평등은 '착취'를 근본으로 한다. 이후 '계급'이 생기면서 불평등은 심화되고 인종과 젠더라는 사회적 구성물을 만들어 위계 사회를 만들었다.

p75
'인종'은 정치적 개념이다. 인종이라는 정치적 개념은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강화하기 위해 발명된 신화라고 보는 것이 최선이다.(...) 인종을 구분하는 행위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인종화racializing''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인종화라는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인종이라는 것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규정짓고 대접하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p78-80
'남자'와 '여자'라는 범주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다른 집단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분명한 창작물이다.(...) 만약 사람들을 남성과 여성 혹은 여자와 남자로 분류할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면, 또는 이러한 범주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적어도 우리가 아는 식으 젠더 구분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종과 젠더를 신체적(생물학적)으로 구분 짓지만, 이러한 분류의 기준은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지배세력이 생물학적 근거로 서열을 매기며 고착화시켰다는 점은 역사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2장. 야바위 게임
사회적 제도는 가시적인 논리 혹은 게임의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지만, 그 법칙은 중립적이지 않고 다양한 집단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러한 규칙들이 중첩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불평등이 빚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p94
규칙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즉 규칙이란 다른 이들과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관념의 집합체다.

우리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조건에 의해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공정함이 모든 이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현혹되어서도 안된다. 규칙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한 이들에게만 더 유리한 결과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체적 사례들이 미국내 제도를 바탕으로 두고 있어 우리나라 실정과는 다소 차이(용어, 법 등)가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 있어서 큰 괴리는 없다.)


3장. 아홉 식구가 사는 골짜기 (이야기)
하나의 시대를 넘어서 실제 세계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아홉 식구가 사는 골짜기' 이야기에는 Heng부족, Haah부족, Ji부족이 등장한다. 공평하게 나누며 살던 세부족의 골짜기에 약탈자가 침략한다. 세 부족이 숨겨놓은 금을 빼앗기 위해 약탈자 왕은 Heng부족의 젊은이를 잡아 협박한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구하려면 금을 숨겨놓은 곳을 말하라고.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금의 위치를 털어놓는 젊은이. 그는 자신의 부족의 몫인 금을 다른 곳에 숨겨놓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차등 없이 공평하게 가진 것을 나누며 살던 골짜기에는 변화가 생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진실을 더 일찍 털어놓지 않았던 젊은이의 죄? 진실을 믿지 않은 혹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외면했던 후손들의 뻔뻔함? 거기에 Heng부족이 차별이 생긴 원인이 다른 두 부족의 무능려과 게으름이라고 비난하는 적반하장? 아니면 처음부터 정의롭지 못했던 젊은이의 이기적인 행동?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면밀히 생각해 볼 일이다.


4장. 상상력에 족쇄를
사람들은 선택을 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뜻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를 온전히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상상력을 억누르는 것은 불평등을 고착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사람들이 조작된 게임에 순응하도록 하는데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해 익숙해져있을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득을 보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함을 의미한다.

'공정한 게임'이라는 틀에 갇혀 실제로 기초부터 공정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의심하지 않는다. 더구나 게임에서 진 사람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자신 스스로 조차도 개인의 무능력으로 몰아간다.

p192-193
지배적인 집단의 관점을 차용하여 그들 자신을 열등한 타자로 간주할 때, 사람들은 일종의 내재화된 억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성취 이데올로기가 조작된 게임과 결합하면, 사람들은 패배했을 때 자신을 탓하게 되고 무력감과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이들은 일종의 내재화된 억압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정규교육 과정과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 속에서는 대안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안에 대해 알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동안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겨왔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p205
새장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탈출은 무의미하다는 현실 정의를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탈출의 첫걸음이다.

p210
저임금을 설명하기 위해 '시장'을 들먹일 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상대적 권력 차이는 은폐된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자본가들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게임의 규칙을 설정할 수 있으며 착취의 상한선과 하한선 역시 제시할 수 있다.

결국 현 시대의 권력은 미디어와 인터넷 등(국민의 상상력을 원하는대로 차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자원을 얼마나 소유하냐에 따라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5장-6장. 행동을 규제하라.
지속적으로 불평등을 생산해내는 조작된 게임은 사람들을 불행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들은 대체로 저항하며 조작된 게임을 교란할 방색을 모색한다.
책임의 그물과 지는 쪽에 걸도록 만드는 속임수가 없다면, 야바위 게임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다.

피억압자들에게 외부에 구성된 책임의 그물까지 끌여들여 도덕적 책임감으로 억압한다.

p307
지배적인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이미 만들어진 약탈적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고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다른 집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이득을 주는 기존의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의 근본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7장. 라니아 O와의 인터뷰
2084년에 98세가 된 라니아를 학생들이 인터뷰한다는 가상의 내용. 2000년 이후에 발생한 사건들을 조모조목 짚어가며 끊임없이 이어진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해 말한다. 라니아의 인터뷰가 독자에 따라 비관적으로 혹은 낙관적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을 두려워하면 우리는 불평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8장. 불평등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완벽함이 아니라, 현재 불평등을 공고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이해하는 순간 훨씬 더 실현 가능해질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할까? 타자를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모순을 향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가치들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추구되어 지는지 고민할 것, 연대를 통해 스스로와 사회, 문화를 바꿀 것.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의에 의해 불평등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새삼 짚어볼 수 있었다. 요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적 이상으로강조하는 것이 창의력(상상력)이다. 이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닌 듯 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감과 연대를 이뤄야할 사람들은 정작 어른들이다.



모든 신비로운 부의 이면에는 망각되어버린 범죄가 있다.
/ '고리오 영감' 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