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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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형성된 보편적 경험 지식입니다. (장대익) 
 
사회성의 진화를 연구하는 진화과학자가 쓴 심리학 책이다.
관계, 외로움, 평판(관종), 경쟁과 배려, 영향, 공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관련한 책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도 많아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미처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다.  
 
 
1.
혼밥. 혼술의 사회적 현상은 왜일까? 저자는 '사회생활에 지쳐서'라고 생각한다. 이에 적극 동조하는 이유는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끔하기 때문에. 아무리 허물없는 가족이라고 해도, 이꼴저꼴 다 지켜봐서 내 바닥을 다 아는 절친이라고 해도 지켜야 하는 최저의 선이 있다. 때로는 진심 혼자이고 싶을 때, 없나? 
 
2.
'던바의 수'에 의하면 인간의 긴밀한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는 150이라고 한다. 이는 완전 절친, 절친, 좋은 친구, 친구의 범위를 말한다. 그러면서 밀접하게 교류하는 친구가 500~1000명 정도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회적 천재이거나 정신이상자라고. 물론 요즘같이 SNS로 교류하는 세상에 절친 타령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글쎄 소셜에서 사진으로 만나는 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것저것을 떠나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수를 헤아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좋은 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3.
'고독solitude'은 심리학적으로 외롭다는 느낌 없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p49)'
나는 이 '고독감'을 무척 사랑한다. 사실 살면서 '외롭다'는 감정을 많이 느껴보지 못하고 살았다(중학교 3학년 사춘기 시절은 호르몬이 요동치는 특수한(?) 상황이었으므로 예외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손을 내밀 누군가가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 가족이든 친구든. 그래서 외로움의 고통을 크게 역지사지 못했다.
책에서 읽은 외로움의 실험은 흥미롭다. '외로움loneliness'은 고립되어 있다는 주관적 느낌으로 누구나 가지는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부정되어야 할 정서는 아니지만 빨리 벗어나야하는 상태이다. 다쳐서 상처가 나면 아픔을 느끼듯 외로움도 고통이라는 것. 인간의 뇌는 소외감을 느끼면 배측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신체적 고통이 일어날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뇌가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비슷하게 인식하고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고통을 물리적 고통과 비슷하게 처리하는 데에는 집단적 체제 안에서 분리나 배제 경험이 사회적 동물에게는 치명적 고통으로 입력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한다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려나? 나부터 잊지 말아야겠다. 칼에 손이 베었을 때의 아픔을. 정신적 고통도 다르지 않음을.
팁 : 실연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타이레놀이 진통 효과를 발휘하는지 실험을 했다는데, 의미있는 효과가 나왔단다. 이제는 이별의 아픔을 술이 아닌 타이레놀을 먹기를. 
 
4.
저출산의 원인은 병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쟁적 사회가 문제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과라고. 그러니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며 살아야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세상에서 벗어나보자! 경쟁력 있는 사람이기 보다는 자율성 있는 사람이 되보려고. 눈치는 분위기 파악하는 정도로만 남겨두고. 
 
5.
점점 다가오는 A.I 시대에 우리는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 가축으로 필요에 의해서 사육하던 동물들을 방 안으로 들이면서 가족이 되었다. 로봇은 기계니까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글쎄...... . '페퍼'나 '버디'를 본다면 과연 단정지을 수 있을까? 저자의 말대로 A.I는 반려동물이 하지 못하는 인간의 언어까지 사용한다. 이미 나와있는 여러 영화나 문학 작품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기계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미있어 한숨에 쉭~ 읽었다. 어렵지 않게 써서 에세이 한 편 읽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었다. '사회성, 이렇게 하면 향상된다'라는 해결서는 아니고, '사회성, 그까이꺼 중요하지 않아'라는 남의 다리 긁는 위로서는 더더욱 아니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하면 누구나 일정 부분은 '사회성' 결핍이 있고, 그것이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됨으로써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 더불어 보완할 건 보완하고 괘념치 않아야할 것은 비우면 된다는 것.  
 
즐거운 시간이었다. 
 


 

로봇 페퍼와 버디

‘고독solitude‘은 심리학적으로 외롭다는 느낌 없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 P49

인격적 존재의 다양성이 생겨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맺을 관계는 어떻게 진화할까요? 저는 이런 미래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인간 본성이라는 과거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깊이 들여다봐야 미래를 멀리 내다볼 수 있으니까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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