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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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ㅡ 조나단 스위프트

조지 오웰이 극찬했다는 걸리버 여행기. 초등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본 책이다. 언제부턴가 완역본을 읽어봐야겠다고 별렀건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서 읽는다. 지금 아니면 영영 안 읽을것 같아서.

총4부로 구분했는데, 1부는 남녀노소 다 아는 릴리펏(소인국) 여행기, 2부는 브롭딩낵(거인국) 이야기, 3부는 라퓨타(날아다니는 섬) 외 여행기, 4부는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기로 이루어져 있다.

1.
남태평양으로 출항하는 앤틸롭스 호의 의사로 항해하는 걸리버. 동인도 제도로 가는 길에 폭풍을 만나 태즈메이니아로 떠밀려 암초에 의해 좌초된 후 조수의 도움으로 육지에 도착. 쓰러지듯 드러누워 잠을 자고 깨어보니 머리카락부터 발까지 묶여 있고, 자신의 몸 위를 오르내리는 신장 15cm의 사람들. 걸리버는 릴리핏(소인국) 왕국에서 그곳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자 노력한 덕분에 일정 부분 자유로운 몸이 된다. 그러던 중 적국인 블레푸스쿠 제국이 침공해오자 비상한 전략으로 적의 배를 모두 항구에 끌어오고 이 일로 가장 높은 명예직인 '나르닥'에 임명된다. 하지만 황궁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변으로 불을 끈 행동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러 온 상대국의 고위 사절을 만난 것이 불충의 표시로 여겨져 걸리버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때마침 릴리펏 황제의 약속을 빌미로 블레푸스쿠 제국을 방문한 걸리버는 우연히 보트를 발견하고 블레푸스쿠 황제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인국을 떠난다.

1장을 읽다가 시대 배경을 알고 읽으면 이해하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 17세기 유럽의 정황을 좀 찾아봤다. 몰랐던 역사는 아니지만 일일이 대입해서 읽으려니 조금 번잡스러워서 일단 읽고 다시 짚어보기로 했다.

릴리펏의 흥미로운 법률은 정직한 사람은 교활한 자를 만나면 막아낼 방법이 없으므로 사기 범죄는 사형. 행정의 두 가지 주축은 포상과 징벌, 징벌만으로 단속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 또한 배은망덕 즉 배신은 인류 전체의 공공의 적일만큼 중죄. 재밌는 것은 인간의 남녀는 성적 욕망에 의해 결합되고 그에 따라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므로 자식은 부모에게 고마움의 의무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우리 나라 부모들이 들으면 분기탱천할 일).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공직에 사람을 뽑을 때에는 후보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더 더 중시한다는 것.

70.
도덕적 성품을 가진 사람이 무지에 의해 저지른 오류는 공공 이익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패한 경향이 있는 데다 그 자신의 부패한 심성을 숨기고, 돋보이게 하고, 옹호하는 능력을 가진 자의 고의적인 술수는 공공 이익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2.
귀국한 지 두 달만에 배에 오르는 걸리버. 항해가 시작된 지 1년여만에 폭풍을 만나 적도에서 밀려 육지에 도착한다. 선원들은 해안 근처에 있었고, 내륙 깊숙이 들어간 걸리버는 원주민 거인 농부를 마주하고 그의 집에 잡혀간다. 처음에는 잘 대해주는가 싶더니만 이웃의 사악한 제안으로 구경거리가 되버리지만 소문을 통해 걸리버를 알게된 왕비의 부름으로 궁전에서 머물고 왕에게 신임을 얻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생활한다. 그러기를 2년, 집이 그리운 걸리버는 탈출을 꾀하기 위해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나가고, 마침 그가 들어가 있던 상자를 독수리가 물어 가던 중 바다에 떨어트려서 영국 선박에 구조된다.

2장에서의 압권은 브롭딩낵(거인국) 왕과 걸리버어 대화다. 두 사람은 정치, 경제, 군대 등 국가를 운영하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논쟁을 벌인다.
새 귀족으로 선출되는 사람은 어떤 자질을 지녀야 하는가, 승진의 동기로 공공 이익과 위배되는 뇌물과 특정 정당의 이익 강화 등이 작용하는가, 돈이 많은 자가 통속적인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가, 유력한 귀족의 견해를 비굴한 노예처럼 추종하지 않는가, 변호사들이 정의의 보편적 지식에 대하여 교육을 받은 사람인가 등 왕은 그에게 영국에 대해서 수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159.
"이처럼 열렬히 의회 입성을 바라는 신사가 선거 때 들어간 비용과 노고를 보상받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겠는가? 타락한 정부 부처와 연계하고, 허약하거나 사악한 군주의 의도에 영합하여 공공선을 희생시키면서 그 비용을 회수하려 하지 않을까?"

또한 군대와 전쟁에 대한 왕의 의견도 눈에 들어온다.

160.
"우리의 채권자는 누구인가? 그들에게 변제할 돈을 정부는 어디에서 마련하는가? 국왕은 그처럼 돈이 많이 드는 대규모 전쟁 이야기를 듣고서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161.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역사적 설명을 해주었더니 왕은 깜짝 놀랐다. 그 사건들이라는 것이 음모, 반란, 살인, 학살, 혁명, 추방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들이 탐욕, 파당, 위선, 배신, 잔인, 분노, 광기, 증오, 시기, 욕정, 악의, 야심 등이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왕은 걸리버가 자랑스럽게 화약 만드는 기술과 어마어마한 효과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왕은 '왕을 위해서' 화약을 만들겠다는 그의 제안을 듣고 공포스러워한다. 그런 파괴적인 무기를 당연하다는 듯이 묘사하는 걸리버가 오히려 괴이하다고 여긴다. 왕은 차라리 끔찍한 무기의 비밀은 아느니 차라리 왕국 절반을 포기하겠다고까지 한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덧붙임까지.
또한 영국의 법률에 대한 왕의 통찰은 어떠한가.

162.
"법률은 그 법률을 왜곡하고 혼란을 주고 회피하려는 자들의 개인적 이익과 능력에 의하여, 임의로 설명되고 해석되고 적용되었지. 나는 자네 나라의 일련의 제도들 중 당초 시작될 때에는 그런대로 용납할 만한 제도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네. 하지만 그 제도들의 절반 정도는 이미 사라져 버렸고, 나머지 절반은 부정부패에 침식되어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어 버렸어. (...)"

걸리버는 실용 위주의 학문과 군대는 권력투쟁으로 인한 내란을 대비해 힘의 균형을 조율하는 수단일 뿐, 절대 군주의 권력을 얕잡게 보는 거인국의 왕과 시민들을 무지하다고 본다.

166.
유럽에서는 그 개념조차 희마한, 선량하지만 불필요한 양심이라는 문제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걸리버는 거인국 왕의 입을 빌어서 영국의 과거와 현재를 꼬집고 있다. 존재하지 않은 나라의 왕이 한 말이기에 망정이지...... .


3.
집으로 돌아온지 두 달만에 다시 항해에 나선 걸리버. 출항 후 1년도 되지 않아 해적에게 붙잡힌다. 해적들은 주로 네덜란드인으로 보이는데, 선장은 일본인(일본이 17세기에 이미 무역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만 해적으로까지 진출했을 줄이야). 해적으로부터 나흘치 식량을 싣은 카누에 태워져 바다를 표류하는 벌을 받은 걸리버는 어느 섬에서 공중에 떠 있는 섬을 발견, 그곳에 사람이 산다는 점을 확인하고 구조요청을 한다.
그를 구조한 나라는 특이한 용모를 가진 라퓨타. 라퓨타 시민의 머리는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고 치기꾼을 데리고 다닌다. 치기꾼의 업무는 상대방의 입이나 오른쪽 귀를 막대기의 끝에 달린 주머니로 살짝 쳐서 주의를 일깨우는 것인데, 문득 '치기꾼은 누가 쳐주지?'하는 궁금증이... . 학문은 오로지 수학과 음악 뿐인 이 섬은 베틀의 북과 유사한 형태의 천연자석으로 공중에 떠있다. 이를 운영, 유지하는 방식도 참으로 수학적이다(그래서 수학을 중시하는지도...).
걸리버가 다음에 향한 나라는 발니바니와 글럽덥드립 섬을 차례대로 방문하는데 글럽덥드립은 '마법사의 섬'이다. 읽다보면 마법사의 섬인지, 유령의 섬인지 구분짓기 애매하지만 유령을 불러내는 게 마법이라면야... 걸리버는 그들에게 부탁해 알렉산드로스 대왕, 한니발, 브루투스, 데카르트 등 고대의 영웅과 지식을 소환해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다. (이건 나도 해보고 싶다.) 걸리버는 유령들을 통해 지난 백 년 동안 인류가 얼마나 퇴보했는지 통찰한다.

248.
그들의 후손은 투표권을 팔고, 선거에서 온갖 더러운 술수를 쓰고, 궁정에서나 배우는 모든 악덕과 부정행위를 습득하게 되었다.

다음은 럭낵 왕국. 이 왕국도 인상적이다. 이곳에는 불사로 태어나는 '스트럴드브럭'이 있다. 왕국을 통틀어 1천 1백 명이 넘지 않을만큼 소수다. '죽지 않는 삶'. 진시황이 들었다면 무덤에서 뛰어나올 일이겠지만, 이들의 일생을 들어보면 씁쓸해진다. 젊은이의 쾌락과 안식의 항구로 떠나는 노인의 자연스러운 죽음을 누릴 수 없는 불사자. 그래서 독선적이고, 역정을 잘 내고, 탐욕스럽고, 심술궂고, 자만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남들과 친분을 쌓지도 못하고, 자연적인 애정에 무관심하다. 스트럴드브럭끼리 결혼한다면, 두 사람 중 젊은 사람이 여든이 되자마자 국법에 따라 혼인 관계가 해제된다. 80년을 살게 되면 그들은 국법상으로 죽은 사람이고, 그 어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그들은 고국에 살면서도 외국인처럼 살아야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굳이 이런 제재가 없더라도 함께 인생을 공유한 이들이 떠나가는데 나 혼자 남는 '불사의 삶'이 좋을리가...... . 걸리버는 럭낵에서 일본으로 가 그곳 황제의 도움으로 유럽 대륙을 5년만에 다시 밟는다.

3부에서는 각주를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의 문자 유희도 재미있다.


4.
걸리버는 귀가한지 5개월만인 1710년 9월에 선장으로서 배를 다시 탄다. 그러나 해적으로 돌변한 선원들에 의해 포로가 되고 어느 섬에 버려진다(배를 오래 탔다고 아무나 선장이 되는 게 아니다).
그곳은 의심 혹은 불신의 개념이 없는 나라, 후이늠. 후이늠의 어원은 '자연의 완성'이다. 걸리버가 마주한 후이늠의 나라는 말이 주인이다. 그 나라에는 '야후'라는 종이 있는데,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한 미개한 종족이다.

281.
이런 가증스런 짐승이 완벽한 인간의 형태를 지닌 걸 알았을 때, 내가 느낀 공포와 놀라움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사실 그 짐승의 얼굴은 평평하고 넓었고, 코는 납작했고, 입술은 컸고, 입도 넓었다. 하지만 이런 모양은 모든 미개한 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얼굴 모양이다.

그래서 나중에 걸리버가 주인이라고 부르는 후이늠은 그가 야후라고 오해하지만 걸리버의 예의 바른 태도와 언행으로 야후와는 다르다고 인정한다.
4부에서는 특별한 사건이나 에피소드는 없지만, 걸리버와 주인 후이늠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언어의 구성은 간결하지만 부정적인 어휘가 없는 후이늠의 언어. 그래서 그들에게는 거짓, 사기, 위조, 위협, 강탈, 절도, 탐욕 등의 개념이 없다.

주인 후미늠은 걸리버에게 두 나라가 전쟁을 하는 통상적인 원인이나 동기를 묻는다. 걸리버가 대답하기를, 군주가 통치할 땅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타락한 대신이 군주를 부추겨, 사람들의 의견 차이로, 어떤 권리도 없는 제3의 영토를 마음대로 차지하고자, 상대방이 서로 원하는 것을 빼앗고자.

302.
미개한 삶의 방식을 교화하겠다는 명분만 내세우면 학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늘 전쟁이 벌어지므로, 군인이라는 직업이 모든 직업 중에 가장 명예롭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군인은 자신을 단 한 번도 모욕하지 않은 사람을 냉혹하게, 최대한 많이 죽이고자 고용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주인 후미늠은 답한다.

304.
나는 '그나이'(이곳의 맹금이다)의 잔혹성이나 말의 발굽을 깎아내는 날카로운 돌을 비난하지 않네. 그건 원래 그런거니까. 마찬가지로 이 나라 야후의 혐오스런 특징을 비난하지는 않네. 하지만 자네 나라의, 소위 이성적인 척하는 짐승이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지른다면 그거 정말 극악무도한 일이야. 왜냐하면 타고난 야만성 보다 정신적 능력의 타락이 더 나쁜 것이니까 말이야.

흠...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인간세계에는 극악무도한 일이 너무 심하게 자주 일어난다.

둘은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걸리버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은 말을 받는다.

304.
모든 이를 지키고자 만들었다는 법이 왜 누군가를 몰락하게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 그대들은 스스로를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자연과 이성이야말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보여 주는 지침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네.

또한 건강과 질병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걸리버는 모든 질병의 원인은 과식에 있다며 배고프지 않아도, 목마르지 않아도 마시는 식탐과 식탐만큼이나 위험한 돈과 권력의 탐욕에 대해서도 말한다(걸리버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인간의 바닥을 다 드러내고 있다). 이제 걸리버는 후미늠의 검소한 경제 생활과 미덕에 매료되어 남은 생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미늠들이 그를 내보내고 싶어한다.

4부를 읽다보면 나 자신이 사람인 게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자연을 훼손하고, 법과 규칙은 힘없는 자들이나 지키고, 필요를 넘어서는 과도한 부의 욕심, 끊임없는 식탐, 식탐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 전쟁이 생존인 제국주의. 이성의 동물이라는 인간의 분별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조너선 스위프트는 묻고 있다.

소인, 거인, 기형의 모습을 한 사람, 불사자를 거쳐 마지막에는 가축인 말을 등장시켜 작가는 독자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까발렸다.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시대가 17-18세기 기독교 사회임을 감안하고 이 작품이 풍자소설로서 왜 극찬을 받는지 알 수 있는, 통쾌한 소설이다.

표지 삽화는 1860년판 <걸리버 여행기>에 수록된 삽화.
사이사이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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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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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형성된 보편적 경험 지식입니다. (장대익) 
 
사회성의 진화를 연구하는 진화과학자가 쓴 심리학 책이다.
관계, 외로움, 평판(관종), 경쟁과 배려, 영향, 공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관련한 책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도 많아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미처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다.  
 
 
1.
혼밥. 혼술의 사회적 현상은 왜일까? 저자는 '사회생활에 지쳐서'라고 생각한다. 이에 적극 동조하는 이유는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끔하기 때문에. 아무리 허물없는 가족이라고 해도, 이꼴저꼴 다 지켜봐서 내 바닥을 다 아는 절친이라고 해도 지켜야 하는 최저의 선이 있다. 때로는 진심 혼자이고 싶을 때, 없나? 
 
2.
'던바의 수'에 의하면 인간의 긴밀한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는 150이라고 한다. 이는 완전 절친, 절친, 좋은 친구, 친구의 범위를 말한다. 그러면서 밀접하게 교류하는 친구가 500~1000명 정도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회적 천재이거나 정신이상자라고. 물론 요즘같이 SNS로 교류하는 세상에 절친 타령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글쎄 소셜에서 사진으로 만나는 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것저것을 떠나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수를 헤아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좋은 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3.
'고독solitude'은 심리학적으로 외롭다는 느낌 없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p49)'
나는 이 '고독감'을 무척 사랑한다. 사실 살면서 '외롭다'는 감정을 많이 느껴보지 못하고 살았다(중학교 3학년 사춘기 시절은 호르몬이 요동치는 특수한(?) 상황이었으므로 예외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손을 내밀 누군가가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 가족이든 친구든. 그래서 외로움의 고통을 크게 역지사지 못했다.
책에서 읽은 외로움의 실험은 흥미롭다. '외로움loneliness'은 고립되어 있다는 주관적 느낌으로 누구나 가지는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부정되어야 할 정서는 아니지만 빨리 벗어나야하는 상태이다. 다쳐서 상처가 나면 아픔을 느끼듯 외로움도 고통이라는 것. 인간의 뇌는 소외감을 느끼면 배측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신체적 고통이 일어날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뇌가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비슷하게 인식하고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고통을 물리적 고통과 비슷하게 처리하는 데에는 집단적 체제 안에서 분리나 배제 경험이 사회적 동물에게는 치명적 고통으로 입력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한다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려나? 나부터 잊지 말아야겠다. 칼에 손이 베었을 때의 아픔을. 정신적 고통도 다르지 않음을.
팁 : 실연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타이레놀이 진통 효과를 발휘하는지 실험을 했다는데, 의미있는 효과가 나왔단다. 이제는 이별의 아픔을 술이 아닌 타이레놀을 먹기를. 
 
4.
저출산의 원인은 병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쟁적 사회가 문제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과라고. 그러니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며 살아야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세상에서 벗어나보자! 경쟁력 있는 사람이기 보다는 자율성 있는 사람이 되보려고. 눈치는 분위기 파악하는 정도로만 남겨두고. 
 
5.
점점 다가오는 A.I 시대에 우리는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 가축으로 필요에 의해서 사육하던 동물들을 방 안으로 들이면서 가족이 되었다. 로봇은 기계니까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글쎄...... . '페퍼'나 '버디'를 본다면 과연 단정지을 수 있을까? 저자의 말대로 A.I는 반려동물이 하지 못하는 인간의 언어까지 사용한다. 이미 나와있는 여러 영화나 문학 작품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기계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미있어 한숨에 쉭~ 읽었다. 어렵지 않게 써서 에세이 한 편 읽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었다. '사회성, 이렇게 하면 향상된다'라는 해결서는 아니고, '사회성, 그까이꺼 중요하지 않아'라는 남의 다리 긁는 위로서는 더더욱 아니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하면 누구나 일정 부분은 '사회성' 결핍이 있고, 그것이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됨으로써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 더불어 보완할 건 보완하고 괘념치 않아야할 것은 비우면 된다는 것.  
 
즐거운 시간이었다. 
 


 

로봇 페퍼와 버디

‘고독solitude‘은 심리학적으로 외롭다는 느낌 없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 P49

인격적 존재의 다양성이 생겨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맺을 관계는 어떻게 진화할까요? 저는 이런 미래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인간 본성이라는 과거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깊이 들여다봐야 미래를 멀리 내다볼 수 있으니까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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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위대한 역사 - 출간 40주년 기념 개정판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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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40주년 기념 개정판. 말로만 듣던 책을 작정하고 읽는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는 '자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계 전체를 조망하며, 각 군의 동물들을 그들이 처음 생겨난 때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생명이라는 드라마에서 수행한 역할의 측면에서 살펴"본다고 했다.

제1장 무한한 다양성
찰스 다윈의 이론을 간단하게 살펴보면서 동물의 역사 초창기부터 등장하는 원시 생물과 균류, 원생생물, 군체 생물 등을 짚어본다.

제2장 생명의 구성 단위
원시(해양)생물에 대해서 알아본다. 어류를 제외한 껍데기가 있는 동물, 대칭 형태의 동물, 여러 마디로 나뉘어 있는 동물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한 편형동물, 몸 앞부분이 복잡한 완족류, 몸 아래쪽이 발(foot)인 연체동물, 눈이 정교한 두족류, 완족류, 피부에 가시가 돋아있고 다섯 부분으로 대칭구조를 기본 단위로 하는 극피동물, 몸을 둘러싸는 둥근 홈이 있는 환형동물, 광익류, 갑각류 등을 알 수 있다.

[재미나는 상식]
ㅡ 고해상도의 눈을 발달시킨 최초의 생물은? 삼엽충.
ㅡ 삼엽충의 친척 중 살아남은 1종은? 투구게.
ㅡ 해양 무척추동물 중 일부가 바다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번성하여 육상 동물 중에서 가장 수가 많고 다양한 동물군을 이룬 종은? 곤충.


제3장 최초의 숲
우산 이끼같은 원시적인 육상 식물부터 노래기를 잡아믹는 사나운 무척추동물, 양치식물, 양서류, 좀류, 톡토기류, (원시)곤충, 초기의 나무(엽상체), 구과식물, 세계의 외관을 변화시킨 꽃의 출현 등 육지 초기 동식물의 생식과 번식에 대해서 설명한다.

[재미나는 상식]
ㅡ 원시 육상 무척추동물 가운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세 종류는? 지네, 전갈, 거미.
ㅡ 물을 이용하기 위해 토양 입자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어 수분층을 흡수할 뿌리를 가진 식물이 출현했는데, 현재까지 큰 변화없이 살아 남은 세 종류는? 석송, 쇠뜨기, 양치식물.
ㅡ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날개 달린 곤충은? 잠자리.


제4장 무리의 형성
딱정벌레 같은 외골격 몸을 가진 곤충, 나비 등 탈피를 통해 성장하는 곤충, 벌꿀과 개미처럼 군집 생활을 하는 곤충들의 생식과 짝짓기, 집짓기 등을 서술한다.

[재미나는 상식]
ㅡ 가장 복잡하고 세련된 사회 형태를 이룬 곤충은? 말벌, 꿀벌, 개미.
ㅡ군대를 이룸으로써 숲속 동물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무시무시하고 장수하는 초개체는? 군대개미
.

제5장 물의 정복자
수생 동물의 변천 역사와 어류의 각 감각을 이용한 생존방식을 살펴본다. 한쪽 구멍으로 물을 빨아들여서, 벽에 가늘고 긴 구멍들이 있는 자루를 통과시킨 후, 다른 한쪽 구멍으로 배출하는 여과 섭식자를 시작으로 눈과 코, 그리고 아가미를 지탱하는 아치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턱이 없는 어류를 거쳐 턱과 이빨, 지느러미가 있는 척추 어류로 발달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또한 상어,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와 부레를 획득한 후 빠른 속도를 얻은 유선형 물고기(다랑어, 청새치, 고등어 등)와 다시 갑옷을 입은 거북복, 해마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류의 후각, 시각, 청각과 그 감각들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심해 물고기들의 고유 신호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재미나는 상식]
모든 어류에게는 우리에게는 없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어류의 몸 양옆과 머리 위쪽에는 몸의 나머지 부분과 감촉이 약간 다른 선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선은 여러 개의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구멍들은 체표면 바로 아래에 위치한 관으로 연결된다. 이를 측선계라고 하며 물고기가 수압의 차이를 감지하게 해준다.


제6장 육지로의 침공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서 육지에서 서식하는 최초의 척추동물이 된 것은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 중 하나이다. 이는 약 3억7,5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그런데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은 어떻게 물 밖에서 이동하고, 공기 중에서 산소를 얻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실러캔스와 폐어를 연구한 결과 폐어가 네발동물과 더욱 가까운 관계임을 밝혀낸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양서류(유미류와 무미류)의 진화와 번식, 양육법, 생존 방식 등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제7장 방수성 피부
이 장은 꽤 오랜 기간동안 지구를 장악했던 파충류에 대해 서술한다. 현재 파충류의 천국인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이구아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룡, 현재 남아있는 파충류들을 살펴본다. 악어, 도마뱀, 거북, 뱀 등의 번식과 생활방식, 환경에 따른 신체의 퇴화와 강화를 보면서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미나는 상식]
ㅡ 공룡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파충류 세 종류는? 악어, 도마뱀, 거북이
ㅡ 오늘날의 파충류에서 몸집이 가장 큰 동물은? 악어


제8장 공중의 지배자
시조새 등 화석을 근거로 새의 조상을 알아본다. 조류의 가장 큰 특징인 깃털은 처음부터 비행을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공룡 멸종 당시 깃털을 가진 일부가 살아남아 조류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조류의 부리와 뼈의 진화, 깃털의 기능, 날개의 역할, 피부의 특성, 비행과 길찾기 및 이동, 서식과 짝짓기 등을 서술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새들우 먹이를 부숴 먹어야하기 때문에 이빨 대신 위 안에 있는 모래주머니를 이용하는데, 이는 오래 전 용각류 공룡이 사용하던 방식(위석)이다. 용각류는 공룡 중에서 대형공룡으로 분류 되는데, 이들이 새의 조상이라는 점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제9장 알, 주머니, 태반
포유류의 기원과 진화, 독특한 특징을 가진ㅡ유대류, 알을 낳는 포유류ㅡ포유류에 대해 읽어볼 수 있다. 약 2억 년 전에 완성된 형태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크기가 작고 온혈성 동물인 포유류는 대재앙에서 살아남아 공룡이 사라진 빈 자리를 채웠다.

[재미나는 상식]
ㅡ 알을 낳는 포유류는?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제10장 주제와 변주
땃쥐, 개미핥기, 박쥐, 두더지, 고래같은 무척추동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땃쥐류로부터 땅속에서만 먹이를 찾는 변종인 두더지가 생겨났다. 갑옷을 입고 있는 천산갑과 아르마딜로, 개미를 먹고 사는 개미핥기, 털로 된 망토에 덮여 있고 너무 특이해서 독립된 '목'으로 분류되는 날여우원숭이, 이름에 '쥐'가 들어있지만 자신들만의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박쥐, 그리고 대표 해양 포유류인 고래 등 변주된 포유류들의 생존방식을 알 수 있다.

제11장 사냥꾼과 사냥감
초식동물이 먹이를 취하는 방법을 토끼, 코끼리, 나무늘보를 통해 이야기하고, 고기를 먹는데 특화되어 있는 고양잇과 동물들을 들어 사냥꾼들의 사냥 방식을 말한다. 또한 대규모 무리를 이루는 방식을 통해 방어를 하는 영양 등 유목 생활을 하는 초원의 동물들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해 진화한 동물들의 생태를 알 수 있다.

제12장 나무 위의 삶
나무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다면 거리를 판단하는 능력과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능력이 극도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과 손가락이 필요하다. 이런 물리적 특성을 갖춘 현생종은 약 200여종. 이 장에서는 여러 원숭이와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등의 집단과 생활 방식에 대해 서술했다.

[재미나는 상식]
ㅡ 현생 유인원 다섯 종류는? 아시아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아프리카의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인간.


제13장 의사소통을 향한 열망
유인원들이 인류 계통수의 일부라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호미닌hominin'이라는 용어를 쓴다.
현재까지 발견된 증거로 우리는 초기 인류로부터 그들이 유전적 자취를 남겼음을 알고 있다. 인류가 번성하는데 도움을 준 중요한 능력은 의사소통이다. 우리는 손가락질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고 어떤 동물보다 많은 수의 독립된 얼굴 근육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이목구비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다양한 감정의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예술에 대한 흥미로 이어져 수많은 벽화와 기호들이 현대에까지 전해졌다. 인류는 이러한 능력을 경험으로 축적해나가며 더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구가 인류를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은 금물이다. 인류 앞에 더 진화된 새로운 객체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설혹 그렇다하더라도 인류가 자연계에서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보다 더불어 공존해야함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인간의 겸손이 자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의 구실이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자연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대부분 인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상들이 과연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원시.고대 생물에 관심이 많아서 읽었는데, 기대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지적욕구의 충족과 사진으로 만난 눈의 호사. 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듯 하다. 물론 전공자 수준의 독자가 읽기에는 부족하겠지만, 나처럼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한 사람이 아니라면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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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며 10억을 버는 8가지 비밀
오하마 후미오 지음, 김은혜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훗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작은 디저트 가게 '안젤리크 보야지'. 메뉴는 크레이프와 쇼콜라 보야지, 두 가지 뿐이다. 크레이프의 유통기한은 30분, 쇼콜라 보야지는 수제 방식을 고집한다. 그래서 크레이프는 배달이나 포장이 불가능하고, 쇼콜라 보야지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직원은 정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몇 명 정도다. 그럼에도 연매출은 약 11억 정도, 순이익은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단 두 가지 메뉴와 대량 생산없이 가능한 일일까? 
 
저자가 밝힌 비법 여덟 가지는,
첫째 기술지향주의를 버려라.
뛰어난 기술보다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둘째 잘 팔리는 상품 하나만 만들어라.
자신에게 잘 맞는 상품 하나를 제대로 개발하길 권한다.
셋째 한 가지 상품을 최고로 잘 만들어라.
저자는 초콜릿 뿐만 아니라 생크림에 들어가는 우유와 밀가루, 달걀, 소금의 품질, 밀가루의 비율, 토핑에 올릴 재료의 신선도, 크레이프를 굽는 기구까지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넷째 기억에 남는 상품을 만들어라. 
고객이 잊지 못할 감각을 찾아서 고객이 '다시' 가게를 방문할 수 있게 한다. 이 '다시'가 중말 중요하다.
다섯째 상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라.
상품의 품질을 올리는 동시에 희소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쇼콜라 보야지가 바람대로 소중한 선물이 되어 행복해지는 상품이 되었다고 믿는다.
여섯째 트렌드를 의식하지 마라.
유행을 일일이 따라가기 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을 성실하게, 꾸준히 판매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유리하다. 자신이 만든 상품을 믿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곱째 시대에 맞춰 상품을 조금씩 바꿔라.
사소하더라도 중요한 개선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섬세한 노력이야말로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비결이다.
여덟째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고객은 왕'입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들이 왕입니다. 우리는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서만 가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만나고 저를 만나기 위해, 안젤리크 보야지를 찾았으면 합니다.  (p125)
 
특별한 비결은 아니다. 누구가 생각하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사항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소신을 잘 지켜온 사람이라고 보여진다.
보통 '재료'라고 쓸 때 '재'는 한자로 材(재목 재)'를 사용하지만 저는 財(재물 재)를 씁니다. 제게 재료는 材料가 아니라 財料이니까요. 재료는 정말 재산만큼 중요합니다. 그렇게 여겨야 자신이 알고 있는 최상의 맛을 손님에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p29) 
 
처음 가게를 열었을 당시 쇼콜라 보야지를 홍보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웃들에게 크레이프와 커피, 쇼콜라 한 조각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저자. 상품 개발이나 재료의 품질 등 여러 비결이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결국 '사람'과 '관계'라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디저트를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음식을 만든다는 것. 이것보다 더 큰 비결이 있을까 싶다.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경영 철학이 궁금해서 읽었는데, 가게 운영을 넘어서 무엇을 하든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쓴 사적인 리뷰

보통 ‘재료‘라고 쓸 때 ‘재‘는 한자로 材(재목 재)‘를 사용하지만 저는 財(재물 재)를 씁니다. 제게 재료는 材料가 아니라 財料이니까요. 재료는 정말 재산만큼 중요합니다. 그렇게 여겨야 자신이 알고 있는 최상의 맛을 손님에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P29

‘고객은 왕‘입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들이 왕입니다. 우리는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서만 가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만나고 저를 만나기 위해, 안젤리크 보야지를 찾았으면 합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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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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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소설에 꽂힌 건 '정통 판타지 문학'의 부활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이영도 작가 이후 얼마만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다. 530쪽 책을 한번에 읽었을 만큼. 
 
 
절대지존 용, 그것도 야생용 빌러디저드에게 납치당한 열일곱 살 울리케.  피어클리벤 영주의 여덟 번째 딸인 그녀는 용의 한 끼 식사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당찬 교섭으로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가문의 영지의 수호 협력까지 이뤄낸다. 이를 계기로 울리케는 고블린 족, 시그리드 모험단, 유랑민족 류그라, 크누드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고, 심상치 않은 세상의 소용돌이 안으로 발을 딛게 된다. 
 
소설은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블린 족의 아우케트를 통해 물리적 폭력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강요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간과되어지는 수단 역시 폭력이라고 말한다. 
 
150.
"나는 확실히 나의 형제들보다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를 폭력으로 강요한다면, 과연 내가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득과 합리를 타인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해도 말이다." (아우케트-고블린) 

 
 
그리고 현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노동 착취와 가난으로 인한 인신매매, 고용주에 의해 삶의 결정권이 좌지우지 되는 사람들은 구속되어져 있지 않더라도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일갈한다. 
 
237.
"단순한 신체의 구속이 노예라면 죄수들도 노예입니다. 얽힌 의무와 터전의 문제라면 가난한 영민들도 결국 노예입니다. 도시에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까? 도시의 유소년 매매상들은 인력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들로부터 팔려나가는 아이들의 생은 고용주에 의해 하늘과 땅처럼 갈라지지요. 노예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되지 않습니다." (시그리드-마법사) 

 
 
또한 윤리의식 없는 권력과 돈의 잔인함, 더하여 욕망을 채우기 위한 거짓과 이간질, 그리고 인종 청소, 유랑민족 류그라를 통해 볼 수 있는 디아스포라의 땅에 대한 절실함까지 읽을 수 있다. 
 
513.
"저는 검과 돈이 근본적으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주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두 상대가 서로의 이익을 논할 때 사용하는 도구니까요. 검보다 잔혹한 돈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 더러운 검도 있습니다. 둘 모두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사용자에게 충분한 기술과 더불어 어떤 도리를 요구합니다. 선과 정의에 관한 고찰이 비단 기사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쿠누드-아우셀바프의 치안판관) 
 

 
소설은 8권으로 완간 예정으로 알고 있다. 이제 고작 1권이다.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도 안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고 재밌기까지 하다. 이것을 잘 엮어내고 풀어놓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고 완간까지 힘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달리기만 해도 숨차겠지만. 
 
한 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눈 빠지게 읽었다. 이후 뒤늦게(?) '반지 원정대'를,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읽어대면서 "해리 포터는 아무 것도 아니였어!"를 중얼댔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완간 될 때까지 출간을 기다리는 시리즈가 될 듯 하다.

 

 

너를 먹겠다

"나는 확실히 나의 형제들보다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를 폭력으로 강요한다면, 과연 내가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득과 합리를 타인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해도 말이다." (아우케트-고블린) - P150

"단순한 신체의 구속이 노예라면 죄수들도 노예입니다. 얽힌 의무와 터전의 문제라면 가난한 영민들도 결국 노예입니다. 도시에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까? 도시의 유소년 매매상들은 인력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들로부터 팔려나가는 아이들의 생은 고용주에 의해 하늘과 땅처럼 갈라지지요. 노예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되지 않습니다." (시그리드-마법사) - P237

513.
"저는 검과 돈이 근본적으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주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두 상대가 서로의 이익을 논할 때 사용하는 도구니까요. 검보다 잔혹한 돈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 더러운 검도 있습니다. 둘 모두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사용자에게 충분한 기술과 더불어 어떤 도리를 요구합니다. 선과 정의에 관한 고찰이 비단 기사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쿠누드-아우셀바프의 치안판관)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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