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의 월든
서머 레인 오크스 지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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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실내 가드닝이 인기다. 봄에만 극성이던 황사는 옛말이고 계절과 상관없이 (초)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는 어느새 일상용품이 되었다. 이와같은 환경적인 요인과 더불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에 녹색 환경이 안정을 준다는 과학적 사실까지 보태져 많은 이들이 실내 정원을 가꾸고 있다. 그만큼 자연, 즉 흙과 식물의 필요성은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도시가, 그리고 도시인들에게 식물이 필요한 이유와 실제로 식물을 가까이 한 후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달라진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고 있다. 또한 자연 파괴와 그로 인한 복구가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를 성토하며 호소한다.

 

107.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는 데는 자연을 파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연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쏟아붓고 많은 자원을 투입했지만, 우리는 대자연의 생태계를 조금도 복원할 수 없었다. 생태계는 겨우 예닐곱 세대가 아닌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기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몇 군데가 있었는데, 먼저 '생명 공포증'을 앓는 아이들의 사례가 보고 되었다는 부분이다. 자연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야외에 나갔을 때 거리낌이 들고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며 손에 흙이 닿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등산 혹은 숲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흙이 더럽다고 바닥에 앉지 못하는 사람, 지렁이나 곤충을 보면 징그럽다고(혹은 무섭다고) 기겁을 하는 아이들을 꽤 많이 보았다. 하지만 평소에 도시 밖으로 나오는 경험이 거의 없으니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설사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시설이 갖춰진 호텔에 투숙하고 정비가 된 관광지만 일주하니 흙을 제대로 딛을 기회도 많지 않다).

다음으로는 식물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나 따끔따끔 찔리던지..... .

도시의 거주자들이 식물을 들일 때 자주하는 질문이, "쉽게 죽지 않는 식물은 어떤 건가요?"란다(그게 나다). 하지만 식물을 잘 키우려면 다른 질문을 해야한다고 한다. 내가 어떤 식물과 살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식물이 우리 집에 살고 싶은지 물어야한다고. 이 부분을 처음 읽을 때에는 "어째서?"라고 생각했는데, 곰곰 따져보니 그 말이 맞다. 식물마다 적절한 환경이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주거 환경을 식물에 맞춰 바꿀수 없으니 환경에 적응이 가능한 식물을 데려오는 게 현명하다는.

 

180.

먼저 식물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난 뒤, 그 대답이 내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내가 식물의 행복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제목, '식물에게 사랑받는 법'.

 내가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이 아닌 식물에게 사랑을 받는다니, 참 기분좋은 말이다.

 

190.

식물에게 사랑받으려면 대자연이 하는 일을 대신 해줘야한다. 반려식물은 대부분 화분에 있기 때문에 숲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엽, 균류와의 공생, 또는 미생물과 기타 유익한 토양과 다양한 결합이 가져오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최적의 햇빛을 찾는 것부터 젓가락으로 흙 속에 공기가 통하게 하는 것까지 식물이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챙겨줘야 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짧게나마 일본 정원에 대한 예찬이 나온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우리나라 담양의 소쇄원을 다녀갔으면하는 바램이 있다. 그녀가 소쇄원을 둘러본 후 소회가 어떨지 궁금하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식물을 키우는데 있어서 금손인데, 나는 ㄸ손을 넘어 저주받은 손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식물을 제대로 키워낸 적이 없다. 오래 전, 아빠가 오죽했으면 나한테 돈은 맡겨도 식물은 못 맡긴다고. 엄마도 "네가 얘들한테 관심을 안가져서 그래"라고 훈계를 하셨는데, 이 책에도 보면 관찰이 중요하다고 나온다. 그래서 올해에는 맘먹고 식물 몇 가지를 키워보려고 한다. 마침 책에 나온 몇 가지 팁을 이용해보기로.

아래는 제시한 조건 중에 나에게 맞는 것들 중에 몇 가지.

 

창턱 햇빛이 강하다 / 방임주의 : 에케베리아

창턱 햇빛이 강하다 / 신경을 쓰는 편 : 다육식물

창가가 밝지만 상대적으로 햇빛이 안든다 / 커다란 식물을 수용할 공간이 있다 : 몬스테라

창가가 밝지만 상대적으로 햇빛이 안든다 / 중간 식물을 수용할 공간이 있다 : 스파티필룸

간접광선이 들어온다 / 방임한다 : 엽란

가능한 주의를 기울여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보련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은 이미 화원으로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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