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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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에서 공룡 뼈 화석을 놓고 국가와 개인 간의 소송이 벌어진다. 공룡뼈를 훔쳐 경매를 통해 팔고자 했던 남자는 사십 대의 에릭 프로코피. 도대체 무슨 일일까? 

 

고대 생물의 화석을 사냥, 복원, 매매하는 일을 하는 미국인 에릭 프로코피는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이후 T. 바타르)의 화석을 복원 작업해 경매회사 헤리티지 옥션스에 위탁하여 경매를 예정하고 있다. 

 

경매회사의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몽골의 고생물학자 볼로르체제그 민진 교수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몽골에서는 화석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고, 민진 교수는 경매에 부쳐지는 T. 바타르의 뼈 표본이 불법 거래임을 알아차리고 노렐 교수와 몽골 내에서 상당한 인맥을 보유한 오유나에게 도움을 얻어 헤리티지 옥션스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회사는 경매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뼈 표본은 105만2,500달러에 낙찰된다.

 

 

 

■ ■ ■ ■

 

플로리다에서 성장한 에릭 프로코피는 어린시절부터 화석을 수집하는데 흥미를 가지며 성장했다. 그는 화석을 사냥, 청소, 식별, 분류하면서 배우는 것을 즐겼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자신이 수집한 화석을 거래했으며, 화석 사냥꾼으로 살기를 희망했다. 대학을 졸업한 에릭은 본격적으로 화석 사냥꾼이자 매매상의 길로 들어섰고, 자유분방한 어맨다를 만나 결혼한다. 평소에도 검소와는 거리가 먼 에릭과 어맨다는 가정을 꾸리면서 큰 돈을 필요로 했고, 때마침 독일의 보석감정사 안드레아스 구아가 몽골에서 대량의 공룡뼈를 수집해 돌아와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이 기사화된다. 이 기사를 접한 에릭은 공룡 뼈, 특히 거대 공룡의 뼈에 눈을 돌린다. 

 

거기에 더하여 헐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공룡 뼈 수집에 열광하면서 매매가가 높아지자 에릭은 몽골 공급처인 투브신과 직거래를 하고자 몽골로 향한다. 투브신과 함께 고비사막에 도착한 에릭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직접 확인하고 빚을 끌어들여 대량의 뼈들을 계약한다. 키 2m가 조금 넘는 T. 바타르의 뼈를 비롯한 일부의 뼈들을 받은 에릭은 기존에 계약한 물품이 채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추가 계약을 하고 돈을 더 보낸다. 그러나 기다리는 공룡뼈는 오지 않고, 투브신의 아내로부터 그의 사망 소식을 담은 이메일만 도착한다. 

 

이 와중에 2009년 미국은 옴니버스 공공토지관리법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데, 이 법안에는 생물자원법도 포함되어 있어 연방 재산에서 발견된 화석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에릭은 가지고 있던 T. 바타르의 뼈를 복원시켜 박람회에 팔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에릭은 헤리티지 옥션스에서 경매를 하기로 결정하지만, 이 사실을 안 몽골의 정부에서 철회 요청이 들어온다. 그러나 에릭도, 경매회사도 경매를 강행하고 낙찰된다. 

 

T. 바타르는 검사 절차에 들어간다. 검사에 참여한 고생물학자들은 복원 작업이 해외에서 이루어졌고, 복원 상태는 매우 훌륭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몽골은 에릭과 헤리티지 옥션스를 상대로 밀반입에 관련한 소송이 시작되면서, T. 바타르에 대한 압수 영장이 발부된다. 

 

한편, 몽골에서는 경찰이 자체 조사를 들어갔다. 이미 사망한 투브신의 컴퓨터를 복구하여 에릭과의 거래가 담긴 구체적인 내용들을 증거로 확보한다. 그리고 에릭이 몽골 방문 시 그의 동선과 투브신과의 대화를 듣고 목격한 증인도 나타난다. 에릭은 투브신이 판매하는 공룡뼈 매매의 합법성 여부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 빚만 남은 에릭은 그나마 소장하고 있던 뼈들마저 증거품으로 압수된다. 재판 결과는 에릭의 우려와 다르게 징역 6개월(연방 교도소 3개월, 사회복귀 훈련시설 3개월)에 처해졌다. 이유는 에릭의 공룡 화석 발굴에 대한 기여도와 중범죄가 아니라는 것.

레셈의 말마따나 공룡뼈를 몰래 빼돌려 팔아먹었다고 해서,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거액의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테러를 일으켜 인명을 희생시킨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에릭이 선고받은 형기가 왜 가볍다고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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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화를 그대로 옮긴 보고서이다.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해 메리 애닝을 거치는 발굴의 역사, 화석의 과학적 의미, 라슨 형제의 사례같은 상업성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과학(문화)를 광범위하게 말하고 있다.  

 

1994년 6월 뉴욕의 필립스 경매 쇼룸에서 최초의 자연사 경매가 열렸다. 실적은 30만달러로 비록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화석이 경매에 등장하면서 박람회에서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화석이 완제품(?)으로써 거래 물품이 되고 가격을 상승시켰다. 그에 따라 무분별하게 채취되는 화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과학적 가치가 있는 지층까지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단순하지 않다. 물론 화석을 불법적으로 발굴해 밀반입을 통한 상업적인 목적을 두고 있는 부분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밀반입이나 상업적인 윤리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정작 고민해봐야할 문제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책에도 언급했듯이 세계적으로 고생물학자의 수는 많지 않다(한국은 더하다). 우주로 로켓을 쏘는 시대지만, 화석 발굴은 여전히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하는 고된 노동이다. 그러다보니 발굴해야 할 화석은 많고, 인력은 부족하다. 발굴의 자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로만 한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그래서 아마 이러한 이유로 미국 법원도 에릭의 발굴 기여도를 언급한 게 아닐까싶다). 그럼에도 학자들 또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발굴을 맡긴다면 연구에 대한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그렇다면 과학적.역사적 가치, 고생물학자, 매매자, 수요자 등이 서로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T.바토르가 매각되자 몽골 정부와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적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몽골 문화부는 레셈에게, T. 바타르를 몽골로 보내고 15만달러를 보상해 주겠다는 중재를 요청한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몽골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다.  이 부분은 에릭 사건만큼이나 입맛이 쓰다.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에서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좋아한다. 그래서 관련한 영화나 책, 다큐멘터리 영상 등은 가능하면 챙겨서 보는 편이다( 이 책에서 필립 커리 박사 이름이 등장해 나름 신기했다는...). 흥미롭게 읽었는데 화석 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의 희귀 생물까지 떠올리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지금은 멸종되어 알 수 없는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계속 누리고 싶다면 학계, 정부, 신민단체, 관심있는 일반 시민 등 다각도로 함께 궁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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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단단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김달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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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별, 외로움, 관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생.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달한 말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서슴치 않는 작가의 애정 담긴 쓴소리가 쓰여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과 마음에 확 들어온 몇 가지를 써본다. 
 
 
마음 단단한 사람은 결코 짝사랑하지 않는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이 소제목을 읽다가 잠깐 생각해보니 살면서 짝사랑이라는 걸 해 본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학창시절조차 연예인이나 선생님을 동경해 본 적도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마음이 단단해서일텐데, 성정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책에서는 하고자 하는 말은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거절당할 떄 당하더라도 고백을 하라는 건데, 고백을 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거절당하는 상처를 감수할 만큼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작가의 말대로 일단 고백은 하는 게 낫지 싶다. 혹시 누가 아는가? 상대도 나를 짝사랑하고 있을지. 


 
그를 삶의 1순위에 놓는 당신에게
책의 '만년 대기조'라는 표현에 웃음이 났다.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연애를 하면 친구와 취미 생활은 조금 멀어지고, 개인의 생활을 고집하면 그것이 자신에 대한 상대의 애정 척도로 삼아 "이게 중요해? 내가 중요해?"라는 유치찬란한 질문을 던진 경험. 지금이면 빛의 속도로 "내가 중요해"라고 대답할테지만, 연애를 처음 해 볼 때는 어디 그런가? 아마 그렇게 하나하나 깨우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한다. 그래도 잠깐은 앞뒤 안보고 깊은 사랑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어떤 순간에도 가장 중요한 건 '나'라는 걸 잊지 않으면 된다. 


 
갑이 되는 사람은 결국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이 말 참 공감한다. 종종 서로 잘 맞는 짝꿍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의아하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왜, 어떻게 상대가 채워줄까? 나의 부족한 부분은 내가 천천히 채우면 된다. 영 채워질 것 같지 않으면 좀 비워가면 어떤가 싶고. 어차피 나 또한 타인을 채울 깜냥도 안되고 채울 의지도 없는데, 뭘 굳이... . 나 혼자서도 삶이 만족스럽다면 누구와 만나 사랑을 해도 고달프지 않을 터다.  


 
단언컨대 당신을 그를 바꿀 수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나를 만날 수도 있는 것이 연애이다'라는 문장은 참 와닿는다. 나한테 어떤 요구를 하기 전에 상대에 의해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를 갖을 수 있는 영향을 주는 사람. 이는 입장을 바꿔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에도 미니멀리즘은 필요하다.
살다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최소한 12년의 학교생활을 마쳐도 만만치 않은 인간관계가 대학을 들어가고 취직을 하면 때때로 챙겨야 하는 경조사만도 적지 않다. 거기다 SNS로 인해 원하지 않은 계정들이 추천되고 몇 년 동안 연락도 하지 않던 동창들까지 알은 체를 한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SNS때문에 품위 관리 차원에서라도 보여지는 일상을 관리한다. 생각만해도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 온다. 작가의 말대로 과감히 관계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부모의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읽으면서 뜨끔했다. 부모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훨씬 빨리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하루가 힘에 부쳐서 모르는 척 할 때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주 각성해야겠다는 다짐을 둔다. 
 
 
지금 사랑을 하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 그럼에도 이별 후 혼자 남아 떨고 있을 나의 외로움이 두려워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 유독 나만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사람, 아무리 기다려도 상처가 아물지 않는 사람. 
책을 펼친다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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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
이근대 지음, 소리여행 그림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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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볕 아래에서든, 비 오는 날 차 한 잔과 함께 빗소리를 들으면서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더욱이 알록달록한 예쁜 색감이 가득한 그림까지 있어 읽는 맛이 더 좋다. 
  
 
 
비가 오는 날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만날 수 있는 날.
(비 내리는 풍경 / p20) 

 
시인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만날 수 있는 날이 비 오는 날이라고 했다. 왜일까? 우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멜랑콜리한 감정을 느낀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무념무상이 되기도 하고, 우산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거리를 산책하기도 한다. 비가 오면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활동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참 적절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만난다니. 
 
 
 
 
인생을 꽃 피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영혼으로 따뜻하게 웃는 거예요.
(인생의 목표 / p31)  

 
많은 사람들이 일정 평수의 집, 일정 수준의 연봉, 노후 계획 등 풍족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미뤄두고 내일을 살고 있다. 좋은 자식,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정작 '좋은' 가족이 무엇인지 고민조차 못해보고 늙어간다. 인생의 꽃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지의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피워야 할 것이다. 
 
 
 
 
내 곁에 있을 때
한 번 더 
사랑한다 말할걸 그랬다.
(그리운 얼굴 / p83) 

 
살면서 가장 자주 후회하는 부분이 아닐까.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더 많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애썼다고 서로 위무하고 쓰다듬어주면 좋겠다. 
 
 
 
 
많이 배운 사람보다 
사랑받는 사람이 더 향기롭고
많이 가진 사람보다
사랑받는 사람이 더 빛납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 / p112) 

 
실제로 남녀노소 막론하고 사랑 받는 사람들에게서는 건강함이 느껴진다. 타인의 바라보는 데에 꼬임이 없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가식이 없다. 조금 부끄럽거나 민망한 일이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건강한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하더라. 
 
 
 
 
절대 잊지 마라.
낮과 밤 사이에 과일이 익어가듯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삶이 익어간다는 것을.
(잊지 마라 / p154) 

 
인생이 늘 꽃길만 일 수 도, 흙길만 일 수도 없다. 오르막 내리막 길, 평탄한 길, 꽃길, 진흙탕길을 오락가락하면서 우리는 단단하게 다져지고 성숙해진다. 표현이 참 마음에 들어온다. 삶이 익어간다...... . 
 
 
 
 
시간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말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
시간은 당신을 순식간에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전하지 못한 말 / p158)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전하는 시다. 나중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나 '나중에'라는 말을 무심코 너무 자주 뱉는다. 그러지 말아야지...... .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따뜻하게 데워진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놓아두고 가슴 한 켠이 헛헛해 질 때 펼치면 좋을 책이다. 
 
 
세월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도
나를 사랑할 시간은 오늘뿐이에요.
(오늘, 나를 사랑할 시간 / p241)

세월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도
나를 사랑할 시간은 오늘뿐이에요.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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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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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폴란드 대통령 레흐 카친스키는 '카틴 숲 학살사건' 추모행사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동승했던 영부인과 함께 사망한다.  
 
 
같은 해 10월, 변함없이 개최되는 쇼팽 콩쿠르.
5년 동안, 어쩌면 이 날만을 기다리며 실력을 키워온 열여덟 살 소년 얀 스테판스. 음악가 집안임에도 아직까지 쇼팽 콩쿠르 우승자을 배출하지 못한 비톨트는 외아들인 얀에게 모든 기대와 희망을 쏟아부었다. 오로지 쇼팽 콩쿠르 우승을 위해 키워진 얀. '명예'는 있지만 '영예'가 없는 스테판스 집안에 그 부족함을 채워줄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 4월에 있었던 대통령 서거와 수시로 일어나는 테러 사건으로 폴란드로서는 자국민이 우승을 해야 하는 명분은 더 확고해졌다. 폴란드 국민에게 쇼팽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는 얀의 어깨에 집안의 영예를 넘어 어수선한 시국에 있는 국민의 위안과 기대까지 모두 얹혀있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동안 얀의 스승이자 이번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인 카민스키는 제자에게 이번 대회에 대항마가 될 두 사람에 대해 언급한다. 시력을 잃은 천재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 대회 최연장자인 미사키 요스케다. 두 사람의 국제대회 이력이 없어 얀은 그들의 실력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간 종종 보아왔던 일본인 연주자들의 패턴과 같은 연장선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1차 예선 셋째 날, 사카키바의 순서를 앞두고 시간이 지나도 사회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15분이 지나자 사회자가 나타나 연주가 연기되었음을 알린다. 참가자용 대기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열 손가락이 전부 두 번째 관절까지 사라진 채로 발견된 피살자는 그동안 있었던 테러 사건을 수사하던 피오트르 형사다. 그를 목격한 자는 시력을 잃은 콩쿠르 참가자 사카키바 류헤이.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국적과 나이, 성별도 모르는 폭탄 전문가, '피아니스트'다. 

 

 

■  ■  ■

 

소설 안에서 비톨트에게 있어 피아노는 욕망을 채우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아들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부정 행위도 불사하겠다는 비톨트. 수십 년간 음악가로서 살아온 비톨트는 고작 18세 아들보다 음악을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폴라드적 쇼팽'을 정작 그는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추리소설임에도 아름답다는 표현이 가능한 것은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음과 더불어 음악을 전공하는 주인공들이 테크닉이 아닌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깨닫고 배우는 과정, 그리고 그 진정성이 인간에 대한 존중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심에 미사키 요스케가 있다. 
 
이 시리즈가 여타 다른 추리소설과 다른 점은 사건을 해결하는 미사키가 스토리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사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저 소설 사이사이에 등장해서 무심히 하는 행동들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고, 주인공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잠깐씩 나타나는 그의 피아노 연주는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으로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다고 해야하나. 이는 기존에 카리스마 넘치는 탐정들과는 다른 결로 인상적이다. 

나는 쇼팽 때문에 모든 것을 얻었고, 또 쇼팽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고 사랑하려 해도 사랑할 수 없는 상태. 그가 바로 쇼팽이다 - P189

누군가가 살아가는 수단이라는 것은 그 사람만의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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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영목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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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쇼크로 쓰러지면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쓸개 파열로 병원에서 수술 대기 중 철사로 교살당한 자산가 노부인 애비게일 도른.

때마침 사건 현장인 네덜란드 기념병원에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엘러리가 있었고, 그는 바로 사건 현장을 접수한 후 경찰에 신고하도록 조치한다. 현장에는 범인이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하얀 즈크 바지 한 벌과 하얀 캔버스 구두 한 켤레가 남아 있다. 즈크 바지는 길이를 줄이기 위함으로 보이는 가봉이 되어 있었고, 구두는 끊어져 반창고가 붙여져 있었으며 구두 혀가죽은 구두 안쪽 앞심 위로 말려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피살자와 직.간적접으로 관련 있는 사람은 물론 병원 관계자들을 한 사람씩 심문해 나가는 엘러리.

애비게일의 수술 집도의로 예정된 닥터 재니를 심문하던 중 그가 월요일 10시30분부터 10여분간 방문객을 만났음을 알고 방문객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스완슨이라는 이름만 말할 뿐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용무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더구나 같은 시각, 혼수상태로 피살자가 대기 중인 부속실에서 재니를 목격했다는 간호사의 증언이 나온다. 닥터 재니의 조수이자 간호사인 루실 프라이스와 클레이튼 간호사를 심문 중 그가 수술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눈과 특유의 다리를 저는 모습만 봤다고 말한다. 이에 재니는 누군가 자신의 흉내를 낸 것이라며 반박한다. 

 

상황이 점점 불리해져 가는 상황인데도, 재니는 범행 시각에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이 누구인지를 고집스럽게 밝히지 않는다. 그외에도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애비게일의 말동무 역할을 했던 가정부 사라 풀러는 이십 년이 넘도록 함께 살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피살자와 말다툼이 심했고, 그녀의 남동생인 핸드릭 도른은 도박과 사치로 빚투성이었다. 그 빚의 채권자는 현재 네덜란드 기념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공갈 협박꾼 마이클 커더히다. 그는 커더히로부터 누이동생을 죽여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애비게일의 상속녀인 홀다 도른과 연인 사이이자 도른 집안의 변호사인 필립 모어하우스는 자산가 노부인의 모든 재산과 유언장을 관리하고 있다.

 

천재 연구자인 크나이젤과 재니는 비밀 연구의 후원금을 애비게일로부터 받아왔으나 2년이 넘도록 연구 성과가 없자 후원을 끊겠다는 연락을 받았었고, 그녀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유언장을 수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애비게일과 잦은 다툼이 있었던 가정부 사라 풀러가 병원의 내과 의사인 닥터 루시우스 더닝을 만난 사실을 미행으로 알아낸다. 연결 고리가 없는 두 사람이 만난 까닭은 무엇일까? 재니를 찾아왔던 수수께끼의 방문객은 누구이며, 재니를 가장한 자는 누구일까? 목을 조르는 데 사용한 철사를 판 상점은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사건은 진전없이 오리무중 상태고, 퀸 경감을 비롯한 경.검 관계자 뿐만 아니라 천하의 엘러리까지 포기를 선언할 지경이다. 수요일 아침에 퀸 부자를 직접 찾아온 토마스 스완슨. 그는 재니의 양아들로 그날 돈을 빌리기 위해 네덜란드 기념병원을 찾아왔음을 확인시켜준다. 스완슨은 과거 한때 네덜란드 기념병원의 외과의사였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애비게일에 의해 병원에서 쫓겨난 이력이 있다. 이후 재니의 도움으로 생활을 이어갔지만,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스완슨의 진술로 용의자에서 벗어난 닥터 재니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사망 원인은 애비게일과 같은 교살. 단 머리 뒤쪽을 가격당한 후 기절한 상태에서 살해됐다. 동일범의 소행일까, 아니면 동일범으로 가장한 다른 범죄자일까? 

 

미결사건으로 남을 위기에 놓일 즈음, 엘러리는 끊어진 구두끈과 가봉된 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닥터 재니의 방에 있던 캐비넷에 집중한다.

끊어진 구두에 즉흥적으로 반창고를 붙일 수 있을 만큼 반창고를 상비하는 사람, 구두 혀가죽이 말려 올라가도 불편한 줄 모르는 사람, 뒤통수를 칠 때까지 경계심을 갖지 않을만큼 닥터 재니와 관계가 있는 사람,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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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숨겨져 있는 부분이 많아서 범인을 짐작하기가 수월치 않았다. 후반부 쯤 범인이 '혹시...... 이 사람?'라는 의심을 했지만 섣불지 단정지을 수 없었던 것은 범행동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인물 간 관계가 동기와 갈등에 미치는 영향이 컸음에도 마지막에 밝혀져, 논리적으로 범인을 유추하기가 수월치 않았다. 이를 눈치챌 만한 복선이나 미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드러난 그들의 관계는 독자 입장에서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살짝 억지스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러해서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신뢰나 애정 따위는 돈이라면 얼마든지 팔아치울 수 있는 세상이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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