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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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가 바라본 위선적인 어른들의 세계가 어땠는지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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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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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유년시절 부모는 자주 싸웠고, 싸우는 부모가 무서워 동생이 아픈 줄도 몰랐고,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린 동생이 죽은 후 재인은 혼자만 살아남아 있다는 죄책감을 가슴 맨 밑바닥에 숨겨두었고 집으로부터, 죄책감으로부터 도망만 치며 살았다. 일본으로 제빵 유학을 다녀오고, 서둘러 결혼도 했고, 자신의 부모같은 부모가 되는 것이 두려워 엄마는 하지 않기로 했다. 잘 살 수 있다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외도로 결혼 생활은 끝났다. 재인이 바란 것은 그저 자신이 고통받고 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타인의 시선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대단히 조심스럽고 얽매인 관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맺는 것 보다 끊는 것이 더 어려운 사람, 자신은 겪지 못한 충만하고도 영원한 사랑이 타인을 통해 어디선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 재인. 도망치고 싶었고 자유롭고 싶지만 두려워서일까? 재인은 그 무엇도 끊어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있다. 그런 그녀 앞에 오래 전 진한 키스로 기억된 남자 도원이 나타났다.  
 
 
도원
오래 전 마음에 담아 두었던 대상은 단 한 번의 키스만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사랑하는 아내는 2년이라는 짧은 결혼 생활 끝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암투병 말기에 겪은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녀의 죽음을 홀가분하게 여겼던 죄책감에 도원은 괴로웠다. 이후 누구를 만나든 관계에 있어 '끝'을 끔찍해하면서도 언제나 본인이 먼저 끝을 통보했고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그에게 끝은 말 그대로 끝이었으며 자신의 이율배반적인 성정의 어두움에 파묻히듯 지하 작업실에 침잠했다. 그러한 그에게 햇살처럼 반짝이는 예진이 다가왔다. 너무 밝아서 가까이 가는 게 꺼려질만큼 가식없이 맑은 그녀. 그런데 예진을 통해 그녀와 재회한다. 허무하게 놓쳐버린 재인을. 
 
 
호계
이지적이나 이기적인 부모 밑에서 방치되다시피 던져진 아이에게 유일한 햇살이 되어주었던 도우미 할머니. 부모보다 더 혈육같았던 할머니와의 관계를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로 정립시켜버린 아버지를 마음의 감옥에 가둬버렸다. 아름다운 것들 사이에서 추악함은 존재한다고 세상을 이해하는 호계. 사랑이라는 감정과 타인과의 관계와 관심을 거부했고, 그래서 외로운 사람. 별 생각없이 참석한 오픈 채팅방의 오프 모임에서 만난 예진. 우연히 지하철 열차 안에서 그녀의 다이어리를 줍게 되고, 그녀가 궁금해졌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나 사랑 중이야'를 외치고 있는 해맑은 그녀. 호계는 이상하리만치 자꾸만 예진에게 시선이 가고, 두 사람은 아끼는 친구가 됐다. 예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영향을 받았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상에 한 발짝 한 발짝 발을 내딛였다. 그런데 도원을 향한 예진의 마음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위악을 뒤집어썼고, 호계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예진
약속하지 않았지만 같은 시각에 빈 상가 앞에서 그 남자와 각자의 커피를 마시는 한적한 느낌이 좋았다. 비록 짝사랑이지만 혼자서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다. 그러다 호계를 알게 되었고 뜻하지 않게 도원과 재인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그 공연만 아니었으면, 그때 호계를 불러내지만 않았으면, 그러나 재인이 아니었어도 도원은 자신과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진은 몰랐다. 예진은 늘 사랑에 빠진다. 아니 사랑에 빠진다기보다는 쉽게 연애를 한다. 내적 성찰보다는 환기를 시키는 쪽을 선택한다. 외로움을 참지 못해서일까? 티 없이 밝고 표현에 거리낌이 없으며 때로는 관계에 있어 무모할 때도 있지만 선을 지킬줄 알고 따뜻하며 다정하다. 한마디로 함께 있으면 주변까지 온통 환해지는 사람이 예진이다. 그러한 예진이 질투심에 선을 넘었다. 도원에게도 재인에게도 호계에게도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다.
 
 





 
소설은 여름에서 시작해 여름으로 끝나는, 네 남녀가 일년 동안 겪어낸 사랑과 이별을 담았다. 이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어른이 어른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그야말로 어른 성장소설이다.  
 
네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과거와 현재에서 도망다니는 중이다. 
재인은 어린시절 겪었던 가정 불화와 동생에 대한 죄책감, 용서하지 못하는 전 남편 그리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막상 그 틀을 벗어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도원 또한 죽음의 고통 앞에서 몸부림치는 아내의 악다구니에 질려 그녀가 차라리 빨리 죽기를 바랬던 과거 자신의 이기심을 자책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혹은 극복하지 못해 트라우마를 안은 채 새로운 대상을 만나고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재단한다.  
 
호계는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모와 세상을 동일시 한다. 그래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며 사람은 누구나 위선자이고 그것에 속아서는 안된다는 단단한 벽을 치고 있다. 그렇게 단단한 껍데기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여지가 없어 보였던 호계에게 작은 구멍을 만든 이는 재인이다. 자신을 동생처럼 아끼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단정하고 온화한 사람. 그런데 호재가 느낀 그 호의가 재인의 아픈 상처에 기인하며, 정작 재인 본인은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결국 호계와 큰 차이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재인이 만든 구멍에 예진이 들어와 끊임없이 호계의 자아를 흔들어 놓았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예진이다. 짝사랑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쩌면 짝사랑을 끝내기 위해서 곧바로 연애에 돌입하는 예진은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느낄만큼 상대에게 손톱만큼의 마음도 없다. 도대체 이런 관계를 왜 유지하는지 납득은 안되지만, 대상을 통해 안정을 찾는 예진의 성정을 봐서는 일정 부분 이해는 한다. 호계와의 사이가 서먹해지고 한철과의 연애가 끝나면서 본의 아니게 성찰의 기회가 생긴 예진. 다사다난했던 1년 동안 예진과 호계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외롭지 않기 위해서, 연인과 헤어지기 싫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결혼을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이 퍼즐도 아닌데 나의 부족한 부분을 딱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둘이 합친다고 완벽한 하나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둘이 되어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나 대신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굳이 채우지 않아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 차고 넘치는 삶이 얼마나 될 것이며, 꼭 채워야 행복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재인의 홀로서기였다. 일방적으로 나의 상처를 보듬어 주기를 기대하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 이뤄낸 홀로서기. 이 홀로서기에 성공한다면 재인은 라진 씨와 진정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서 반짝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를 빛내 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그들은 깊어질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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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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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이전 작품인 <아몬드> <서른의 반격> 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이었다. <프리즘>은 네 남녀가 등장하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삶의 결은 무엇일까? 이번 작품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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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 청춘의 아름다운 방황과 불안에 대하여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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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을 동경해 26개국을 홀로 여행했다는 작가의 소개글에서 표지를 넘기자마자 잠시 책을 덮었다. 


'동경'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흔히 겪어보지 못한 대상에 대하여 우러르는 마음으로 그리워하여 간절히 생각함'이다. 보통 방황이라 함은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나?라는 물음표를 찍게 되었다. 그렇게 먼 산 쳐다보기를 몇 분여... 눈과 손, 발이 이끄는대로 일정없는 여행을 흠모하는 한때의 내 마음과 같은 맥락이려나... 싶었다.



삶은 현실과 이상, 안정과 도전, 관계와 고독 등 이분법적으로 나눠져있는 경계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숙명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경계와 선택조차 낭만이다. 선택을 해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한 일이라곤 시도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도일 수박에 없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시도만이 있었을 뿐이다
/ '시도가 있었다'에서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로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정작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청춘. 과거에 잘 나갔던 그 시절을 위안삼아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오늘도 무작정 달리는 그날의 삶. 그렇다면 '나'의 오늘은 어디에 있는가? 그저 하루를 성실히 살았음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발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일까, 미련이 남아서일까
그리하여 치욕은 쌓여가고
충동은 더 커져만 간다
/  '레테강'에서 



사회는 튀어나온 돌멩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남들처럼 살아'라고 충고하지만 , '나'는 '남'이 아니지 않은가. 남이 아닌 내가 왜 남들처럼 살아야하는가라는 의구심은 들지만 그것이 안전하다고 충고하는 이들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 두려우니까. 그러나 남들처럼 살라고 말해주는 '그들'조차도 사실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도 내일은 살아보지 못했으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연륜과 상관없이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방황할 수 밖에 없다. 


신성한 침묵의 세계는 요구한다
침묵하라. 닮아가라. 동화돼라
(...)
마침내 세상의 일부가 된 나,
그럼에도 세상과 동떨어진 나
이 괴리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그럼에도 남겨진 것은'에서 








세대를 떠나 사회 관습이라는 무한궤도에서 이탈하기는 쉽지 않다. 집단 안에서 자아를 지키는 것,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 접점을 찾지 못해 부유하는 삶. 이것은 현대사회에서 비단 젊은 세대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시('그렇게 나는')에서 처럼 우리는 아무 준비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났다. 그리고 전쟁 세대는 말 그대로 목숨을 보존해야만 하는 삶을 살았다. 산업화 세대는 굶지 않기 위해서 일해야만 했다. 그 다음 세대부터는 가난하지 않는, 그것을 넘어 남보다 더 부자가 되는 인생을 욕망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더 더 더 잘 살라고 거침없이 채찍질을 가했다. 그런데 막상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왜, 대답을 망설일까? 



한참을 읽다보니 시구 하나하나에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사유했는지가 전해진다. 작가가 지구 어느곳 한 구석에서 써내려갔을 시는 비록 개인의 방황이었겠지만, 독자가 이 시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사유가  경계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과 다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멀쩡한 이 두 눈은 어둠을 명확하게 응시한다. 어둠의 티끌까지도. 그래도 끝 모를 이 새벽을 지나면 저 지평선에서 끝에서 빛이 떠오르겠지. 그때가 되면 어둠 속에서 그 구원의 빛을 또렷이 응시할 것이다. 아직 멀지 않은 두 눈으로.
/'구원을 기다리며'에서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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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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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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