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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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코로나19의 급진적인 확산으로 인류는 재난영화 한가운데에 서있다. 마스크와 소독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최대한 접촉을 삼가하며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반가운 사람과 만나도 악수와 가벼운 포옹조차 결례가 되어버린 세상.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놓쳐버릴 수 있는 위기와 마스크를 비롯한 일회용품의 증가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7.5년 후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인류는 지구 온난화로 소설에 등장하는 재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Apocalypse 끝과 시작 
 
먼 행성계에서 발견된 의문의 우주 거주구 3420ED에 탐사하러 갔던 '나'는 1천년 이상 지난 인공구조물과 현재에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기술 문명을 보유한 곳으로 보이며 유기물 한 줌 없는 그곳에서 기계들에게 붙잡힌다. 기계들의 리더 셀은 '나'를, 자신들을 구출하러 온 라이오니라고 믿는다. '나'는 다른 기계들을 통해 3420ED는 월등한 생명공학 기술을 보유한 불멸의 도시로 자신들의 건강한 복제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교체하는 방식으로 외부와는 단절한 채 수백 년간 번영했던 곳임을 알게된다. '나' 역시 주형 복제 시스템을 통해 태어난 로몬이다.
(최후의 라이오니 / 김초엽)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대륙은 없고, 살 수 있는 곳이라고는 두 대륙 사이의 여명 지대 뿐인 행성에서 고래라고 이름붙인 거대한 동물만이 육지를 대신하고 있다. 감염을 두려워해 서로가 이방인을 받아주지 않던 차에 떠내려온 다른 고래의 등에 올라타 탐사를 하던 세 사람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고립되고 표류한다.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난 빙산에 내리고 그곳에서 처음 이 행성에 도착한 조상의 시신과 용품들을 발견한다. 이제 화자는 희망을 부여잡고 자신의 글을 미래의 후대가 읽어주기를 바라며 펜을 잡는다.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 듀나) 
 
31.
죽음에 기생하여 생명을 이어가는 삶의 방식. 
 
35.
공포와 불안이 퍼지자 질병보다 빠르게 그들을 죽이기 시작한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 폭력은 감염병보다 빠르게 전파되었다. 

 
 
 
 
Contagion 전염의 충격 
 
코로나 확산으로 더이상 서울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무작정 시골로 향한다. 그 대열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미정은 걸어걸어 여주에 도착하고 어느 상가 건물에서 은색이 찬란한 작은 스테인레스 상자를 주워 가방에 넣은 후 그 건물에서 잠이 든다. 이후 잠이 들고 눈을 뜰 때 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유경을 다시 만나다니... .
(미정의 상자 / 정소연) 
 
전염병이 창궐하고 팬데믹 체제로 변한 도시. 항체 미보유자는 출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식량을 배급받는다. 이 배급을 맡은 이들은 항체를 보유한 자원 봉사자다. 감염으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안락사 후 화장시켜 가족에게 돌려보낸다. 빈 집은 계속 늘어나고 황폐해진 도시는 도둑조차 없다.
(그 상자 / 김이환) 
 
  
 
 New Normal 다시 만난 세계 

 
세상은 전염병과 지구 환경 오염으로 인해 새로운 체제로 구축되었다. 
 
동료와 함께 하는 가벼운 술 한잔의 여유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신하고 식사는 언감생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문자 표기법이 바뀌고 우리가 소소한 행복으로 여겼던 평범한 행위들이 역사로 남게 되었다. 후대는 이러한 역사를 불편해 한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 배명훈) 
 
언콘택트 시대. 태아를 배양해 아이를 낳고, 연애도, 산책도, 가족과의 만남도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실현한다. 전염병과 지구 온난화로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와 자연현상 등으로 바깥 세상은 위험천만이다. 인류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다.
(벌레 폭풍 / 이종산)  
 
195.
당신은 오랫동안 모범적인 수감 생활을 했기에 사면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 소설집을 2년 전에 만났다면 별 생각없이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창궐로 이제 재난 소설은 더이상 소설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네 편의 소설은 지금 당장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만큼, 그리고 예언서처럼 읽힌다. 집 앞에 놓인 비대면 배달 음식을 먹고, 온라인으로 연애하고, 가상 세계를 현실 세계화 하고접촉을 죄악인양 끔찍해하며 문자 표기는 점점 최소화한다. 탄생에 대한 축복도 없고, 망자에 대한 애도도 없다. 인공지능이 늘 곁에서 다역을 맡아 주고 있으니 친구도, 가족도 필요 없다. 이 허구의 이야기들이 점점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는 사실이 두렵고 슬프다.  
 
빙산에 갇혀서 희망을 써내려가는 소녀, 연인과 결혼하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문 밖으로 나오는 포포처럼 우리가 지금보다 더 인간다워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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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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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수진은, 집은 사람이 살고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가고 정다운 사람이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먹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자연스럽게 내미는 단정한 사람이다. 
 
어느 일요일,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회사 건물의 조경을 맡은 한솔에게 작은 배려를 하게 되고 그날 이후 한솔은 수진에게 수줍은 사랑 고백을 시작으로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이메일을 보내면서 경계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어린아이처럼 한걸음씩 다가온다. 과거 자신이 혁범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로지 사랑 하나만을 바라보며 직진하는 맑은 한솔을 보면서, 혁범을 향했던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는 수진. 가만히 짚어보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솔의 나이가 몇 년전 혁범을 바라보던 그때 자신의 나이와 같은 스물여덟 살. 수진은 한솔을 통해 혁범과의 관계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잘 성장해 자기 삶에 대한 기본 방침이 정해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책임 의식이 강하고 관대한, 그야말로 어른스러운 사람이 혁범이다. 7년 전, 수진은 근무하던 설계 회사에서 사수였던 혁범을 마음에 담았으나 고백도 해 보기 전에 그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그 아픔을 견디기 어려워 유학을 다녀온 후 그가 이혼해 건축 설계 사무소 개업 준비를 한다는 말에 먼저 연락해서 현재는 혁범이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수진은 혁범을 짝사랑했을 당시 혁범의 나이가 되어 있고, 두 사람은 연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는 혁범의 성정으로 수진은 함께 있어도 외롭다. 
 
혁범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럴 때마다 혼자 보내는 수진의 시간에 어느날부터 한솔이 들어와 있고, 오롯이 자신만을 향해 있는 한솔의 무채색같은 순수한 마음에 수진은 흔들린다. 그러나 수진도, 한솔도 안다. 수진의 마음이 한솔을 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한솔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보다도 한솔의 마음을 잘 알기에 수진은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을 느낀다.  
 




 
 
사랑.
누구도 쉽게 정의내릴 수 없고, 단정할 수 없는 수만가지의 색깔을 가진 감정. 그래서 인류 탄생이래 끝없이 반복되며 인간을 울고 웃게 만드는, 그리하며 수많은 분야에서 지치지도 않고 소재로 이용되는 복잡미묘한 그것. 
 
우리는 수진, 한솔, 혁범이 겪은 사랑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순수하게 사랑하고, 사랑이 끝날때마다 조금씩 노련해져 어느새 누구의 사랑이 더 깊은가를 저울질하게 되며, 노련함을 발휘하지 못하면 주변에서는 철부지로 치부해버린다.  
 
수진은 처음 혁범을 선배로서, 직업인으로서, 인격적으로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의 말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런데 서른다섯 살 현재, 이혼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는 그를 보면서 그의 말이 정말 다 사실인지 의문을 갖는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곁에 있는 사랑에 대해 당연하게 여긴다. 일심동체, 이심전심이라는 말로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일 거라고 넘겨짚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어놓는다. 익숙함과 편안함을 지루함으로 여기며 가슴 뛰는 설레임만이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사람은 왜, 상대를 지속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새로운 상대를 찾아다닐까?  
 
요즘에는 사랑도 사치인 세상이다. 돈이 없으면 연애도 할 수 없다는 말, 참 씁쓸하다.  작가는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어떤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물며 겁도 없이 다가서고, 계산 없이 이해하고, 상처를 온몸으로 떠안는 그런 한치의 주저함도 없는 투명한 사랑'이 필요한 시대라고 이야기하며 '진정한 어른의 사랑이란 그러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임을 갈수록 확신하게'된다고 말한다. 
 
상대가 나이듦을 지켜봐주고, 내가 기쁜 일에 사심없이 기뻐해주고, 한때 느꼈던 강렬한 빛은 더이상 없지만 그 특별함이 평범함으로 바뀌는 모습에 안도하는, 그리고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상대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신기해하는, 그리고 아주 가끔 지금보다는 더 젊었던 시절 저돌적이고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닮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감사해하고 다독거릴 수 있는 그런 잔잔한 사랑이 아름답다. 그들처럼.  
 
소설을 덮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종종 삶에 찾아오는 위기마다 손을 놓지 않는, 놓을 수 없는 그대들이 있어 참 다행이고 또 다행이라고 되뇌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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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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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몬교 광신도인 아버지, 아버지를 방관하는 어머니, 극단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오빠.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15년간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왔던 한 소녀가 교육을 통해 자아를 찾고 학업의 성취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에세이다. 




7남매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고 가정분만으로 태어나 병원에 간 적이 없어서 의료기록이 없으며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학적부도 없다. 타라의 의 가족은 아이다호 벅스피크 산에서 살았고, 국가 정부는 그녀의 존재를 모른다. 
 
정부에 의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버지는 주님의 부르심이라는 명분으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엄마가 원하지 않는 산파 일을 하라고 다그친다. 과정이야 어쨌든 엄마는 산파 일을 아주 잘하게 되었고 약초로 오일을 만들어 수입이 생겼다. 엄마는 이 일을 그토록 하기 싫어했는데, 평생 주수입원이 되어 생계를 책임질 줄 이때는 아무도 몰랐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헌신을 내세우는 모르몬교 신앙 공동체에서 성장한 어머니 페이.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착적으로 노력하는 페이는 계곡에 사는 아버지 진을 만나 해방감을 느끼고 진이 모르몬교 의무적인 2년간 선교 활동을 마친 후 두 사람은 결혼한다. 스물한 살에 결혼한 아버지는 서른 살 즈음 세 아이의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전화를 없애고 운전면허 갱신을 하지 않고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현대의학(의사와 양약)을 악마라고 치부하는 아버지는 심각한 교통사고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엄마(한계는 있었지만), 실용적 기술만을 고집했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승리. 위의 두 오빠가 하나둘 집을 떠나고, 독학으로 학업을 이어가던 타일러가 대학을 가겠다며 집을 나갔다. 
 
61.
외할머니야말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피해망상과 종교적 원리주의가 내 삶을 어떤 모습으로 규정해 가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 삶에서 앗아 가고 그 자리를 학위와 자격증 등으로만 채워가도록 할지 외할머니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75.
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하나의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이 한데 뭉쳐 퇴적층을 만들고 바위가 되듯이. 

 
 
열다섯 살이 되어 운전면허증을 수령한 오드리 언니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타라는 열 살에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언니와 오빠들, 일꾼들이 다쳤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주님이 보호해 줄 거라는 말만 한다. 교통사고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에 시달리던 엄마는 산파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영적 치료에 몰입한다. 이제 엄마까지 아버지 못지 않은 광신도가 되어가고 있다. 타라는 점점 배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중에 어느날 폐철더미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모의 반응을 계기로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폐철 처리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이비시터 자리를 구한 열한 살 타라. 그것이 계기가 되어 외부에 발을 내딪게 되고 성가대, 뮤지컬 주연까지 맡게 된다. 한편 1999년 세기말 신의 심판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며 자신 삶의 방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를 기대했던 아버지. 그러나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의 집에서 돌아오다가 또다시 일어난 교통사고. 사고 후 아버지를 돕기 위해 돌아온 숀 오빠. 타라 열다섯 살, 어느날 밤에 가해진 숀 오빠의 폭력. 돌아온 탕아, 숀 오빠는 아버지보다 한 술 더 뜬다. 
 
웜크릭에서 알게 된 찰스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로 숀 오빠에게 무차별하게 폭행을 당하는 타라. 그때 오래 전 집을 떠났던 타일러 오빠가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반복되는 폭력과 강제되는 신앙으로 타라는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부여한다. 타일러는 타라를 '진지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집을 떠나 대학에 입학하라고 말한다. 
 
196.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타일러의 조언으로 컴퓨터 모뎀을 연결하고 수학 교재를 사고 모르는 문제는 이모 집에서 오빠를 만나 대학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숀 오빠가 공사현장 3~4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후유증으로 폭력성은 더해진다. 아버지가 새로 들이는 기계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안전 조치도 없이 작업을 해 부상자들이 속출한다. 어느날 타라는 외할머니 집에서 집으로 오던 도중 소와 충돌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숀 오빠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아빠의 말을 무시하고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 일로 타라는 자신이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섰음을 깨닫는다. 얼마 후 타라는 28점이 쓰여진 시험 결과 통보서를 받았고 그 일주일 후에 브리검 영 대학교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대학에 입학한 타라. 고른 교육을 받지 못해 상식도 부족한 상황때문에 곤란하고 당황스런 처지가 되고 자신이 이방인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첫 시험에 낙제한 타라. 동기 바네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공부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고 아버지가 세워둔 신앙의 틀 밖으로 나온다. 첫 학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타라는 다시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얼마 후 도착한 성적표. 그녀는 낙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액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261.
어릴 때 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허락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뮤지컬 공연으로 알게 된 친구 찰스와 하우스 메이트,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타라는 자각을 통해 '관계'에 발을 내딛고 그녀의 '사회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녁 식사에 초대한 찰스에게 숀 오빠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가정생활의 민낯을 들켜버린 타라. 찰스는 그 상황에서 타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타라 자신 뿐이라고 조언한다. 외부자의 입장에서 자기 가족을 들여다보고, 아버지의 강제와 숀의 폭력, 찰스를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혐오감이 커진 타라는 가족의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용납하지도 못한다. 타라에게 미치는 숀 오빠의 강력한 영향력. 그는 타라가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짓게 만들었다. 숀은 타인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에 따라 존재감을 확인한다. 
 
​타라를 보다못한 하우스 메이트 로빈은 대학 내 교회의 비숍을 만나보라고 한다. 비숍에게 상담을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거절한다.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면어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는 사그라들고 장학금 때문에 성적 지키기에 급급한 타라. 드디어 학비 보조금을 신청한 타라는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어느날 수업시간에 조울증ㅡ우울증, 조증, 편집증, 희열, 과대망상, 피해망상ㅡ에 대한 강의를 듣고 아버지를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 타라는 <루비 릿지>사건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고 아버지가 착각했음을 깨닫고 아버지의 증상들을 전문가들에게 설명했다. 그들은 조현병에 가깝다고 말하고 타라는 이제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치민다. 결국 아버지와 의절 아닌 의절을 한다. 


몇 달 후 몸이 아픈 타라는 처음으로 병원을 가고 항생제 처방을 받는다. 그리그 뒤이어 들려온 아버지의 사고 소식. 폭발의 충격으로 얼굴의 절반이 뭉개지고 목 안쪽 화상으로 수분을 전혀 흡수하지 못할 지경인데도 아버지는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 벅스피크에서 벗어났다는 생각도 잠시, 타라는 자신이 집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통감한다. 폭발 사고 6개월 후 겨우 목숨만 부지한 아버지는 그 사고가, 그리고 숀 오빠의 아내 에이미의 조산이 주님의 힘을 증언하기 위한 은총이라고 말한다. 이젠 엄마가 아버지 못지 않다.  
 
356.
벅스피크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내게 달라붙어 있었다. 아버지의 가슴에 나 있던 검은 분화구가 자주 칠판 위에 겹쳐 보였고, 교과서의 페이지에 아버지 입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나타나곤 했다. 내 기억 속의 세상은 어찌된 일인지 내가 존재하는 물리적 세상보다 더 선명했고, 나는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유대인 역사 강의를 하는 케리 교수의 조언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타라. 케임브리지에서 스타인버그 교수에게 수학하면서 제출한 에세이가 극찬을 받는다. 그러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가정 환경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라는 칭찬과 격려가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한 타라에게 그녀가 어디있든 잠재력과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게이츠 장하금 심사 면접 2주전에 학교로 찾아온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 타라는 그들의 편집증을 이제서야 깨닫고 그동안 아무 의심도 없이 아버지가 주장했던 모든 것을 믿었다는 것에 새삼 경악한다. 브리검 영 대학교 졸업.  
 
 
타라는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려 주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자기강박이라는 단어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그 페미니즘, 젠더(성), 여성의 본질 등을 다양한 서적을 통해 접한다. 겨울이 되어 돌아온 집에는, 외부인과 결혼한 오빠들의 경계에 서있는 작은 변화와 여전한 부모님의 세계가 공존한다. 시일이 지나 타라는 이 시기 자신의 가정에 필요했던 것은 혁명이었음을 깨달았다. 
 
413.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부모으로부터 이 아이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은 과연 어떤 것일까. 

 
 


타라는 대학에서 날개를 달듯 학업의 성취를 이루고 학생들과의 교류로 시야를 넓혀간다. 어느날 오드리 언니가 이메일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비로소 엄마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게 된 타라. 사실 아버지보다 더 강인하고 진취적인 엄마는 이제야 아버지의 강제에서 벗어나 가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숀 오빠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로 한다. 타라는 이 일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느꼈던 수치심의 근원이 부모님이 올바른 역할을 하지 않는 데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418.
바로 내 엄마가 나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 순간, 나도 나 자신을 믿지 않게 됐어. (오드리) 
 
425.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
​ 
 
 


케임브리지에 돌아온 타라가 박사 학위를 위해 선택한 프로젝트는 '모르몬교에 대한 고찰'이다. 모르몬교를 종교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지적, 사회적 시각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타라는 아버지보다 선생님을, 오빠보다 함께 수학하는 동료들을 더 사랑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 크리스마스에 벅스피크로 돌아온 타라는 이전에 아버지가 오드리와 자신을 돕겠다고 했다는 엄마 말이 거짓임을 깨닫고, 숀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정신질환은 극에 달하고 있음에도 부모님들은 말 뿐이라며 개의치 않고 심지어 협박과 비난을 일삼는 숀을 감싼다. 그리고 여름, 오드리 언니에게서 이메일이 온다. 마침내 타라는 가족으로부터 경계 대상이 되었고, 버림 받았다. 때마침 하버드 방문 연구원으로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건만 타라가 교육을 받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컸다. 
 
9월 어느날, 부모님이 하버드까지 찾아온다. 타라를 구원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타라에게 사제 축복을 주겠다고 하고 그녀는 거절한다. 타라는 아버지에게 굴복한다는 것은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라는 것을 안다. 아버지는 타라를 악마 취급을 하며 한밤중에 나가버리고 엄마도 아버지를 쫓아 나간다. 이 일로 타라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 가족을 찾고 싶었던 타라. 그러나 가족은 변화된 타라의 존재를 부정했다. 가족 중 아무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녀는 무너졌다. 
 
​오드리 언니가 자신을 버리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듯이 타일러 오빠도 그럴 것이라는 타라의 예상과는 달리 타일러 오빠는 동생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는 대학 상담 서비스를 신청한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학업으로 돌아온 타라는 박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모르몬교도들의 역사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한 걸음 물러나 들여다보고 되짚는다. 브리검 영 대학교에 발을 내딛고 10년 후 스물일곱 살, 그녀는 웨스트오버 박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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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까지도 타라는 부모님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평화롭다고 말한다. 기나긴 혼란과 방황에서 평화롭게 되기까지 그녀가 선택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고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닌 스스로의 결정이고, 그 결정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다. 이 과정에서 찾은 자아는 바로 '교육'에서 비롯한다. 
 
공교육과 의료 지원을 거부하고 여성을 억압하며 모든 사건.사고를 신의 뜻이라고만 주장한다. 정부의 공교육이 아이들을 세뇌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납득이 가지만 그 기반을 오로지 신앙에만 두고, 아들이 심각한 화상과 추락 사고를 당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으며, 안전벨트를 모두 떼어내고 생명을 위협하는 두 차례의 교통 사고에도 신의 가호 타령만 하며 에너지 치료를 받게 한다. 또한 자식들이 차례대로 3~4미터 높이에서 추락하고 살점이 뜯기고 기계에 신체가 떨어져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더위에서 여성의 정숙함을 들어 육체 노동을 하는 딸이 소매도 걷지 못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부를, 특히 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했고, 나중에 아버지가 심각한 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어머니를 더 납득할 수 없었다. 
 
 
타라의 가족은 서로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의 방식이 문제였다. 
물론 광신적인 신앙이 문제였다는 한 마디면 끝나겠지만, 일곱 명의 인생이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떤 신이 여성을 학대하라고, 교육을 거부하라고, 동생을 폭력으로 다루고 살해 협박을 하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딸의 손을 거부하라고, 잘못된 길을 가는 남편에게 무조건 적으로 순종하라고 한단 말인가! 
 
숀을 제외한 루크와 오드리 가족이 부모에게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과연 종교때문이기만 일까? 자식이 부모에게 경제력을 의존하는 이상 영원히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아버지는 '국가'와 '사회'라는 시스템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이 가장 악랄한 방식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4,5학년 학력 수준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공교육을 거부한 이상 아이들의 성장에 맞게 홈스쿨링을 했어야 함에도 오로지 실용적인 기계를 다루는 기술과 약초 조제법, 성경 이외에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들이 돌아올 곳은 오로지 아버지 품 뿐이다. 숀 처럼. 아버지는 이렇듯 경제권으로 자식들을 옭아맬 수 있었다.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선 형제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형제들은 아버지의 강압을 신앙으로 미화했다.


읽는 내내 교육을 통해 자아를 발견한 타라에 대한 감동보다는 아버지와 그 가족들에 대한 불편함이 더 컸다. 책을 덮은 현재 내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홈스쿨링을 하고 있을 타라의 조카들이다. 타라가 우려했던 것처럼 초등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부모가 교육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 이토록 배우고 싶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두가지 편향된 교육만 받는 아이들의 미래는 곧 숀이고, 오드리이고, 루크일터다. 타라의 아버지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비록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모습에서 세상 부모들의 단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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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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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우린 선택을 한 거예요.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사느니 목숨 걸고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기로. 그렇죠? 
 

 
보스를 배신한 폭력 조직의 말단 조직원인 거구의 20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인 여고생, 명동 일대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돌아다니는 노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박봉으로 고용해 주말도 없이 일을 시킨 50대 승강기 부품 공장 사장. 이들은 모두 살해 피해자이며 새끼 손가락 한 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손가락 한 개씩 더해져 공장 사장은 손가락 네 개가 잘린 채 발견됐다. 연쇄 살인범은 일명 '단지 살인마'로 불린다. 
 
전업 투자자 영민은 가벼운 호기심으로 '단지 살인마'의 범죄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며칠 밤잠을 설쳐가며 분석했지만 패턴이나 공통점은 찾지 못하다가 카톨릭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세븐>을 보다가 불현듯 단어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십계명' 
 
피해자와 십계명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는데......  이럴수가! 살인자의 패턴인가, 확대해석인가. 그리고 얼마 후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평생 가난한 아버지의 등골을 빼먹은 30대 남성 영어학원 강사다. 부모를 공경하라, 다섯 번째 계명이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그 영향으로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셨으며, 현재까지 약을 복용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영민은 '단지 살인마'의 모방 범죄를 통해 스스로 여섯 번째 범죄를 완성한다. 그리고 영민이 살인을 저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희생자가 나왔다. 인슐린 과다 투여로 인한 저혈당 쇼크로, 27주차 임산부였으며 오른손 손가락 전부와 왼손 새끼와 약지, 일곱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였다. 일곱 번째 계명은 '간음하지 말라'. 이 범행은 연쇄 살인마의 소행일까, 아니면 또다른 모방 범죄일까? 
 
 
버킷리스트를 적은 노란 포스트잇이 냉장고 문에 붙어 나비 떼처럼 팔랑거리는,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날, 우편함에 하얀 편지 봉투가 꽂혀 있었다. 
 
'단지 살인마, 전화 요망. 010 - XXXX - XXXX' 
 
단지 살인마가 영민에게 연락을 하라는 것인지, 영민을 단지 살인마라고 여겨 연락을 바라는 것인지 애매하지만 확실한 건 영민이 완전 범죄라고 여겼던 범행을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밀봉되어 있던 봉투에 적혀 있는 번호로 연락하자 영민이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영상을 보내며 돈을 요구한다. 그의 요구대로 돈을 보낼 것인가, 해외로 도망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대적할 것인가! 그런데, 이상하다. 협박범이 사용한 전화의 번호가 일곱 번째 희생자의 전화번호다. 
 
사건은 영민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영민은 열일곱 살에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했다. 그로인해 대인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에서 발작을 일으켜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군대로 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연쇄 살인 행각 뒤에 숨어 학교 폭력 가해자였던 양승범을 살해한 후 손가락 여섯 개를 절단하면서 모방 범죄를 벌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단지 살인마'의 다음 희생자는 손가락 일곱 개가 잘린 채 발견된다. 이쯤에서 독자는 주인공 영민이 가진 의혹을 넘어 앞서 일어난 '단지 살인'이 연쇄 살인범에 의한 범죄냐 아니냐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연쇄 살인 희생자는 십계명에서 금하는 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다른 신을 섬기면 안되고, 우상을 만들면 안되고, 신의 이름을 남용해서는 안되고, 안식일을 지켜야 하며,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안되고, 간음.도둑질 하지 말고, 거짓 증언을 하지말며 남의 것을 탐내면 안된다. 그런데 이 열 가지 계명에 한 가지도 해당이 안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편법적으로 타인의 재산을 탐하고 자기 혹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게 않게 거짓말을 하고, 고용인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계를 보장하지 않으며, 일부 종교인들은 신의 이름을 남용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 부모 공경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됐으며 강력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단지 살인마'의 희생자는 특별한 사연이나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지나가는 누구를 가리켜도 범인의 표적이 되는 것이 이상할게 없는 불특정 다수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도,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테다.  
 
우리는 종종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라는 실험에 든다. 물론 영민의 복수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나 영민의 현재의 삶을 보면 학폭 가해자를 용서하기 어려운 점은 분명 존재한다. 심지어 양승범은 반성과 사과조차 없다.  
 
그렇다면 소설 초반 영화 <세븐>을 통해 던져진 질문을 다시 해 보자.  
 
27.
내가 느끼는 살의는 놈의 살의보다 윤리적으로 우월한가.

 
살의에 '윤리'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살의가 실행에 옮겨지기 전까지는 관대하다. 그러나 범행이 살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내부에 있는 살의를 정당화시킬 명분을 준비하고 있다. 영민은 꼼꼼하게 계획 범죄를 저지르면서 한편으로는 세계 곳곳에 기부와 후원을 한다. 선행을 통해 살의에 대한 윤리적 죄책감을 대체시킬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영민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탐정놀이가 살인으로 이어져 두번 째 살인까지 계획하게 되고 두번 째 범행이 실패하면서 그뒤를 잇는 새로운 연쇄 살인범이 탄생한다. 안심하지 마시라.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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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사회부조리를 담은 한 편의 누아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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