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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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래희망이 명탐정인 앨리스는 아버지로부터 열 번째 생일 선물을 받는다. 아버지가 지정한 오두막에는 자신을 아버지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젊은 남성 '코모란트 이그리트'가 기다리고 있다. 앨리스는 그를 통해 아버지가 선물한 기계를 이용해 가상현실의 세계로 빠져든다. 잠시 후 앨리스가 눈을 떠보니 게임을 설명해 줄 진짜(?) 흰토끼가 서 있다. 

 

"<앨리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섯 게임을 종료하는 제한 시간은 24시간,  앨리스는 흰토끼가 준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자,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다. 




[SOLVE ME] 
방에는 다리가 세 개인 유리 탁자가 있고 벽에는 탁구공 크기만한 구멍이 뚫려 있으며 다른 한 면에는 문이 있다. 유리 탁자에는 쿠기와 시럽병이 놓여있고 우리가 아는대로 두 음식으로 앨리스는 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첫번째 미션은 방에서 탈출. 다음 게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옆방의 똑같은 탁자 위에 있는 열쇠를 가져와야 한다. 게임 마스터인 토끼가 쿠키와 시럽을 얼마든지 보충해 줄 수 있지만 옮겨줄 수 없으며 옆방에는 두 매직 아이템이 없다. 더구나 옆방에 시럽을 가져가는 순간 말라버린다. 쥐구멍을 통과해 옆방으로 가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열쇠를 가지고 돌아와야하는 게 관건이다. 앨리스는 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공작부인]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토끼의 구부러진 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곳은 공작부인의 집. 공작부인은 사산을 하고 큰돼지 패티로부터 새끼돼지를 사서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새끼돼지는 쌍둥이인데, 입양된 돼지는 오른쪽 엉덩이에 화상 자국이 있는 라이티이고 왼쪽 엉덩이에 자국이 있는 레프티는 큰돼지가 사육하고 있다. 앨리스 일행이 지독한 후추냄새를 견디다 못해 공작부인 집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서 패티는 레프티를, 개구리는 라이티를 찾아 다닌다.  


사건을 정리해 보면 공작부인이 방에 라이티를 눕히고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낸 후 돌아와보니 라이티는 사라지고, 부인의 체셔 묘안석 머리핀을 저택 지붕 위에 던져 놓으라는 쪽지만 남겨진 채 뒤쪽 유리창문이 깨져 있었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제시된다.  
 

'라이티는 어디에 있을까?' 


단서를 참고해 라이티를 추적하는 앨리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공작부인은 사건을 해결해가는 앨리스가 돌아가주기를 바란다. 뭔가 수상쩍은 앨리스.




[까마귀와 책상의 닮은 점은?] 
앨리스는 클로버 병사와 맞서다가 위기에 처하고 때맞춰 자신을 구해준 3월토끼와 함께 비밀 아지트로 가서 수수께끼 모임에 참석한다. 모자 장수가 낸 수수께끼는 원작과 같은 <까마귀raven랑 책상writing desk이랑 닮은 점은?>이다. 이게 세 번째 문제일까? 역시 아무도 풀지 못한채 아지트에서 나온 앨리스는 다시 병사들에게 쫓기고 이번에는 게임 마스터 흰토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둘은 다시 아지트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살해당한 모자 장수와 피투성인 채로 던져진 잠쥐를 발견한다. 세 번째 문제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라! 


트럼프 병사에게 쫓기는 앨리스는 탐문수사가 불가능하고 이 세계에는 지문 채취 기술이 없으며 수수께끼 모임 멤버 중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은 세 명, 3월토끼는 앨리스와 함께 있었다. 힌트는 이 방, 그리고 다잉 메세지 뿐이다. 이 이니셜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까? 



[달걀이 먼저인가] 
원작에서처럼 담장에서 떨어진 험프티 덤프티. 그런데 사고가 맞을까? 집 근처를 둘러보는데 뒤쪽 창문이 깨져 집 안에 조각이 흩어져 있다. 그렇다면 험프티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것이 네 번째 문제? 천만에! 험프티를 지키는 것에 지친 병사의 부탁으로 흰토끼는 '마법의 약'을 병사에게 구해 주었다. 네 번째 문제는 바로 이것! 현실 세계에서는 흔하디 흔한 이 마법의 약은 무엇인가? 



[Hurt the Heart] 
이제 앨리스와 흰토끼는 마지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트성으로 출발! 앨리스가 마주한 하트성은 아슬아슬하게 꽂혀있다시피 서있고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 회랑을 지나면 미로 정원이 나온다. 사이사이 앨리스는 여왕의 잔인함을 듣게 되는데, 미로정원에서 마주친 여왕의 실체를 확인한 앨리스는 놀라고, 유리 요람에 갇힌다. 그때 나타난 체셔 고양이가 다섯 번째 문제를 풀 힌트를 앨리스에게 일러준다. 그런데 아직 다섯 번째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 앨리스가 해결해야 할 다섯 번째 문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사건의 진범은? 

충격적인 마지막 반전, 그리고 그 반전을 뒤집는 반전! 


● ●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열 살 소녀 앨리스. 장래희망이 아버지같은 명탐정인 딸에게 아버지는 가상현실을 선물한다. 앨리스는 가상현실에서 다섯 개의 문제를 풀어야 승리한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등장하는 인물이 조금씩 변형되어서 등장하고 우리의 주인공 앨리스는 기상천외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언어의 유희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원작과 가상현실, 그리고 수수께끼가 만나 흥미로운 추리소설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잔혹함, 값싼 노동력과 낮은 임금, 경쟁에서 도태되는 젊은이와 소수 엘리트 의식, 언론의 자유 저해, 허술하고 안이한 범죄 예방과 대처, 호기심을 억압하는 주입식 교육의 현주소 등을 지적하고 있다.  

소설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두 번의 반전에 있지만 소설의 제목에서도 묘미를 찾을 수 있다. 
 

'Wonder Killer' 


수수께끼의 죽음인가, 경이로운 킬러인가!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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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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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와 함께 만나는 프랑켄슈타인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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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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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위급 인사들과 현직 국회의원 열두 명을 죽인 후 정치적 의도와 공범 없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 사형수 474번. 주민번호도 없고 지문 등록도 되어 있지 않으며 범죄기록도 없다.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남자. 그는 변명도, 억울함도 토로하지 않고 교도관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며 위장과 위악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든주눅들지 않는다.  


474번에게 호기심어린 관심을 두는 이가 있으니 그의 담당관 '윤'이다. 474번의 내면을 훔쳐보고 싶은 윤에게 기회가 온다. 일가붙이 하나 없다는 그에게 면회를 신청하는 여자가 있다. 40대 후반 여성 신해경. 474번은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반응한다. 윤은 그를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며 조금씩 다가가지만, ,474번은 경고한다. 알고 싶어하지 말라고, 각오를 해야할 거라고.


신해경과 면회한 후 474번은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온 안 목사에게 당장 자신의 사형을 실행하지 않으면 교도관과 수형자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안 목사가 방송국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림으로써 사실상 사형 금지국과 다를 바 없었던 정부는 다른 사형수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일은 일파만파 커진다.


도대체 신해경은 누구이고, 그는 어째서 세상에 증명되지 않은 존재이며, 왜 그토록 죽고 싶어 하는 것일까?







선천적 무통각증 병을 안고 사는 남매는 오로지 둘이 전부였다. 어머니 없이 방치와 학대를 자행하는 아버지의 몸에 칼을 꽂은 누나는 동생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무통각증으로 언제라도 목숨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누나는 동생에게 항상 다짐을 두었다. 항상 스스로 몸을 잘 살피라고, 절대 부주의해서는 안된다고.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돌로 두더지를 처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누나는 떠났다. 동생은 자신의 솔직함을 후회했고, 자신을 두려워해서 떠난 누나를 원망했고, 오랜 세월이 흘러 누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를 빼앗기로 했다. 바로 자신을.


누나에게 버림받은 후 스스로 누군가를 죽이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는 해준은 청부살인업자의 삶을 살면서 자신이 저지른 그 어떤 죽음에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증명되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자신의 존재, 그래서 '유령'으로 불리며 안착하지 못하고 혼란스럽게 부유하는 삶을 멈추고 싶었던 해준. 그러나 누나가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거부당한 존재가 아닌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였었음을 깨달은 후 삶의 의욕을 보이고, 해경은 이제라도 동생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자 한다.




■ ■ ■ ■ 




비극적인 가정사와 불우한 유년 시절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살아가는 설정의 소설은 이 작품만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에게 유해를 가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나 소설은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삶의 인과관계를 말하고자 함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안에 내재된 악의 본성.
해경이 해준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는 청부살인업자가 되지 않았을까? 해준 스스로 죽고 싶었던 이유는 존재를 거부당한 것에 기반한다. 그러나 누나가 떠나기 이전부터 해준은 살의 욕구가 있었고, 이는 해경도 다르지 않다. 해준은 죽고 사는 것에 있어 옳고 그름에 대한 인지가 없었으며 선과 악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나는 오히려 해준을 지켜본 교도관 윤에게서 악의를 느낀다. 


39.
무표정한 얼굴로 쪼그리고 앉아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 윤은 그것을 잘했다. 스스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그것은 선한 일은 아니지만 결코 악한 일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기다리고 지켜봤다. 누군가 몰락하는 풍경을, 누군가의 비밀이 어떤 이유로 인해 탄로 나는 모습을, 후회와 절망으로 무너져 침 흘리며 우는 모습도 지켜봤다. 직접적으로 엮이지 않고, 인과에 참여하지 않고, 그러나 완전히 무고하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것을 지켜볼 수 있도록 윤은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찾아냈고 선 앞에 서 있었다.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윤이 해준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윤이 죄수 474를 관찰한 기저가 선한 의도는 아니었다. 그는 예전부터 직접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윤의 모습은 곱씹어볼수록 익숙하다. 타인의 고통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그들의 불행과 절망을 나몰라라 하는 모습은 우리가 쉽고 흔하게 저지르는 잘못이다. 우리는 정규 교육 과정 내내 도덕과 윤리를 배우지만 이를 실생활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는 거의 전무하다.


악의 본성이 내 안에 있음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만이 '악'일까? 근거 없는 사실을 진실인 양 유포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기사에 악플을 달고, 불법 촬영과 신상털기, SNS 마녀 사냥 등 손가락 두 개만으로도 타인의 일상을 난도질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 각자가 내재한 악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악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슨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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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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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살아있다면 충분히 만족해 할만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할 나위없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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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에 대하여 -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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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무관심은 잔인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매우 활동적이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무관심은 무엇보다 추악한 권력의 남용과 탈선을 허용해주기 때문이다.
(경제적 공포 / 비비안 포레스트) 



세월호 참사 이후 6년 연 동안 <한겨레> 지면에 실은 칼럼을 역은 책이다.


저자 본인이 난민이자 이주노동자였고 현재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약자의 입장에 서 있다. 한 사람이라도 자유롭지 못한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으로서 가난의 대물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기득권층, 그리고 불평등과 불공정이 고착화 된 것에 방관하는 이들을 향해 분노를 눌러 묵직한 목소리를 낸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노동자다.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노동자들의 제목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러도 그저 안타까워할 뿐 아무도 촛불을 들지 않으며, 최저시급을 놓고 영세업자와 계약직 노동자가 자신의 입장을 들어 서로에게 핏대를 올릴 뿐, 재벌 기업한테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충당한다거나 자영업자들의 임차료를 보전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안의 구상없이 정부나 정치권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혹은 약자끼리의 싸움을 부추기는 사태를 방관한다. 서민은 매체에서 보도되는 실업, 사고, 사건 등으로 인한 불행이 나에게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대 80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대부분 80에 속하는 이들은 80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절망과 포기, 무관심으로 점철되어 있다.




요즘 최고의 키워드 중 하나는 혐오다.
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라고 일갈하는 저자는 혐오의 정치학을 지적한다. 혐오에 분노로 맞서지 않는 '착한 방관자'가 다수이기만 하면, 그래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다수이기만 하면 된다는 정치 프레임. 혐오는 지배를 관철시키는 감정기제로서 한쪽 방향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청년실업, 입시지옥 등 사회적 문제를 젊은 세대가 함께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여혐'과 '남혐'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바로 지배 세력이 지향하는 '혐오의 정치학'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혐오를 기반하는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는 이주노동자, 난민,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높다. 
난민의 범죄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조장하지만 사실 난민 범죄율에 대한 데이터는 없을 뿐만 아니라 근거도 없다. 우리는 종종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내국인 취업문이 좁아진다고 말하지만  대체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꺼려하는 3D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들이 산업현장에서 비켜난다고 해도 그 자리를 한국 사람이 차지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난민으로, 이주노동자로 살아온 저자는 자신의 학연과 프랑스의 복지제도가 아니었으면 살아남기 힘들었거라고 말하며, 학연도 없고 복지제도도 갖추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였다만 어쩔 뻔 했을까라고 탄식한다. 저자는 성소수자들의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 사회를 위해 연대하는 앨라이Ally다. 세계는 점차 동성혼을 인정하는 추세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우리 사회는 현재 물신주의와 인종주의, 그리고 확증편향까지 겹쳐져 떠다니는 불안에 젖어 있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과 측은지심測隱之心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굳이 맹자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친절과 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감성을 지닌 사회적 동물임을 잊지 않기를, 저자는 당부한다.


47.
혐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합리성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또한 혐오는 약자와 소수파를 차별.지배하기 위한 강자와 다수파의 감정기제이기 때문에 제어가 되지 않는다.


58.
소수자를 어두운 곳에 밀어넣고는 어둡다고 비난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을 이미 옳음과 그름, 정상과 비정상으로 자리매김해버림으로써 우리 사회는 자기 성숙의 모색과 실천에서 멀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개혁을 못하는 부분이 교육이다. 저자의 마음처럼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을 무한경쟁의 틀 안에 몰아넣고 반인권, 반시민, 반노동의 교육 현실에 절망한다.


78-79.
자식이 학교에 다니면서 인간성을 확장하고 인간의 염치를 알며, 올바른 인격과 연대 의식을 형성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자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등급과 석차로 표시되는 성적에 관심이 있다. 자식이 헬조선의 'N포세대'가 될 거라는 불안이 부모를 압도하는 탓일 것이다. 또한 등급과 석차에만 집착하는 부모 세대의 태도는 민주공화국의 공교육 이념이 우리 사회에 정립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참된 교육자라면 자유, 평등, 평화, 연대, 공공성 등 민주 시민에게 요구되는 가치 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다만 석차와 등급을 매기기만 하는 학교 교육에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1등급은 2등급 이하를 차별하고 2등급은 그 이하 등급을 깔보고 9등급 남학생은 여학생을 혐오한다. 이런 사회에서 성소수자와 난민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교육 현장은 사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시장'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사교육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공교육 초등 3학년 과정에 있는 과목인 영어를,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허용했다. 이는 선행학습을 정부가 앞장 서 공식화한 꼴이다. 저자는 70년 적폐가 가장 심하게 쌓여 있는 부분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국군주의에 기반한 근대 교육이 현재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개선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 민주시민의 요체는 주체성, 비판성, 연대성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장은 배움이 아닌 경쟁의 장이다. 사유를 통하여 '나'의 주체성을 인식하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웃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야하건만 암기와 주입식 수업으로 친구를 오로지 경쟁 상대로만 여겨야 하는 현 교육 과정에서 인격이나 인간성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는 그저 취업을 위한 기술을 배우는 반교육적, 반인권적 행태이다. 저자는 대학 서열 체제의 엄중한 숙고, 글쓰기와 토론의 강화 등 교육의 방식과 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의 교육에 필요한 것은 건실한 교육 철학과 이를 밀고 나갈 정치적 힘이라고 주장한다.



금수저들이 대물림하면서 기득권을 강화.유지 시켜온 사회 귀족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지금'을 저당잡힌 채 살아야 함에도 보장된 미래가 없는 사회에서 무엇으로 삶을 누려야 할까?


우리는 법망을 잘 피하는 큰 도둑에는 관심이 없고, 작은 도둑에 분개한다. 광고 문구에서 공공연연하게 돈이 권력과 신분임을 드러내고, 돈벌이와 자본의 이윤 추구가 사람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돈으로 삶 자체를 죽이기도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정치의 기본 소명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연대의 실현이다. 그리고 진보의 중요한 가치는 공감과 감정이입을 통한 연대다. 우리나라는 정치 지도자의 부재 속에서 공생 관계에 충실한 거대 양당이 지배하고 있다. 두 정당은 정책 지향에 있어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몰상식하고 광신적인 세상에서 성소수자들, 이주노동자들, 난민들이 겪는 고통과 무관심 속에 방치된 노동자와 사회 약자들, 그리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무한경쟁에 내몰려 오늘을 저당잡혀 사는 청소년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 그 가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걷어내야 한다. 저자는 개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분노하고, 참여하고, 연대하여 설득해야 한다고,설득을 포기하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세상에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야 하는 것에 암담함을 느끼지만, 잘못된 행태를 고치기보다는 순응하는 쪽을 선택했다. 나중은 없다. 폭력적이고 비인권적인 현재를 인지했다면 지금 바꿔야 한다.


175.

탐욕이 용인되는 것을 넘어 권장되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사회가 정의로울 수 없는 것은, 가진 자와 힘센 자의 탐욕이 가진 자와 힘센 자의 것이어서 제어되기 어렵고, 그리 인해 수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생존 조건조차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인간의 정신은 한편으로 절제되지 않는 탐욕 때문에 인간다움을 잃고, 다른 한편으로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 때문에 인간다움을 잃는다. 이제 '정신의 신자유주의화'가 완성 단계에 이르러 연대, 사회정의, 공공성이라는 사회주의적 가치는 조롱거리가 되거나 약자의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만 남은 듯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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