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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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주교의 딸로 태어나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세리나 프룸은 문학을 전공하고 싶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머니의 강요로 케임브리지대학 수학과에 진학한다.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날 남자 친구 제러미의 전공 교수인 역사학 교수 토니 캐닝과 마주치고 그는 교내 학생잡지에 실린 그녀의 글에서 재능을 발견한다. 제러미가 박사과정을 위해 에든버러로 떠난 후 토니와 세리나는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두 사람의 밀회 장소인 한적한 오두막집에서 세리나는 토니에게 역사와 독서 지도를 받는다. 또한 토니는 그녀에게 매일 신문 읽기를 종용하고 토론하며 보안정보국에 지원을 권유하고 시험을 준비시킨다. 그러나 얼마 후 작은 오해로 인해 두 사람 관계는 끝나고 만다. 토니와 결별하고 준비했던 MI5 면접 시험을 통과해 업무를 시작한 때는 1972년이다. 
 
말단직원으로 허드렛일을 하며 박봉에 시달리는 세리나는 제러미로부터 받은 편지를 통해 토니가 젊은 시절 영국특수작전국 소속이었고 MI5 요원으로 퇴직했으며 세리나와 사귈 당시 암투병 중으로 지금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토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수제자에게 남기 듯 세리나를 가르치고 MI5로 인도했다. 그것은 토니가 세리나에게 남긴 유품이었다. 
 
MI5에서 강연이 있는 날, 세리나는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셜리와 함께 참석하고 강연 도중 셜리가 속어를 써가며 소리를 질렀는데 문제는 강연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세리나의 행위라고 착각한 것이다. 질책을 예상하고 있는 그녀에게 오히려 임무가 전달되고 셜리와 함께 외부로 파견된다. 그런데 임무라는 것이 고작 청소. 남자 동료들에게 그 일을 시키기 곤란해 파견한 것이라니! 그런데 세리나는 그곳에서 토니와 연관된 단어가 쓰인 신문조각을 발견한다. 그 단어가 토니와 연관있음을 아는 사람은 최근 호감을 갖고 교제를 시작한 맥스 뿐이다. 우연일까? 다음날 상사 해리 탭과 맥스를 포함한 몇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세리나의 면접이 이루어지고 드디어 첫 임무가 주어진다. 
 
지식인들을 후원하고 그들에게 냉전체제에서 자유세계를 옹호하는 글을 쓰게함으로써 IRD의 이념을 세상에 널리 퍼지도록 하는 목표를 가진 작전으로 문학, 특히 소설에 조예가 깊은 세리나를 선발한다. 그들이 지목한 작가는 스물일곱 살의 젊은 소설가 토마스 헤일리. 작전 암호명은 '스위트 투스'다. 그런데 세리나는 친한 동료 셜리의 고백을 통해 그녀가 해고됐다는 사실과 MI5 상부에서 자신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세리나는 토마스 헤일리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작품에 호감을 느끼고 그를 찾아가 계획대로 지원금 제안을 한다. 톰은 비록 결정하는 데에 있어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세리나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조건으로 제안을 수락한다. 세리나가 톰의 작품에 빠져든 시간보다 더 빠르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타깃과 사랑에 빠진 정부 요원. 두 사람은 한 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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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독창적인 목소리와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라는ㅡ그리고 나의 멋진 연인이라는ㅡ믿음은 부실한 작품 두어편으로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그는 나의 프로젝트, 나의 일, 나의 임무였다. 그의 예술, 그의 작품, 그리고 우리의 연애는 하나였다. 그가 실패하면 나도 실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했다ㅡ우리는 함께 성공할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하고 세리나는 톰과 정기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이 깊어지자 그를 속인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사랑이 끝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임무 완수에 대한 욕구로 갈등을 반복한다.
 
톰은 그의 첫소설로 권위있는 오스틴상을 수상하고 기쁨도 잠시 얼마 후 그가 MI5의 자금을 받았다는 기사가 신문에 보도된다. 그는 졸지에 '좌익 성향에 대해 웅변적으로 회의를 표하는 우익 작가'가 됐으며 예술적 자유에서 구속받은 청렴하지 못한 문화인으로 내몰렸다. 세리나는 이제 해명이나 변명할 기회도 없이 그에게 신분을 들킬 것은 불보듯 훤하다. 그런데 톰이 MI5 자금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신문사에서는 어떻게 알았을까? 질투에 눈이 먼 맥스? 느닷없이 나타난 셜리? 그것도 아니면 뜬금없이 편지를 보내온 제러미? 설상가상으로 상부에서는 이 상황을 문제 삼을 뿐만 아니라 세리나가 의도적으로 애인인 톰을 선정하도록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그녀는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세리나의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톰이 세리나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와 반전! 
 
 





시간적 배경이 되는 1972년 영국은 대내적으로는 북아일랜드 분쟁,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심각했고 대외적으로는 냉전체제 하에서 첩보 전쟁이 한창이었다. 세계대전 이후 최대 강국으로 자리잡은 구 소련과 미국이 문화를 자국의 홍보로 이용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자 이에 질세라 영국도 그 흐름에 뛰어든다. 소설 '스위트 투스'는 이러한 배경으로 전개 된다. 첩보물이라는 흥미로운 요소와 사랑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앞서 달려온 500여쪽이 아깝지 않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소설가 톰 헤일리가 쓴 단편들이다. 소설 속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초단편 소설들은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가부장제 아래에서 가지는 허무에 대한 부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세리나가 그의 소설에 호감을 느끼는 이유가 되고 여성의 심리를 여성이 되어 써내려간 장치들이 소설 후반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면 독자들은 저도 모르게 짧은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마지막 반전만큼 마음을 건드렸던 부분은 토니가 죽은 후 한참이 지나서 세리나에게 전달된 길지 않은 편지였다. 아마 내가 그 편지를 받았다면 소리내어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배경이 어떻든 사랑 이야기다. 너무나 순수했던 첨보원과 첨보원보다 더 치밀했던 소설가의 사랑 말이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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