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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의 개 ㅣ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2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평점 :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집 두 번째 책은 어딘지 어리숙하고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표제작 <클로드의 개>에서는 온갖 얕은 꾀와 속임수로 한탕을 노리지만, 거꾸로 골탕만 먹는 클로드와 고든은 그들의 어설픈 작전에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클로드를 통해 당시에는 아무도 문제시 여기지 않았던 동물학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는데, 이것은 <소리잡는 기계>와 같은 선상에서 사람 뿐만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권에 대해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 게 된 한 젊은 남자와 불임 사실을 아내에게 알릴 수 없어 최후의 방법을 사용한 남편, 학창 시절 학교 폭력 피해의 후유증이 노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 있어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삶에 미치는 씁쓸한 영향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놨다.
소설집에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의 부당한 대우와 억압에 살아왔던 여성들이 반격을 가한다. 남은 인생을 역지사지로 살아보자는 아내, 남편의 외도(로 짐작)에 대한 응징, 황혼 이혼보다 더 극단적인 아내의 복수.
이 모든 이야기들에는 사회적 약자 혹은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짙은 연민을 느낄 수 있다. 독자 역시 등장인물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우리네 모습이며, 그 모습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을 것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멋진 여우씨>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등 아이들을 위한 소설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종종 엽기적인 설정 이면에 그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마음을 담아 세 번째 책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