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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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그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작년(2020년), 코로나19라는 역병으로 모든 일상이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나는 각각 문학, 사회과학, 철학 세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독서모임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면 내가 읽은 책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타인의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년이 지난 현재에는 ZOOM 활용을 하는 모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눈짓, 몸짓, 표정, 억양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책에 대한 사색을 나눌 수 없는 아쉬움을 그나마 달랠 수 있는 책이 서평집이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판타지 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의 산문집이다. 강연과 수상 소감, 1994년에 쓴 일주일간의 산문 일기, 다른 작가의 작품 서문, 그리고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는 서평 등이 실려 있다.  
 
강연 모음에서는 인간 공동체를 통한 연대와 교육, 문학이 메뉴얼로서 삶에 미치는 영향, 간접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는 소설, 글의 진실성이 주는 아름다움, 교육과 삶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현재에 와서 점점 뒤쳐져가는 문해력, 상업주의로 인해 쇠퇴하는 문학 출판 시장, 여성주의와 페미니즘,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있어 지극히 사적인 독서로 인도한다. 작가의 필립 K. 딕과의 인연, 주제 사라마구에 대한 찬사 등은 어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깊이 이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독자 개인의 경험과 연계한다. 노년의 대가가 쓴 서평은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과 시대를 통찰한다. 그가 읽은 작품을 나도 읽었지만 지식이 아닌 혜안으로서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내고, 때로는 어린 아이처럼 '나는 그런데, 너는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 라든가, 혹은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당신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여유로움은 마치 나의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한다.  
 
실린 서평의 작품들 중 꽤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 번역본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기분 좋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놓고 여유롭게 읽거나, 사위가 가라앉은 듯 캄캄한 밤에, 아니면 고즈넉한 산장에서 읽으면 더할나위 없겠다.  
 
이렇게 다정하고 친근한 글을 더 이상 새로이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애석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절판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노 작가와의 만남을 잠시 접어둔다. 아마도 그가 소개했던 책을 읽게 되면 다시 펼치게 될테지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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