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반쪽
브릿 베넷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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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에 훅 들어오는 현대 소설이다. 미국 남부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시작하는 소개글에서부터 긴장감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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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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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이디스 워튼의 첫 작품이었던 이 소설의 새로운 판본을 10여년 만에 접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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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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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장편 작품을 만난다는 건 독자의 입장에서는 모험과도 같은 일이다. 작가 삶의 궤적을 살펴보니 이 작가 역시 만만치 않은 세월을 보냈구나싶다.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가장으로서, 작가로서, 배우로서 18세기를 살아온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설렘과 걱정 아닌 걱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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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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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동시대를 살다가 서른네 살의 나이로 요절한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 선집이다. 읽어본 바, 더 많은 시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다면 버지니아 울프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실린 열여섯(미완 포함) 편의 소설은 광기와 살인, 연애와 사랑, 가족애와 모성애, 여성이 갖는 존재의 의미, 사회적 약자를 향한 편견어린 시선, 인간의 오만 등을 현실적으로 구현한다. 









그저 피곤하지 않은 아이가 되고 싶을 뿐인 어린 소녀, 어디에서든 성폭행의 노출로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젊은 여성, 사랑은 둘이 하건만 결과적으로 그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짊어져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 강요되는 전통적 여성성, 이분법적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선의의 본질,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달라질 것이 없는 권태로운 인생, 존재의 의미에 대해 되짚게 하는 황혼, 쓸모와 자유 안에서 갖는 삶의 의미 등 누가 겪어도 이상하지 않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다가간다. 또한 독자는 이러한 일상적이고 소박한 표현에서 우러나는 섬세한 감정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ㅡ 


개인적으로 <만에서> <인형의 집>으로 이어지는 연작이 인상적이었는데, 현대인의 삶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짧은 분량 안에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정숙하고 순종적인 여성성, 그리고 동경하는 이상적인 사랑과 본능적 욕구 및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베럴. 전업주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갈구하는 린다. 삶의 조수에 저항하지 않고 선선히 따르는 것이 인생의 순리라고 말하는 조너선의 말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베럴이나 린다에게 얼만큼 공감이 가능한지 되묻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경제적 능력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일상의 무게를, 그리고 출산과 임신의 부담을 여성은 혼자 짊어져야 한다. 본능이라고 여기는 모성애의 부재에 대한 여성의 죄책감. 인생에 있어서 '절대'라는 단어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인생을 보내야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조너선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소모하는 것이 안타깝다. 자신의 삶이 일반적인 죄수의 삶과 큰 차이가 없으며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인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갔고, 아무도 꺼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개탄스러워하지만, 그 역시 벗어날 용기는 없다. 


<인형의 집>에서 보여지는 학교 내 학생 차별 및 따돌림 현상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집안을 들먹이며 경계선을 만들어 놓는 것은 어른들이고, 인형의 집을 구경하기 위해 아첨하는 어린 소녀들의 모습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힘있는 자들에게 기생하는 그들의 부모(불특정 다수의 어른)를 연상케 한다. 켈비네 아이들에게 인형의 집을 보여주면 안 되냐는 어린 키지어의 말에 당연히 안 된다고 대답하는 린다의 모습에서 대다수 사회 구성원을 볼 수 있었고, 답답함을 느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어린 키지어가 결국 린다와 같은 어른으로 성장할 거 라는 사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상대의 약점을 잡아 매몰차게 상처를 입히는 어린 소녀들의 모습이 더 이상 아이의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안타깝다. 더하여 베럴이 조카가 보는 앞에서 켈비 자매를 닭 쫓는 내몰며, 냉랭하고 거만한 자세로 고작 허리춤도 오지 않을 아이들에게 "당낭 나가!"라고 말하는 장면은 잔인하고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 두 연작은 가정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겪게 되는 딜레마,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폭력적인 시선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부조리 등을 자연스럽게 녹여놨다. 


ㅡ 


인간은 대부분, 자기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내의 경험담에 혼자만의 생각으로 예전의 시선으로 아내를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해먼드 씨('낯선 사람')처럼, 전투적이고 고달픈 삶을 토로하는 파커 아주머니 앞에서 자기 도취에 빠져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문학가('파커 아주머니의 인생')처럼, 상대에 대한 연민도, 인류애도 아닌 그야말로 선의를 베푸는 자기만족 즉 나르시시즘으로 차 한 잔 값을 구걸하는 여인을 충동적으로 집에 데려가는 로즈메리('차 한 잔')처럼,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이입이 부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이러한 인간 세상을 때로는 호러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냉철하게 그려냈다. 이와같이 여러 색깔로 삶을 써내려가는 작가가 요절했다는 것이 애석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그의 글이 그리워질 듯 하다. 




♤ 출판시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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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11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의와 나르시시즘의 차이는 이해와 이입이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사율 2022-05-12 15:26   좋아요 1 | URL
공감 감사합니다. :)
 
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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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로마의 일인자라는 위치에 오르기를 원했다. 그가 생각하는 로마의 일인자란 가장 큰 권위와 존엄을 가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권력의 화신이다. 모두가 그의 말에 집중하고, 누구도 그를 축출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카이사르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9년 후 집정관에 오르기 전까지 사람들이 자신을 로마의 일인자가 될 만한 인재로 여기게끔 만들어야 했다. 파벌없이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보니파에 속하지 않은 카이사르는 사방이 적이다. 그나마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비록 변방의 한미한 집안 출신이지만 변호사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놓은 출세주의자 키케로가 있다. 그런데 대단한 지성의 소유자인 키케로가 그 지성 덕분에 논리적으로 따지고 위험 요소를 간파하느라 곤란할 정도로 우유부단한 것이 문제였다. 더하여 키케로는 가난헸고, 카이사르는 가난한 지지자와 유권자들을 매수할 돈이 없었다.  


여성들만 가득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술라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둔 카이사르. 그곳에서 면담을 요청한 세르빌리아를 만난다. 세르빌리아는 가문으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율리아에게는 자기의 아들모다 더 좋은 남편감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하면서 두 아이의 약혼을 제안한다.  대답을 미뤄 둔 카이사르는 이 사안을 아우렐리아와 상의하고, 아우렐리아는 이 약혼이 성사된다면 최고 가문의 결합으로 보니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어딘지 모르게 브루투스가 탐탁치 않다.  




아주 먼 훗날을 생각하면 탐탁치 않았던 그 직감을 따랐어야 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이러쿵저러쿵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고.  


어린 시절부터 성마른 성격이었던 세르빌리아는 성장하면서 더욱 비틀어져 갔다. 현대에서도 볼 수 있는 어머니의 왜곡된 사랑. 명분은 브루투스를 위해서라고 하겠지만,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유년 시절 그토록 갈구했지만 부재했던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실망. 중년으로 접어들 그녀가,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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