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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이 책은 60대의 저자가 남극을 비롯한 70여개 나라를 여행하고 탐사해온 자신의 삶을 돌아본 자전적 여행기이자 답사기이며 생애 전반의 회고록 역할을 하는, 생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논픽션이다.
북아메리카, 북태평양 연안, 캐나다, 적도 태평양 콜론 제도, 동부 적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해, 남태평양 해안, 남극대륙, 남미 및 마젤란 해안 외에도 세계 곳곳을 탐방하는데 고고학, 역사, 문화, 인류학, 자연과학, 생물학,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간이 건설한 문화적 환경과 그것이 미친 영향 등 여러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가 현장 노트들을 다시 읽으며 이 책을 쓰는 데에 있어서 의도했던 것은1948년부터 1994년까지의 긴 여정을 다시 짚어 걸어보는 것이었다. 그가 긴 시간을 되짚으면서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떠나고만 싶었던 유년기의 동경과 성찰의 시간 사이에서 그는 인간이 초래한 위험과 인간의 승리 및 실패를 통해 배운 것들, 그리고 자신의 실패들과 오류 가능성에 대해 곱씹었다. 그는 이 책을 계획하면서 인류의 문화적 생물학적 역사에서 삶의 유의미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조해내는 것이라고 썼다.
주로 저자의 4,50대에 여행한 곳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그는 지금껏 이어져 오는 인류와 자연의 역사적 의의를 짚으며, 끊이지 않는 생태계 파괴, 무분별한 난개발과 오염, 중세 식민지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양 무역 산업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쟁의 심각성을 우려한다. 저자가 가진 의문은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며, 인간에게 무관심한 자연의 세계가 인간 세상을 덮쳐오는 가운데 우리가 문화와 경계선을 넘어 조화를 이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와 소수문화의 붕괴, 그 한편에는 이를 막으려는 노력. 미국인과 유럽인의 우월감과 자만이 가져온 기만적 폭력과 도덕적 망각. 낙원을 동경하면서도 자연을 훼손하는 모순. 각자 개인이 속한 문화가 아닌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들을 만났을 때 각기 다른 문화의 특유점과 품고 있는 의미와 지혜를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간의 다양성을 두려워하고 자기가 속한 문화와 풍속만이 옳다는 주장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위험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라고 충고한다. 이방인과 협력하는 법을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와같은 메시지는 비단 인류 안에서만이 아닌 다른 종들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연 그 자체가 예술임을 강조한다. 비록 방문자일뿐이지만 일상적 삶의 괴로움에 시달릴 때마다 자연의 색채와 광활함에 위로를 받고 자연 탐사를 통해 살아가는 데 힘과 용기를 얻는다는 저자와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탐방지에서 가져(주워)온 기념품들ㅡ녹색편암, 카르디타 껍데기들, 유칼립투스 열매, 현무암 돌멩이, 황동 탄피ㅡ은 풍부한 생명의 다양성, 태곳적 지구의 흔적, 인간 행동의 폭력성, 무용한 현대의 전쟁 등 우리에게 침묵으로써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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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전 세계가 자본주의 체제에 있는 이상 어느 것 하나 독자적인 것 없이 맞물려 있다. 특히 생태 및 환경 보존과 경제적 이득이 필요한 계층 간 충돌의 갈등 해결은 특정 국가를 떠나 대다수 나라가 해당하는 난제 중에 난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사례와 배경을 서술함으로써 어느 분야 예외 없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함을 촉구한다.
그의 탐험은 지식을 수집하고 경험을 쌓는 일, 그 이상이다. 과거의 이해와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구 생태와 인류의 유구한 역사,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한 경이를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되짚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책에는 인간 외 생명체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쩌면 인류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 이전에 지구별에서 공존해야 하는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을 비롯한 대자연을 목도한 저자가 떠올린 것을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경이와 기쁨과 감사, 그리고 이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당면한 수많은 문제점들이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감상일지 모르겠으나 이것말고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앞서 썼듯 이 책은 여행기이자 답사기이며 동시에 인류와 자연을 다룬, 더할나위 없는 인문교양서다. 2025년, 첫 번째 나의 올해의 책이 될 듯하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