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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10 - 태왕의 꿈, 완결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5년 2월
평점 :
담덕의 마지막 이야기다. 2022년 7월에 시작한 대장정이 약 2년 반만에 마무리 됐다. 이는 독자의 입장이고, 작가는 20여년에 걸쳐 이 소설을 준비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집필했으니 그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을 받아들고 마지막권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읽기만했던 나조차도 1권부터 순서대로 머릿속을 스치며 감개무량한데, 이 책을 쓰고 만든 사람들의 감정은 어떨지 짐작이 가능하다.
작가 후기에서도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이 소설은 허구적 상상에 기대기보다는 정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문헌들과 사료들을 조사하고 참고했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실질적으로 광개토태왕에 대해 남아 있는 사료가 많지 않아 역사적 자료와 사이사이 구멍난 부분은 앞뒤 맥락을 짚어 인과관계가 성립가능하도록 추적 유추해야만 했을텐데, 사실 이 작업이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작품을 쓰고자 만주, 백두산, 실크로드 등 광개토태왕의 원정길을 추적하고, 대학원 사학과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작가의 열정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고구려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동(북)아시아사 전반의 방대한 양을 다루어야한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당시 대륙의 중원과 북방 상황은 수많은 부족들이 먹고 먹히며 존멸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4,5세기 치열한 격동의 시대였고, 그 한가운데 가장 융성했던 고구려가 있었다.
10권은 404년, 후연의 요동성 침입 직전의 시기부터 413년 담덕 붕어 후 태자 거련이 세운 광개토태왕릉비(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 : 온누리에 나라를 넓히고, 평화와 안락을 염원한 태왕) 제작까지 이어진다. 특히 마지막에 다루어지는 광개토왕릉비의 제작 과정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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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시국 상황때문인지 아무래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변함없이 군주의 자질과 됨됨이, 그리고 잘못된 판단에 대한 태도다.
담덕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집을 부려 부여로 위령제를 지내러 갔다. 그 결과 담덕 본인도 목숨이 위태로워졌음은 물론 고구려의 기둥이 되어주었던 우적 장군을 잃었다(소설에서 이때 입은 부상은 이후 담덕의 발목을 계속 잡고 그의 죽음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후연에게 도발의 빌미를 주었으며, 그토록 공들여 세우고 아꼈던 7중목탑과 노승 석정도 잃었다. 담덕은 자신의 독선에 대해 깊은 후회와 반성을 거듭한다.
그렇다면 후연의 모용희는 어떤가?
그에게 전쟁의 명분은 없다. 그저 자신의 화풀이에 불과하다. 특히 담덕과 고구려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지만 정작 고구려를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고구려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거란으로 진격한다. 자신의 무용한 화풀이에 군사 1만 5천이 죽고, 국가적 위기는 한층 더 높아졌음에도 대안은 커녕 반성조차 없다. 백제의 젊은 전지왕이나 모용운, 풍발도 정도나 방식의 차이일뿐 애민 정신이 없기는 모용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나 이번 마지막 이야기는 담덕의 보다 인간적인 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람인 이상 완벽할 수 없다. 자신의 실수와 자만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수정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리더의 필수 덕목이다. 현재 전 세계가 대내.대외적으로 더없이 혼란스럽다(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리더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긴 시간 동안 『담덕』을 읽으면서 때때로 안타웠고, 때때로 가슴이 벅찼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이야기가 와닿았던 것은 인류의 잘못된 선택과 옳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