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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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열한 편이 실려있다.
'어머니'라는 존재들에게 바치는 헌사, 독서에 대한 사유, 현재의 삶을 살라는 조언, 끝없이 폐기물(다의적으로)을 양산해 내는 산업화된 세계와 돈을 섬기는 세태에 대한 경계, 무용無用하지만 소중한 대상을 향한 애상愛想,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질투, 그리고 돌이켜보면 마치 찰나와 같았던 삶에 대한 단상. 





 
 


여성이 결혼을 하는 것은 신이 그의 곁을 떠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보뱅. 여성이 결혼을 함으로써 포기하고 잃게 되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향한 갈망에 대해 말한다. 자식이 생기고 남편은 멀어진다. 더는 자신의 삶도, 누구의 삶도 아닌 삶을 살아가는 수수께끼 같은 여성의 삶. 「빈 자리」를 읽으면서 은섬 씨를 비롯해 내가 아는(직.간접적 모두) 여성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더불어 이 책을 읽기 직전 읽은 조앤 디디온의 『상실』 속 모성, 사이사이 보고 있는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는 어머니들,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실 속 어머니들의 삶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이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한다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보뱅이 말하는 독서는 짙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와 같다. 책을 읽음으로써 먼 세상, 더 깊은 곳으로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다. 독서는 강요될 수 없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스스로 읽고 오직 본인만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배우고 발견한다. 글을 쓰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든, 일기장에 쓰는 게 전부인 나같은 사람이든.  


보뱅이 말하는 삶. 그는 어떤 것으로도 유년의 삶에 한계를 지우면 안되듯이 그와 마찬가지로 지나간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에 지나치게 애면글면하지 말고 현존하는 지금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무용無用하지만 소중한 것이야말로 오직 '나'만의 것이고, 그것이 곧 '나' 자신이 된다. 그러니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소중히 여기시라. 



인간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상실의 경험을 반복하고 있고, 누구나 결핍된 존재이며, 소멸하는 것으로부터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이 진실'이라고 쓴 보뱅의 글은, 아마도 책이나 교육을 통해서 배운 진리는 더 이상 회자되지 않으며 그 가치조차 자취를 잃어가는 세상에 대한 일침이 아닐런지.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는 3인칭 시점에서 서술하며 글 속에 등장하는 '작가'를 '당신'이라고 지칭한다. 읽다보니 '당신'은 보뱅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는 말함으로써 자신의 부재를 밝힌다. / p121').  


어지간한 자기계발서나 잠언집보다 더 와닿는다. 이토록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뼈때리는 말씀을 하시다니... . 그의 다정한 혜안이 더 와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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