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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홍신자 외 지음 / 판미동 / 2025년 3월
평점 :
이 책은 전혀 다른 삶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이 인도 오로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눈 대화를 김혜나 소설가 쓴 에세이다. 삶, 명상, 자연 등에 대한 그들 생각을 나눈 내용들이 담겨 있다. 참고로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무용가 홍신자, 소설가 김혜나 그들이 함께한 때는 2013년이다.
일단 두 분과 오로빌이라는 마을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홍신자 선생은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뉴욕으로가 무용 수업을 8년 간 받은 끝에 삼십 대 중반에 올린 작품 「제례」로 큰 명성을 얻었다. 이후 인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7년의 결혼 생활 후 칠순에 베르너 사세와 재혼해 동반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독일인 베르너 사세 선생은 1966년 장인의 제안으로 기술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나주에서 4년을 보냈고, 그 인연으로 독일 최초 한국학 박사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 최대 공동체 마을, 오르빌. 인도의 동남부, 벵골만이 보이는 폰디체리시에서 북쪽으로 약 10킬리미터 쯤 지나면 나오는 이 작은 마을은 전 세계 남녀노소가 국적, 정치, 종교를 초월한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는 곳이다. 이야기는 김혜나 작가가 베르너 사세의 초대를 받고 인도로 출발하면서 시작한다.

김혜나 작가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다르고, 그 다름과 차이가 부끄러워 그것을 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라 삶이 힘들고 버거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힘듦이 그만의 일일까. 이 말이 무척 공감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다들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 먼저 몇 자 적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오로빌 그 자체보다 삶을 관조하는 두 선생의 말씀이다.
우선 명상. 명상의 공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그 시간이 길어야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 10분 내외면 충분하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몸에 있는 에너지를 느끼며 집중하면 된다. '함께한다'는 것 즉 'together'의 정확한 의미의 이해, '비움'에도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고, 미래의 일을 혼자 상상하면서 두려움을 만들어 내지 말라고 말씀한다. 또한 불교의 108배나 산에 오르는 길에 사람들이 하나씩 올리는 작은 돌탑, 사유를 동반한 한 걸음 한 걸음 등 기도하는 마음을 조금씩 올려가는 게 곧 요가가 아니겠냐며 미리 한 가지 계획만 세워 두고 그것을 따라가며 살고 싶지 않았다는 사세 선생의 말씀도 와닿는다. 그리고 정말 기억해야할 것은 외형적인 것들을 개의치 않고 그냥 사람으로 살아가고, 타인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사람으로 인정하고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오로빌은 운영 방식, 수입과 지출 구조, 자아실현과 수련의 도구가 되는 노동 등 그야말로 대다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공동체다. 사실 완독 후 오르빌을 방문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나의 삶, 그리고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내 방식의 오로빌'을 어떻게 구현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빌식 삶'에서 저마다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삶의 공간으로 들여온다면 우리의 벽은 조금씩 낮아질 수 있으려나... . 김혜나 소설가는 오로빌을 떠나면서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