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3.
내 몫의 급식이 사라지자, 갑자기 이 모두가 매우 미심쩍은 것처럼 여겨졌다, 반면에 '선생님'의 생존 가능성은 내 몫의 급식으로 인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나 있을 터였다. 



타인의 죽음으로 연명하는 삶이라니. 비단 누구 한 사람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학살의 현장에서 오는 공포라면, 이와 같은 선택은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비루한 삶이라도 연명하고픈 게 나약한 우리네 모습이다.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누군가의 배식으로 나의 목숨이 하루가 더 연장되고, 나의 가족을 한 명이라도 살리게 된다면, 어느 누가 어쩌다 내 손에 들어온 밥 한 끼를 모른 척 받아챙기지 않겠는가. 


'선생님'의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에 어떠한 이름도 갖다붙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아마도 이름을 만드는 순간 오히려 그의 순수한 행위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리라.





♠ 민음사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