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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평점 :
수상작 「겨울 정원」 외에 후보작 다섯 편이 실려있다.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실린 작품 중 「겨울 정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겨울 정원]
혜숙은 오피스텔 건물 청소일을 하는 예순 살 여성이다. 독립했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온 소설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서관의 큰글자모임에서 만나 친구와 연인의 중간쯤의 따뜻한 관계에 있던 오인환씨와 헤어졌다.
독자는 예순 살 혜숙씨의 인생 전부를 알 수 없다. 다만 소설에서 보여지는 혜숙씨의 삶은 무척 단조롭고 평안해보이지만 작은 소요들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같은 청소일을 하는 언니들을 만나 일상을 나누고, 아직 유명하지는 않지만 자기를 닮지 않은 딸(정작 딸은 엄마를 닮았다고 우기지만)을 내심 대견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가하면, 오인환씨의 딸들이 쫓아와 모멸감을 안겨도 오히려 그네들을 이해한다. 어디에서는 너무 젊다고, 어디에서는 노인 취급을 하는, 이제 노년기를 준비해야 하는 예순 살의 혜숙씨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허전하고 텅 비어버렸으나 봄이면 다시 꽃을 피우게 될 겨울 정원을 바라보며 아픔도, 헛헛함도, 그리움도 흘려보낸다. 다만 행복했던 추억들이 오래 남아있기만을 바란다.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자신에게 생길 수 있을지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는 혜숙씨의 마음이 느껴져, 나는 조금 스산했고 조금 슬펐다.
1인칭 시점 소설의 화자는 혜숙씨다. 차분하게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화자의 서술이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장난기가 가득하다가도 가볍게(?) 진지하고, 뭔가 서글퍼지다가도 명랑해지는, 혜숙씨가 읽는 이에게 '사는 게 원래 그래. 그러니 웃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읽으면서 언젠가는 다가올 나의 육십과 과거 육십이었던 때의 엄마가 떠올랐다. 지금은 칠십을 훌쩍 넘겨, 예순이면 청춘이라고 주장하는 엄마는 나와 많이 다르다. 엄마는 내가 엄마를 닮았다고 우기고, 나는 내가 아빠를 닮았다고 우긴다. 이 정답도 없는 실랑이를 만날 때마다 한다. 이래서 미래와 혜숙씨를 다정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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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작 중 두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했던 소설은 「사랑 접인 병원」이다. 물론 나는 아무리 사랑해도 '약지 교환식'은 절대 할 수 없지만(일단 아픈 게 너무 싫어. 그리고 헤어지면 내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손가락은 어쩌냐고.), 그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군가와 서로 진실한 반려가 되고 싶은 그 마음. 그리고 혼자 있고 싶지만 사회 시스템 안에서, 혹은 소속된 집단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가 되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대다수 현대인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다른 하나인 「그동안의 정의」는 뭔가 굳었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15년 가까이 소식을 모르고 살았던 오빠의 죽음에 무감각한 정의. 오빠보다 자신을 닮은, 처음 본 일곱살 조카 현수.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올라오는 현수를 향한 애정. 이 모든 것이 담백해서 좋더라. (특히 현수가 너무 사랑스러워.)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