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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근데 왜 걸어서 여행하는 거야?"
단순히 실크로드를 따라 걷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도보여행이란다.
우즈베키스탄이란 나라에 대해서 그야말로 완전 백지상태이기에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설레임을 안고 책을 펼쳐든다.
건물들에서 느껴지는 신비감, 사막, 실크로드.....
무려 1200Km에 달하는 거리를 어떻게 걸어서 여행을 하겠다는 건지 무모해보이기도 했지만,
여러 책을 읽다보니 도보여행가가 의외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순전히 도보로만 생활해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지구를 사랑하는 작은 발걸음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그리고 도보여행이 주는 매력이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충분히 보상하고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믿어보며 작가와 우즈베키스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책을 읽는 내내 아주 편안했다. 곱게 다듬어진 전문 작가의 글이 아닌듯하기에 그렇게 느겨졌을 것이다.
낯선 나라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는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사막인 키질쿰이 400km에 걸쳐서 놓여있다. 여름 한낮에는 기온이 50도 가까이 올라가는 곳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서 연해주의 한인들이 강제로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으로 이주됐다. 그 후손들은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다.
배낭을 울러 멘 저자와 함께 걸어가는 길에서 만난 바싹 말라버린 아무다리야 강, 낯선 이방인을 향한 호기심으로 찬 현지인들의 시선, 그리고 초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고 자고가라며 손을 내밀어주는 따뜻한 마음, 끝없는 목화밭, 모자라는 수도 시설과 전기, 보드카, 넘치는 과일, 뜨거운 태양아래 힘들게 건넌 광활한 사막, 이슬람 사원등 문화유산.....
40여일을 걸어서 우즈베키스탄을 가로지르며 보았던 경치, 만났던 사람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수도 없이 이어졌을 자신과의 대화들이 저자와 우리 마음에 오롯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와 다른 낯선 문화에 당황하게도 되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몸짓, 손짓으로도 얼마든지 소통이 됨을, 내겐 생소한 이곳에서도 우리의 한류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에 내심 자부심도 생긴다.
이렇게 짧은 소개로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언어, 문화, 기후, 생활습관과 환경이 전혀 다른 그곳에도 사람사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또 여러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길을 왜 걷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확실한 답은 말하지 못했다.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한다면, 나도 이유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을 말하고 싶다. 혼자서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지금,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예전에 1시간여를 걸어서 출근했던 적이 있다.
운동삼아 살도 뺄겸......차 타고 다닐땐 아주 편안했던 그 길이 걸어다니기엔 불편함이 아주 많다는 것도 알았고
쌩쌩 달리는 차들에 생명의 위협도 느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인도와 차도의 분명한 구분이 있었지만 달려오는 차들의 속도감이나 크기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도 걷는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대신 한적한 산길이나 산책로를 택해서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편안한 시간을 누리고 싶다.
아니 이참에 나도 도보여행을 해볼까??
걷기를 통한 자신과 만나는 시간, 외로움과도 맞서야 할테고, 자연의 신비, 따뜻한 인심 가끔은 뜻하지 않는 봉변(?)을 당하기도 할테지만.
꿈틀꿈틀 용트림하는 걷기의 유혹이 다시금 날 흔드는 책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가 그 답이 될 것이다.외로움이야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지, 외로워지기 위해서 길을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두가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고독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혼자이기에 외롭다면, 혼자라서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