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줌 향기 한 줌 - 정목일 에세이집
정목일 지음, 양태석 그림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에세이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스스륵 책을 넘겨보다 내 마음이 닿고 눈길이 머무는 곳을 펼쳐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공감도 하고 내 생각도 펼쳐보이며 읽는 맛이 너무 좋다.

게다가 글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수채화 그림들은 또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 그림을 들여다보노라면 저자의 마음 한 자락이 살짝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면서.

 

베란다에 비쳐드는 오월의 아침 햇살에 흠뻑 빠져 지냈다.

초록빛 일색이던 베란다에 피어난 빨간색 제라늄 꽃이 아침마다 나를 설레이게 했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 다른 꽃대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던지...

그동안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던 물주기, 그냥 칙칙 뿌려대던 분무기의 물 한 방울 방울에 내 마음을 담아 흠뻑 뿌려주었다.

아마도 그런 내 마음이 전해진 것이었을까? 세상에 조그만 녀석이 꽃대를 4개나 올려줬으니.

카메라에 환한 햇살과 함께 담겨진 제라늄 사진을 틈만 있으면 들여다 보고 있다.미소가 저절로 찾아오는 시간이다.

이렇게 내가 평범한 일상에서 보았던 일,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사소한 일들이 새삼 의미를 가진 것처럼

 저자에게는 모든 일상들조차 아름답게 보였나보다.

 

한지 방문이란 대문에서 또 한 번 끄덕~

내가 살았던 옛집이 생각난 것이다. 추운 겨울이면 문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찬 바람때문에 싫기도 했었건만.

계절이 바뀌면 어머니는 방문을 뜯어서 정성스럽게  한지를 발라주셨다.

귀찮아하는 내색도 없이 풀을 쑤어 문풍지를 척척 바르시던 모습, 때로는 예쁜 꽃 잎도 함께....

그 방문을 통해 들어오던 햇살, 달빛이 생각난다. 오밀조밀 모여 살던 그때가 그립다. 철도 없었던 그 시절.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을 읽노라면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지난 추억 속으로, 잊었던 기억 속으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입가에 저절로 찾아드는 미소를 안고서.....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말기를. 

  

편지를 받고 싶으면 먼저 편지를 써야 한다. 선물을 받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선물을 하여야 한다.

친구를 얻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친구가 돼 주어야 한다. 꽃을 피우고 싶으면 먼저 마음을 열어 대화하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꽃을 피우려는 마음으로 그때 그 순간 정성을 다하여야만 인간관계도 꽃을 피우게 된다는 걸 알 듯하다.

꽃들도 대화할 상대가 없으면 시들고 말라 죽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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