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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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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나폴레옹이 유럽을 주름잡던 시대를 배경으로 각국 공군에서 활약하는 용들의 이야기를 그린 테메레르의 시리즈 두번째작이 드디어 등장했다.

 

전작에서는 알에서 막 깨어난 테메레르가 로렌스를 만나고, 마치 어린아이의 성장기가 그렇듯 많은것들을 배우고 익혀나가며 영국공군의 주력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려졌었는데 이번작품에서는 잠시 그 무대를 광활한 중국땅으로 옮겨 새로운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드넓은 대양과 광활한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한층 더 웅장해진 느낌이다. 영국 하늘이 좁다고 느껴질만큼 거침없이 날아다니던 테메레르에게 걸맞는 새로운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무대가 바뀐만큼 등장하는 용들의 면모 역시 거칠고 터프한 이미지의 영국공군 소속 동료들에서,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중국의 귀족 용들로 바뀌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위계승을 둘러싼 중국 황실의 암투에 휘말린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그린 이번 이야기 속에는, 거친 항해와 거대한 바다뱀과의 사투, 사랑을 배우고 자신의 뿌리를 알아가는 테메레르의 모습등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파일럿을 지키기 위해 두 용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웅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가슴벅찬 감동이 교차하는 명장면이자 이책의 하일라이트다.

 

두툼해진 책만큼이나 모든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전작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맛배기를 보여준 것이였다면 두번째작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는것 같다. 물론 소설 테메레르의 가장 큰 매력인 성장해가는 테메레르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건재하다. 아직은 미숙한점도 보이고 때로는 아이를 물가에 내어놓은 심정이 들게하는 위태위태한 모습도 보이지만 조금씩 멋진 한마리의 용으로 탈바꿈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 해지고 어째서인지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것을 작가가 새롭게 창조해 내야하는 판타지 소설의 특성상 치밀한 설정과 그것을 위화감없이 자연스럽게 소설속에 녹여내는 작업이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할수있다. 그런면에서 테메레르의 그것은 거의 완벽하다고 느껴진다. 현실세계와 상상속의 존재인 용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로 쓰여진 이작품속에서 용이라는 존재는 결코 허구의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용의 습성, 생활양식, 행동패턴, 가치관, 인간과의 관계에서오는 모든 요소들이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되어 있어서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용이라는 존재가 실존하는 생명체보다도 더 친숙한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게 되는것 같다. 역사적 고증에서라면 모를까 최소한 작가가 만들어낸 설정에서만큼은 옥의티라는 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테메레르가 비록 저자의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나오미 노빅'이라는 작가의 경력을 살펴보면 이런 노련미 넘치는 작품을 써낼수 있었던 데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수긍이 간다. 그녀는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 '네버윈터 나이츠'의 개발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네버윈터 나이츠를 포함하여 D&D룰 이라는 정형화된 규칙을 적용한 일련의 게임들의 설정이 얼마나 매력있고 방대하며 세밀한지는 롤플레잉팬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고의 팀에서 이미 그런 작업을 거쳤던 작가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에 단지 용이라는 요소 하나를 결합하는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들의 사고루틴을 창조해서 이야기로 녹여내는데 있어서는 이미 전문가이자 설정의 엔지니어라고 해도 좋을 이런 작가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수많은 작품을 다 읽어내는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선별해서 읽을수밖에는 없겠지만, 혹여라도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선입관으로 테메레르를 그냥 치지는 말기 바란다. 판타지소설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꼭 판타지팬들이 아니더라도 테메레르에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을만한 요소들이 그야말로 넘쳐난다.

 

테메레르는 이제 겨우 시작일뿐이고 앞으로 남아있는 이야기가 더 많건만 언젠가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결말을 맺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섭섭한 감정이 밀려온다. 테메레르가 예정되어있는 6권으로 끝을 낼것이 아니라 일본의 유명한 판타지 소설 구인사가처럼 몇십년에 걸쳐서 백편 , 이백편 계속되는 장수 타이틀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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