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NEW 가네쉬 3년(Planner) 플래너_블랙
(주)국진피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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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년 다이어리를 바꾸면서 제일 불편했던게 뭐냐하면 다이어리를 두개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였습니다. 해가 바뀐다고 그 전년도에 쓰던 다이어리의 내용이 모두 쓸모없어지는게 아니거든요. 새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전에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들쳐봐야 했죠. 옮겨적는일도 만만치 않구요. 정말로 이런 다이어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부터 생각해왔었습니다. 분량을 고려하지 않을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한권의 다이어리로 한 삼년정도를 쓸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구요. 

일단 3년치가 한권에 들어있으면 그 부피가 상당히 커지지지 않을까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만화책 크기 정도로 두께는 한 3백여쪽 분량의 소설책 보다 좀 얇지 않을까 싶네요. 양장본이구요. 표지는 심플한 블랙으로 깔끔합니다. 안의 내용을 봐도 쓸데없는 디자인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인상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다이어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점은 그 구성에 있습니다. 원래는 3년이라는 기간동안의 날짜가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한 페이지를 3등분 해서 각각의 공간이, 년도가 다른 같은 날짜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일년동안 다이어리를 끝까지 사용하고 나면 다음해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되는거죠. 이듬해에 기록하는 것을 그 전년도 같은 날짜의 기록과 대조해보는 것도 용이합니다. 바로 그 아래에 기록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 방식은 유용하기도 하지만 뭐랄까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벌써부터 2년째 3년째 사용하게 되는 순간이 기다려집니다. 

꽤 세심하게 신경써서 만들어졌다는 인상입니다. 이런 3년 다이어리가 원래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간절히 원하던 방식의 다이어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2년차 3년차에 전년도 기록과 대조하면서 기록하게 될 순간들이 기대되서 의욕도 넘치는 것 같습니다. 원래 다이어리란 사용할때가 아니면 전혀 신경도 안쓰는 기록지의 의미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였지만 이건 무슨 마법의 책이라도 되는것처럼 자꾸 들춰보게 되네요. 사용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아무튼 첫인상은 마음에 쏙드는 다이어리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해도 환영받을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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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 해답 - 부와 성공을 만드는 내 인생의 매뉴얼
머레이 스미스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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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랫만에 아주 괜찮은 자기계발서를 만났다. 이 책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아주 특별한 요소가 있다.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읽는다. 더 나은 미래, 꿈꾸는 목표를 성취할수 있는 인간으로 나 자신을 갈고 닦고자 하는 목적으로 손에 들게 된다. 물론 나역시도 그렇다. 나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수 있을 법한 책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또 손이 가고만다.

자기계발서라는 종류의 책을 처음 접했을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나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 것 같은 그런 놀라운 기분을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의 모든 진리가 이 한권에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 진리를 알아버린 이상 나는 앞으로 한단계, 두단계 진화할 것이며, 모든것이 다 나아질 것 같은 기분에 젖어버렸다. 그런데 과연 그순간 정말로 그책이 나를 바꿨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모든 자기계발서가 긍정적이고 옳은말로 가득차있다. 한구절 한구절이 모두 공감이 가고 배우고 싶은 것들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말들은 자기 계발서 안에 다 들어있다. 그렇지만 책안에서만 맴돌뿐 현실로 가져올수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것은 아닐까.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 책이 잘못된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거라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결국 내가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취하지 못한거라고. 그건 이책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행동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현실속에서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각 책들에 나와있는 실천강령들이 너무 획일적이다. 개개인에 개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은것 같다.

모든 책들이 그 해답만 나와있고 원리라는 것이 많이 모자란듯 싶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설명이 너무 피상적이다. 답만 나와있는 답안지는 진정한 의미의 해답이라고 할수없지 않을까. 답만 알려주어서는 그와 완전히 똑같은 문제가 아니면 풀수가 없다. 원리와 공식을 모르고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유형의 상황들을 책에서 말하는것처럼 이상적으로 대처해나간다는 어불성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분명히 다르다. 부와 성공을 만드는 내 인생의 매뉴얼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도 최종적으로는 부를 손에 거머쥐기 위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지침서라고 할수있다. 끌어당김의 법칙, 잉태의 법칙, 행동의 법칙, 보상의 법칙등 4개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많은 부분을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 또는 앞으로 할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수 있는 조언들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자기 사업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만한 보편적인 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앞서 이야기한 모든 법칙들이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인 시스템에 있다. 모든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의 장에서 왜 그것들이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가하는 놀라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저자중 한사람인 존 아사라프의 에피소드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멋진 저택을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던 중 정말 아름답고 마음에 쏙 드는 아름다운 저택을 발견한 그는 그 즉시 이 저택을 구입하기로 결정한다. 훗날 어린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예전의 물건들을 보관해둔 한 종이박스를 열어보니 그 안에 지금의 바로 그 저택의 사진이 들어있었다는 것. 그 사진은 저자가 젊은 시절에, 훗날 이런 저택을 갖겠다고 목표로 삼아 한 잡지에서 오려붙여둔 사진이였던 것이다. 단지 놀라운 우연으로 치부할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우연히 아니였음을 과학적인 논리로 설명한다. 바로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이런 현상과 이 책에 실린 법칙들까지 모든 것들이 설명이 된다. 이는 말하자면 원리에 해당한다고 할수 있겠다. 이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것을 안다는 것은 그런 놀라운 상황들을 우연히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몸의 중추이자 최고수준의 자동항법장치인 스스로의 두뇌를 컨트롤 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그것을 알면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것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두뇌의 능력에 대해서, 두뇌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는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의 힘, 최고수준의 자동항법장치를 컨트롤할수 있음으로써 더이상 엉뚱한곳을 맴돌고 있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 학습지의 광고 문구중에 원리를 알려주는 학습지라는 것이 있다. 이 책이 정말 그렇다. 그 원리를 앎으로써 이 책의 모든 법칙들이 진정한 빛을 발할수 있다. 그것을 앎으로써 이 책의 모든 법칙들, 그리고 심지어는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조언들까지도 보다 융통성 있게 받아들이는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이 책 The Answer 해답이야말로 수많은 자기 계발서 중에서도 정점에 서있는 책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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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ㅣ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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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술트릭의 대가라는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삼부작중 첫번째 작품. 드디어 읽게 된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는, 기대이상으로 재미있는 작품이였다. 정답! 문장마다 흘러넘치는 유머, 광기, 서스펜스. 훌륭한 스토리텔링. 기필코 란포상을 거머쥐고 말겠다는 작가의 의욕이 느껴진다. 파격적인 구성이나, 결말을 향해서 독자를 몰아가는 스피드감이나 모든면에서 다음장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는 그런 소설.

야마모토 야스오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추리소설을 쓰고 있는 서른세살의 작가지망생. 8월 31일이 마감인 <월간 추리 신인상>에 응모하는 것을 목표로 집필을 시작한다. 그런데 좀처럼 글이 써지질 않아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마감날짜만 하루하루 다가오는 초조한 날들이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기적처럼 영감이 떠오른 야스오의 펜 끝에서 드디어 봇물처럼 이야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끝에 완성된 이 역작의 제목은 <환상의 여인>. 야스오는 이 작품이 상을 수상하게 될것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이 원고를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주겠다던 친구 기도가, 어이없게도 완성한 원고의 원본과 복사본 모두를 전철안에서 잃어버리고 만다.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연이어서 일어나는 터무니없는 사건들. 그리고 <환상의 여인>은 야스오가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당선이 되는데...

서술트릭하면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식스센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식스센스의 대단한 반전의 충격은 좀처럼 잊을수가 없다. 반전이 훌륭한 영화는 많이 있지만, 당시에 이 식스센스에서의 반전은 그 전이나 혹은 그 후의 다른 영화들과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세상이 뒤집히는 느낌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이런 식으로 관객을 속이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경탄을 했었다. 사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중간에 이미 그 반전을 눈치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전이 이루어진 장면에서 그 경이로움이 조금도 희석되지 않았던건 그 처음보는 종류의 발상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였기 때문이다. 눈치챈 뒤에도 설마설마 하면서 내 짐작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잔뜩 숨죽인채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 이 놀라운 영화를 만들어낸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나의 우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훗날 뒤늦게 추리소설을 읽게 되면서 보니, 이미 이런 기법이 추리소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던 기법이 아닌가.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는 물론이고, 특히 밸린저의 작품들은 식스센스가 표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반세기나 전에 작품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서술트릭이란 것으로 말할것 같으면 소설의 구성 그 자체가 트릭이 되어서 독자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노리는 수법. 따라서 서술트릭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것 만으로도 작품의 재미는 크게 반감하고 만다. 그 전에는 이런 형식의 반전을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식스센스는 그만큼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경지를 보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으려나. 확실히 그 충격을 다시 기대하면서 본 샤말란 감독의 차기작 언브레이커블은 굉장히 실망. 그 뒤로 본 다른 영화나 소설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훌륭한 반전이 있는 작품에서는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지만 더이상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이미 이런식의 트릭에는 면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서술트릭의 대가라는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은? 서술트릭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이것 역시 다른 작품과 별반 다르지 않게 문장 여기저기를 의심하고 수색해 보거나 나름대로 이런 트릭인거 아닐까하고 추리해 보거나하는 선입관으로 가득한 독서가 될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금 놀란것은 책의 표지나 홍보문구를 보아도 알겠지만 서술트릭이라는 것을 감추려는 의도가 전혀 안보인다는 점. 대놓고 서술트릭 운운하는, 무엇보다 놀란 것은 소설 안에서조차도 어떤 주의도 없고 별다르게 조심하는듯한 기색조차 없다. 종국에는 그래 어디 트릭이 뭔지 좀 아시겠습니까? 하고 갑작스럽게 묻는바람에 아연실색해버렸다. 아예 대놓고 도발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일단 서술트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이 작품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모르고 읽었을 때는 갑자기 뒤집어지는 이야기에 어리둥절 해버릴지도... 여러가지 생각하면서 읽긴 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결국 결말에서는 깜짝 놀라버렸다. 아찔한 반전의 연속이다. 비틀고 또 비틀고, 한정된 스토리안에서 짜낼수 있는 속임수는 모두 짜내보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이미지가 정말 강하다. 서술트릭이란 단어도 그렇지만 이 본격추리라는 단어도 정말 잘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의 작명센스에는 감탄하고만다. 아무튼 작가의 열의만큼이나 독자도 한번 해보자는 자세로 읽어야 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어려움을 말한다면, 반전이 너무 많은 관계로,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져서 혼란스러운 채로 결말을 맞이했다는것. 결국 진상은...어떻게 되었다는 걸까. 나에게 있어서는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진상을 간파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만 그다지 심각하거나 무겁지는 않아서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의 놀아보자는 마음이 느껴진다. 시마다 소지의 "경탄할만한 걸작" 이라는 칭찬처럼, 그냥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같이 놀면서 작가의 발상에 경탄하자. 그러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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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의 게임 ㅣ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5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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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침략해온 이성인들을 멸하고, 인류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사령관으로서 키워진 천재소년 엔더. 그런 엔더의 고독한 싸움과 성장을 그린 이 책 엔더의 게임은, 최고권위의 SF상인 휴고상,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이후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대한 엔더시리즈의 프롤로그 격인 작품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갈까 말까한 어린나이에 벌써 고독과 절망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아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인지. 이 아이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평범한 아이들에게처럼 기분좋고, 편하고, 보호받고, 응석부리고, 작은 무지와 어리석음 정도라면 관용이 베풀어지는 그런 따뜻한 곳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야기는 6살에 불과한 어린 엔더가 자신을 괴롭히려던 아이를 거꾸로 쓰러뜨려 버리고, 상대가 저항불능이 된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응징을 가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높은 지능과 통솔자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 우주 함대의 지휘관 양성 학교에 편입된 엔더. 그 곳에서 외톨이인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엄격한 훈련과, 정도를 넘어선 높은 강도의 배틀 게임, 그리고 동료들의 질투와 견제였다. 작은 우정의 싹을 키워나가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고, 간신히 리더로서의 지위를 확립한 뒤에도 한층 더 몰아세우는 비정한 시련. 아무리 힘들고 가혹한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만은 결코 그 어떤 구원의 손길도 내밀어지지 않을것임을 확신하게 하는 나날들. 격심한 경쟁 사회속에서 어린 그가 배운 것은, 혼자의 힘으로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어 버리는 것 외에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 주저앉거나 망가져 버릴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불과 열한살의 나이에 유일무이의 절대적인 사령관으로 성장하지만, 그러나 엔더는 언제까지나 고독한 소년인 채이다.

장대하고, 섬세하고,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지만 조금 괴롭고 가슴아픈 이야기. 그렇지만 훌륭하다. 고난의 수렁속을 빠져나와 위대한 영웅으로, 답답한 학교에서 한순간에 거대한 우주속으로 거듭나는 한 소년의 성장 스토리, 그리고 통쾌한 반전은, SF소설이면서도 모든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킬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 조금 심술궂은 독자라면 읽으면서 "리얼리티가 말이야..." 하고 투덜댈수도 있겠지만(SF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 작품이 진짜 걸작인 이유는, 전적으로 아이의 묘사력에 있다.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아이들을 말하는게 아니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고있는, 천재들의 심리묘사가 정말로 대단하다. 설정 자체는 오늘날의 독자들의 눈으로 보면 질릴만큼 평범한 인베이더 스타일의 SF지만, 고뇌하는 인물의 심리를 이정도까지 그릴 수 있다면 SF로서의 새로운 요소, 참신함같은건 정말이지 없어도 그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인물 조형에 있어서, 엔더와 그의 형과 누나의 캐릭터간의 상성이 꽤 좋다. 잔혹하고 교활한 성향을 감추고 정보 조작에 의한 세계 지배를 계획하고 있는 형 피터. 그런 오빠의 본성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그런 성향이 잠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남동생을 지키려고 하는 누나 발렌타인. 발렌타인과의 감정의 교류가 없었거나, 피터와의 대립구도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정말이지 한없이 잔혹 일변도를 달리는(한 아이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이야기가 되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구도는, 아이들 사회의 파워 게임에만 치우치기 쉽상인 이야기를 적당히 환기시키고 리듬의 변화를 준다. 그리고, 엔더의 게임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중에 하나인 것이 바로 네트를 통한 여론조작의 아이디어. 이것이 이미 현실로 실현되어 버린 지금에 와서는 특별히 새롭다거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다만, 일반인들에게 글로벌 넷의 개념이 아주 생소했을 1980년대 당시에 있어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받아들여졌을 듯 하다.

엔더의 <게임>이 끝난 뒤에도, 제법 오랫동안 긴 에필로그가 계속된다.〈버거 전쟁〉후의 전말이라든가 엔더 들의 성장 후의 모습이라든가,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그저 에필로그였을수도 있지만, 본편의 리듬과는 다르게 짧은 분량안에서 너무 광범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것이 후속편들을 위한 포석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엔더의게임 그 후의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 소개가 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멋진 에필로그가 무의미한 포석이 되지 않도록 아무쪼록 그 후속편들도 꼭 읽어볼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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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 2009-09-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속편(사자의 대변인, 제노사이드, 엔더의 아이들) 3편은 이미 오래전에 소개되었다가 절판되었습니다. 시공사판 사자의 대변인 1 주소 입니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08539 구해서 읽어보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루비박스에서 계속 뒷이야기도 재간해주면 좋겠지요. 원서로는 피터, 빈등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여러권 시리즈가 더 나왔지만 아쉽게도 번역은 본 4부작 뿐입니다.

가레스베일 2009-09-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데 도저히 구할수가 없어서요. ^^;;
과학소설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끼리와 귀울음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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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판사 세키네 다카오가 주인공인 연작 단편집입니다. 주인공은 같아도 수록되어 있는 12편의 단편들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비교적 실험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등장 인물의 논리가 이어질 뿐인 이야기도 몇 편인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명료한 논리로 확실하게 진상을 밝혀내는 단편도 있습니다. 인물의 색깔이 분명해서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이 책을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뉴멕시코의 달>, <탁상공론>, <왕복 서신>, <마술사>정도가 특별히 좋아하는 단편. 또, <요변천목의 밤>의 선명한 정경미도 인상적입니다.

<뉴멕시코의 달>은 사건 그 자체는 비교적 단순해서 진상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만, 거기에 언셀 애덤스의 사진이 삽입되서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탁상공론>은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는 일체 등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만은 압도적. 한 장의 사진을 둘러싼 슈운과 나쓰의 추리 대결이 즐겁습니다. <왕복 서신>은 제목 그대로 왕복 서신만으로 구성된 변칙적인 작품. 단편만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겠지요. 이것도 그 결말을 이끌어내는 세키네 다카오의 논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왕복서신>에 등장하는 손편지들을 읽으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쓰는 사람의 애정어린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메일과 비교하면 마음이 담긴 손편지 한통이 얼마나 따뜻한것인지, 그저 안부 인사일 뿐인데도 말이죠.

<마술사>는 첫머리에서 몇개의 도시 전설을 먼저 서술하고, 각각의 전설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깨끗하게 해명해 보이는 다카오의 추론이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로서는 덜 강렬한 작품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다카오의 논리정연한 사고를 즐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마음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각의 단편이 어딘가에서 서로 연결고리를 갖는 이런 연작 단편집이 너무 좋습니다. 짧은 단편을 읽고 난 뒤에 오는 아쉬움도, 긴 장편을 읽는 동안의 지루함도 없는, 스포츠로 치자면 하이라이트 장면만 모아놓은 듯해서 말이죠. 아무튼 이런것 저런것 다 포함해서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거야말로 온다리쿠다 할 만한 작품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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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2008-12-0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사진보고 정말 감탄했어요~
저도 지난 주말에 읽었는데.. 혼자서 상상하면서 읽었었는데...^^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레스베일 2008-12-11 02:26   좋아요 0 | URL
아 네 ^^ 저도 혼자서 상상하면서 읽다가 ^^;;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