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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불과 얼마전에 있었던 베이징 올림픽조차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멀리 날려 보낸지 오래다. 어른이 되면서, 국가나 정치의 개입은 물론 상업 주의와의 타협등 여러가지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올림픽의 현실을 알아차린 이후로는 도무지 이 허울 뿐인 스포츠 제전을 순수하게 즐길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됴쿄 올림픽의 준비로 분주하던 당시의 일본 국민들의 마음은 달랐을 것이다. 서울올림픽에서 우리가 그랬듯이 자국에서 처음으로 치뤄지는 올림픽은 그들에게 말 그대로 일본의 미래이자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앞으로 잘 살수 있게 되었다는 꿈만으로도 머릿속은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1964년 희망을 품고 흑백 티비앞에서 도쿄 올림픽을 지켜보는 일본인들의 심정은 아마 그랬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은 그런 ‘도쿄 올림픽’이 개최 되기 직전의 도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소설의 뼈대는,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뤄내려 하는 국가와, 올림픽 개최를 무산시키려고 하는 ‘시마자키 구니오’라는 젊은 테러리스트와의 거듭되는 공방전이다.
56개나 되는 각 장 마다, 형사인 ‘오치아이 마사오’를 필두로 한 경시청, 범행을 계획한 주인공 ‘시마자키’, 정치에 무관심하고 학생운동이나 정치 운동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시마자키의 동급생 ‘스가 다다시’, 시마자키와 약간의 접점이 있는 ‘고바야시 요시코’라는 젊은 여성의 시점이 어지럽게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범인을 처음부터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수수께끼나 반전의 요소는 적은 편이고, 말하자면 미스터리 스릴러를 읽을 때와는 그 질감이 다르지만, 그런데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세심하게 공들여 그려 넣어진 주인공 시마자키의 범행의 배경 때문이다.
도호쿠 지방의 가난한 농촌에서 나고 자란 시마자키는 공부를 잘 한 까닭에 장남인 형 대신에 도쿄대에 진학하고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지만, 노동자로서 도쿄에 올라온 형이 가혹한 현장 작업으로 인해 필로폰에 손을 대고 목숨까지 잃은 것이나, 궁핍한 고향집을 떠나 상경한 것을 언제나 마음의 빚으로 여기고 과도한 육체 노동을 자진하고 있었다.
전후의 부흥을 이루고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이라고 해도, 착취하는 자본측과 싼 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이름없는 사람들이라는 관계는, 실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지 않은가. 도시의 눈부신 발전의 밑거름은 지방에서 상경한 노동자들이나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영원히 빼앗기기만 하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마자키의 마음을 무겁게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략 이런 현실 인식이다.
찬란한 ‘빛’의 한편에는 어둠 속에 녹아들 뿐인 무수한 그림자가 있다. 시마자키의 적의가 마침내 그런 찬란한 ‘빛’의 상징인 도쿄 올림픽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올림픽을 인질로 한 초유의 테러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영원한 화두에 대한 이런 시마자키의 고뇌가 자리잡고 있다. 이것을 간단하게 오락소설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을 듯 하다. 『공중그네』,『라라피포』에서의 바로 그 <오쿠다 히데오>가 정말 맞는지.... 이 작가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