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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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탈리아의, 카타니아 지방 어느 어시장의 분주한 풍경을 묘사하던 이야기는 곧 해물스파게티 조리법으로 옮겨간다. 해물 스파게티의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통 운운하며 특별한 재료만을 고수할 필요도 없다. 그저 싱싱한 해물을 적당히 집어넣고 정성껏 조리한다. 다만 이탈리안 스파게티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와인만은 절대 이탈리아산 화이트와인을 넣어야 한다. 이탈리아 산이라는 것만 지키면 와인의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 산인가? 와인이면 다같은 와인 아니야? 천만의 말씀.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일때 딱히 어느집 된장으로 해야만 된다는 구별은 하지 않지만, 왜된장인 미소를 넣고 끓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된장찌개는 절대로 국산 된장이어야만 한다. 미소가 들어가면 그것은 더이상 된장찌개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지만, 글쎄, 외국인들에게도 그런 상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김치와 기무치가 그런 것처럼 우리에게는 스파게티가 바로 그렇다. 소스가 듬뿍 들어가 철벅철벅거리는 한국식 스파게티는 이탈리아에서는 찾아볼수 없다고 한다. 짜장면이 우리나라에 건너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른 음식으로 변화한 것처럼, 우리가 먹는 스파게티는 어쩌면 이미 스파게티가 아니라 우리식 면 요리의 한종류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즐겨먹던 "카르보나라"나 "페스토"를 현지에서 주문했다가 너무 달라 실패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그저 우리가 스파게티라고 부른다고 해서 다같은 스파게티는 아닌 모양이다. 한 나라의 언어가 그나라 사람들의 생각의 범위를 한정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가져다 붙인 사물의 명칭이, 단어가, 다시 사람의 사고를 옭아매는 그물이 된다는 것을 스파게티 이야기를 통해 실감한다. 그래서 그렇게 글로벌화를 부르짖는가 보다.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인재가 되라고. 아무튼 스파게티를 논하고 파스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탈리아로 가야 한다. (외국인들이 기무치를 먹으며 김치를 논하면 무지하게 짜증날 것 같다. 스파게티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역시 좋아하는 것의 이야기를 들을때 사람은 흥미를 느끼는 법이다. 지중해의 풍부한 햇살을 받고 자란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파스타 이야기를 할때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카타니아의 어시장을 거닐때도, 카르보나라의 고급식당을 돌아다니고 이탈리아판 비빔밥이라는 라자냐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에도, 바지락을 해감하는 노하우를 경청하고 있는 중에도, 이번에는 이 설명이 과연 어떤 파스타 요리로 연결될까, 이 고장의 정취와 이 재료들이 과연 어떤식으로 파스타에 녹아들까, 머릿속에서는 줄곧 완성될 파스타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파스타에 대한 애정이 한층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셰프로서의 저자의 진지한 마음이 전해져 온 탓인지 지금처럼 주는 음식을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정성을 듬뿍 담아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로 너무나 매력적인 세상이 많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어느날 문득 신세계로 가는 구멍이 눈앞에 생겨나 있거나 한다. 바로 옆에 두고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에세이는 파스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요리학원 등록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