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지날 때까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피안 지날 때까지
나쓰메 소세키 지음, 심정명 옮김 / 예옥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대학은 졸업했지만, 좀처럼 이렇다 할만한 일을 얻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초조해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즈음으로 치자면 백수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이타로".

그런 게이타로의 친구인 스나가도 그와 다를 바없는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스나가는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게이타로에게 자신의 이모부인 다구치를 소개한다.
다구치는 게이타로에게 어떤 남자의 미행을 부탁한다. 게이타로는 어떻게든 이 일을 완수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자인 다구치의 일종의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게이타로의 주위에는 놀고먹는 백수들이 많다. 친구 스나가도 그렇고, 탐정이 되어 미행한 스나가의 숙부 마쓰모토도 그렇고 중국에서 정체가 알려지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모리모토도 그렇다.
경쟁 사회에서 한발 물러서서 초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유유자적한 사람들. 그렇다고 이런 한량들을 결코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그리려 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이 미행을 계기로 게이타로는 다구치의 소개를 받아 일을 하게 되고 다구치와 마쓰모토의 집에도 빈번하게 출입하게 된다. 게이타로는 스나가의 집에 종종 놀러 오는 다구치의 딸 치요코와도 아는 사이가 되어 스나가와 함께 셋이서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관계가 된다.

어느 날 스나가가 게이타로에게 치요코와의 관계로 인한 고뇌를 털어놓는다.
게이타로는 마쓰모토로부터 치요코와의 관계로 고뇌하는 스나가의 출생의 비밀을 듣고, 그 고뇌의 깊이를 알게 된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다. 극적인 전개나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읽고 있는 동안 스나가의 강렬한 자의식과 고뇌에 끌려들어간다.

이 신문소설이 쓰여졌을 때가 소세키의 나이 45세 때. 위궤양 재발, 딸이 급사한 다음 해. 그리고 본인의 타계 4년전. 이미 체력적으로는 계속해서 장편 소설을 써내려갈 정도의 집중력은 무리인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저자의 글은 해학, 익살, 독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소세키의 글에는 허세나 냉정함, 절규나 과욕, 고지식함이나 미숙함이 없다. 인생의 여유를 실감한다.

인생을 똑바로 주시한다. 세상을 달관한 듯한 어른의 여유같은 것, 부자의 주머니 속의 넉넉함 같은 것, 소설을 읽는 동안에 이것이 자연스레 전해져 온다. 그야말로 대단한 필력이다.

<피안 지날 때까지>에서도, 이곳저곳에 자리잡고 있는 저자의 이러한 여유를 느끼면서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의 매력에 사로잡혀 버린다. 대작가의 생각의 깊이를 동경하게 된다. 이 기분은 훌륭한 연극을 관람한 후에 찾아오는 흥분과도 비슷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좋지만, 일본 메이지 시대의 문학도 멋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