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를 일등으로>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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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 사회든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한국 사회에 재외교포가 와서 정착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인의 피, 한국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데서는 동포라는 의식을 가지고 포옹하려 하나 그들의 정서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한국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는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대한다. 아예 그런 과정없이 애초부터 그런 편견을 가지고 교포들을 대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는 정서적인 동질감과 더불어 해방 이후에 연달아 겪은 힘든시기를 같이 겪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도 작용하는 듯 하다.
교포들이 타지에서 잘먹고 잘 살기만 한것은 아닐텐데. 여자들은 그래도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다. 병역의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교포남성들을 바라보는 편견은 잘먹고 잘살게 된 오늘날까지도 좀처럼 묽어지지 않는다. 그 분야에서 인정은 받을지언정 교포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한 한국사회에 동화되어 주류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즈의 김성근 감독, 이제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감독이지만 아직도 쪽발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강제징용을 당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머무르다 해방이후 그곳에 정착하게 된 전형적인 재일교포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그렇다고 귀화를 한 것도 아니고 고교 졸업 이후 조국땅에서 죽어라 공을 뿌리며 산 일 밖에 없는데도 아직도 조금만 잘못하면 여지없이 쪽발이라서 그렇다는 비아냥이 날아든다.
당시의 많은 재일교포들이 그랬듯이 손바닥만한 단칸방에서 대가족이 몸을 접고 자고 생선뼈를 씹으며 운동한 사람이다. 스무살이 넘어서야 스시를 처음 먹어보고 재일교포 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한국에 처음 왔을때 먹어본 불고기맛이 첫키스보다 달콤했다고 털어 놓는다. 일본에 있는 부모, 형제들의 대소사는 물론 장례식 조차 제대로 못챙겼을 정도로, 한국에 뿌리 내리고 반세기 가까이 살아온 한 야구감독이 아직도 그런 질긴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저 'ㅇ받침' 을 잘 발음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선수로서 한국인으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이 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깨닫은 것들을 이야기 한다. 열정과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무엇이든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가족들 뿐만 아니라, 그를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선수들, 그가 한국 야구계에서 이뤄낸 수많은 성취들... 굽히지 않는 신조, 배울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가슴은 오늘날 그를 이 사회의 중심적인 인물로 바꾸어 놓았다. 결국은 "하면 된다." 다. 쪽발이 소리듣던 김성근도 해냈는데 너희가 무엇이 부족해 못하느냐, 이런 질타로 받아들였다.
여전히 무차별 다수의 비아냥은 존재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질투와 시기심의 발로다. 자신은 비록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미 낭인도 아닌 비주류도 아닌 엄연한 이 사회의 주류이다.
"역사에서 비주류들이 도전하고 성취한 기록은 간혹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문화권에 홀로 도전한 이방인의 성취는 매우 드물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한 문화권이 갖는 배타적 내재력과 응집력은 이방인의 도전과 성취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 언어권(모국어)에서 성장한 개인이 나중에 다른 언어권에 편입돼 언어의 한계를 안고 주류들의 세계에 대항해 홀로 자기 성취를 이루고 승리한 경우는 세계 문화사에서도 매우 드물다. 이런 점에서도 김성근은 하나의 역사적 텍스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