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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원고
트래비스 홀랜드 지음, 정병선 옮김 / 난장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인간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곤 한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 다는 속담이 문자 그대로 적용되는 사회.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고, 이웃끼리 서로 의심의 칼날을 겨누고,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던 시대다. 음흉한 눈을 하고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이 체제의 트레이드마크라도 되는양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꼬투리를 잡히면 끝이다. 죄의 유무를 떠나서 한번 혐의를 받게 되면 그것으로 희망은 없다. 이 책에서도 그리고 있지만 어떤식으로든 결국은 자백을 토해내고야 만다.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수감되거나 처형을 받는다. 그것이 이 체제를 유지해가는 방식이다.
문서국의 직원으로서 자신의 손으로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을 폐기해야만 하는 상황 앞에서, 어떻게든 다만 원고의 일부라도 구해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주인공의 행동은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무기력하고 컴컴한 터널같은 것이지만, 반면에 그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결국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고야 마는 모습은,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해준다.
그 행동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안타깝고 먹먹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억압받는 시대를 살아가던 한 문서국 직원의 슬픈 미래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가 방종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과 너무나도 대비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 소설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느껴볼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