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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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업에 실패한 후, 아내의 동창이 소개해준 한 청각장애인 학교의 기간제교사 자리를 얻어 무진으로 내려가게 된 강인호. 무진이라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짙은 안개가 왠지 불길함을 자아낸다. 이 안개는, 앞으로 인호가 자애학원에서 마주하게 될 고통스러운 현실을 암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맡게 된 청각장애아들을 보면서 인호는 좋은 스승이 되겠다 의욕을 불태우지만, 곧 이 곳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은폐공작, 장애아들에게 가해지는 온갖 구타와 성폭행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일전에 일어났던 장애학생들의 사망사건 역시 학원내에서의 구타와 성폭행이 원인이었음이 밝혀진다. 그 가해자는 다름아닌 자애학원의 교장과 행정실장. 거기에 다른 교사들도 암묵과 동조로 한편이 되어 있다. 대학 선배이자 무진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 최요한 목사 그리고 한 장애아의 어머니 등과 함께 인호는 사건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그러나 교육청, 시청, 경찰, 교회까지 포함해 자애학원과 결탁한 온갖 기득권세력들이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오면서 인호들은 난관에 봉착한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청각장애인 학교"자애학원"과 그곳에서 자행되는 사건들은 2005년 한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실제 장소와 사건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당시에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아연실색했던 기억들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그 덕분에 작품 곳곳에 묘사된 폭력과 성폭행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활자가 아닌 영상이 되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읽는 내내 치가 떨렸다.
비단 청각장애아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들이 많이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 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에 관한 일이라면 아주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들이 겪고있는 고통에는 좀처럼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들이 이기주의적이고 타인의 일의 무관심해서만은 아니고 이들의 존재에 대해 평소에 크게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만 있다면 아마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오게 되지 않을까. 그런 역할을 할수 있는 것으로 우선은 방송매체나 신문등의 매스컴을 들수 있겠고,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런 문학작품의 힘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논픽션류의 소재로 만들어진 대중문학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뛰어난 문학적 역량의 소유자이면서 많은 독자들을 끌어 모을수있는 인지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매스컴에서도 미처 완수하지 못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과 같이, 엄연히 우리 사회에 잠재하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똑바로 목도할수 있게끔 유도하는 작품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려운 시도를 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