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를 리뷰해주세요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많은 서양사람들이 개고기 먹는 식습관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 서로 이해하고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문화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일 소지가 충분히 있는 만큼 서로간의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 열살짜리 여자아이가 결혼이라는 허울좋은 이름 하에 영문도 모르고 돈에 팔리듯 끌려가, 밤마다 남편(그녀가 말하는 괴물)에게 시달리고 노예와 같이 혹사당하는 모습은, 전통을 들먹인다고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어린 아이로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이라는 나라는 지금도 부족통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부족의 족장의 권한이 큰 나라이다. 각 부족에서는 자신들의 전통과 규범에 반하는 죄를 저지른 죄인들을 국가의 법과 관계없이 임의로 처벌할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런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각 부족들은 중동지방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이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고,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명예살인이라고 해서 가문의 명예를 손상시킨 여자를 집안 남자들의 손으로 가차없이 직접 살해하기도 할 정도이니 이곳 여성들이 얼마나 자유와 동떨어진 비참할 삶을 살고 있을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고작 열살 소녀인 누주드에게 있어서 이런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친구들과 뛰어 놀고 싶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은 이 소녀는, 어린소녀를 신부로 맞이하면 재수가 좋다는 어느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속설과, 어려운 가계에 한 입이라도 덜자는 아버지의 입장이 맞물려 강제로 팔려 가게 된다.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우여곡절 끝에 탈출한 누주드는 운좋게 마음씨 좋은 조력자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을 얻어 용기있는 싸움을 시작한다. 그리고 힘든 싸움에서 승리해 세계에서 가장 어린 이혼녀가 된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어린 동생 걱정부터 하는 이 순진하고 착한 소녀가 그 힘든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에는 재판정의 방청객들과 함께 나도 마음속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 재판 이후에 누주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으로 웃음을 되찾고 많이 행복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모든게 끝난 것은 아니다.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판결은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주드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들, 그리고 누주드를 수렁에서 빼내 준 미녀 변호사까지, 언제 어디에서 누가 보복을 가해올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누주드는 자신이 원하던 자유를 찾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예멘에는 수많은 제2, 제3의 누주드가 존재하고 있다. 누주드가 이런 판결을 얻어냈다고 해서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 나라 남자들의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바뀔리는 없겠지만, 일단 수문이 열린만큼 갇혀있던 물이 계속해서 터져나올 거라 생각한다. 억압받고 신음하고 있는 예멘의 많은 여성들이, 타국의 여성들처럼 자유와 행복을 만끽할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