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똥칠을 한다는 말이 주는 뉘앙스처럼, 치매라는 병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에게까지도 그야말로 대책없는 긴긴 투쟁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간병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회복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성이 통하지 않는 환자와의 끊임없는 실랑이는 절대적일 것 같던 효심마저도 무뎌지게 만든다. 이 책 "어머니를 돌보며"는 그런 치매와 파킨슨씨병에 걸린 어머니를 무려 7년이라는 세월동안 돌보며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일종의 간병기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뿐 아니라 저자의 아버지도 노환으로 몸이 성치 않은 상태였다. 청력이상과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는 아버지 혼자서 어머니를 돌보기란 역부족이다. 때문에 가족들을 떠나 어머니 곁에 머무르면서 간병을 시작하지만 곧, 저자 자신마저도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녹내장이었다. 그 육체적, 심적 고통이야 이루 말할수 없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보다는 싸우는 것을 선택한다. 병세가 날로 악화되는 어머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치매를 다룬 수많은 책과 논문을 탐독하고, 자신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정신적인 안식처를 얻기 위해 종교와 철학을 통해 삶과 죽음, 영혼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점점 감정과 말을 잃어가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사라져 가는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행동과 몸짓들을 관찰하고 배워간다. 그리고 그 "변한" 어머니가 여전히 변함없는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효성의 문제를 떠나서 나를 믿고 의지하는 또다른 가족들이 있는 이상 누구나 다 저자처럼 모든 것을 희생하는 용기를 보여줄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을때 내가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돌아 올수 없는 길을 한걸음씩 내려가고 있을때 그것을 잡지 못하고 바라보아야만 하는 가족의 고통이야 이루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그저 담담히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록이 더 가치있는 것이다. 원해서 불치병에 걸리는 사람은 없다.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오면 누구라도 속수무책으로 저자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때 환자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은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암담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는데 저자의 이 7년동안의 경험이 소중한 등대가 되어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