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나에게 분명하게 하나의 자각이 생겼다. 어둠의 세계를 향하여 팔을 크게 벌린 채 기다리면 된다는 것. 머지않아 5월의 꽃들도, 제복을 입은 자들도, 짓궂은 급우들도, 내가 벌리고 있는 팔 안에 들어오리라는 것. 내가 이 세상을 바닥으로부터 쥐어짜서 움켜쥐고 있다는 자각을 지녀야 한다는 것. - P28
타인이 모두 멸망해야 한다. 내가 정말로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멸망해야 한다... - P48
아직 본 적도 없는 금각에 드디어 접할 순간이 다가오면서 내 마음에는 주저가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금각은 아름다워야만 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금각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도 금각의 미를 상상할 수 있는 내 마음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 P74
그토록 실망을 주었던 금각도 야스오카에 돌아온 후 나날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아름다움을 되살려, 어느덧 보기 전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금각이 되었다. 어디가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몽상에 의해 성장한 것이 일단 현실의 수정을 거쳐 오히려 몽상을 자극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 P115
너의 아름다움은 지금 당장에라도 확실히 보일 것 같으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구나. 내 마음속에 그리는 금각보다도 실물이 훨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다오. 그리고 만약에 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면,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가, 어째서 아름다워야 하는가를 말해다오.‘ - P138
단지 감정에 머물러 있는 한에는 이 세상의 최악의 감정도 최선의 감정도 차이가 없다는 것, 그 효과는 마찬가지라는 것, 살의도 자비도 겉보기에는 다를 바 없다는 것 등이었다. - P224
어째서 노출된 창자는 처참한 것일까? 어째서 인간의 내부를 보면 끔찍해서 눈을 가려야만 하는가? 어째서 흐르는 피는 남들에게 충격을 줄까? 어째서 인간의 내장이 추한 것일까? 그것은 매끄럽고 젊음에 넘치는 피부의 아름다움과 완전히 동질의 것이 아닌가? - P225
나는 단지 홀로 있고, 절대적인 금각은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내가 금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까, 소유당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까? 아니면 모처럼 균형을 이뤄, 내가 금각이고 금각이 나인 상태가 가능해지려는 것일까? - P523
"언젠가 반드시 너를 지배할 테다. 두 번 다시 방해하지 못하도록 언젠가는 반드시 너를 내 것으로 만들 테다!" - P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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