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읽었지만 이제서야 옮긴다.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너무 좋았던 작품.

니키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제 아버지보다 머리 하나 반 정도는 더 컸다. 노인은 아들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그냥 말없이 서 있었다. 니키타는 아버지의 머리를 끌어당 겨 가슴에 안았다. 노인은 아들의 몸에 기대어 이제 자신에게 휴식 의 시간이 찾아왔다는 듯 깊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 P86
류바는 방을 하나만 쓰고 있었다. 니키타는 심장이 멎는 듯 긴장 하며 방안을 둘러봤다. 예전에 이 방에서 그는 류바와 피아노, 화려 한 가구들을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피아노도 화려한 장식의 가구 도 없었다. 대신 소파 두 개와 책상, 침대 하나만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처럼 신기하지도 흥미를 끌지도 않았다. 색 바랜 벽지는 군데 군데 떨어져나갔고 마루도 다 닳아버렸다. 타일로 장식을 한 커다 란 페치카 옆에는 나뭇조각 한 줌으로 주변이나 겨우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작은 철제 난로가 놓여 있었다. - P91
당시 모든 지방에는 종합대학교와과학원이 있었는데, 사 람들이 가능한 한 빨리 고등교육을 받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삶 에 대한 무지도 가난과 배고픔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혔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심각한 일인지 아니면 무의미한 일인지 알아야 했다. - P92
니키타는 나무가 제대로 타고 있는지 지켜보다 가끔 류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주 어쩌다 한 번씩 류바를 쳐다본 다음 다시 불길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니키타는 류바가 자 신의 시선을 싫증낼까 두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니키타 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다는 것이 아쉬웠다 - P95
한번은 니키타가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함께 살지 아니면 따로 살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봄까지는 행복을 느낄 여 력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가능한 한 빨리 과학원의 의학 공 부를 마쳐야 하고 그 다음은 그때 가봐야 알게 될 거라고 했다. 니키 타는 이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고 류바 때문에 지금 그가 느끼는 행 복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사실 이보다 더큰 행복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확신이 없었다. - P99
"곧 나을 거예요. 사람들이 죽는 건 혼자서 아프기 때문이죠. 누 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하지만 지금 당신 곁에는 내가 있잖아요." - P103
"제 집인 양 뻗고 누웠구먼. 이모 집이 부자니, 먹여주고 입혀주 고 지참금 챙겨 시집도 보내줄 거라 믿는 모양이지! 맨발에다 치마 한 벌, 배고프고 지저분한 불쌍한 고아의 몸이니, 선물인 양 받아들 이라고! 이모와 이모부야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몸, 우리가 죽고 나면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이 돼 우리가 뼈빠지게 모은 재산을 날름 해치워버릴 작정이지! 젠장, 어디 귀신이라도 있으면 데려가지 않 고! 내 물건을 털끝 하나 건드리게 놔둘 줄 알고! 밥은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나 보자! 그 양반은 찬바람 맞아가며 추위 속에 하루 종일 일하느라 바쁘고, 난 아침부터 밤까지 자리에 한번 앉지도 못 하고 이러 저리 뛰어다니는데 너란 애는 이렇게 모든 것이 갖춰진 곳에 몸만 달랑 와서,자길좀사랑해주고 키워달라고? 올가! 지금 이 몇신데 아직도 자고 있니!" 타치야나 바실리예브나가 갑자기 큰 소리로 올가를 불렀다. "힘들어 죽기라도 할 것 같냐? 빨리 일어나 지 못해! 너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못 하겠어!" - P137
나중에야 나는 이 슬픔의 의미와 그가 우리들에게 늘 무심한 이 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기관차를 이해하는 데 자신이 누구보다도 탁월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가 배울 수 있 다고는 믿지 않았다. 운행 중 참새와 전방의 통과 신호를 한눈에 알 아보고, 선로의 상태와 열차의 중량, 기관차의 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이런 재능을 말이다. 말체프는 물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이러한 능력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지만, 우리가 자기보다 더기관차를사랑하고, 자기보다 운전을 더 잘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런 까닭인지 말체프는 우리와 함께 있 으면 늘 우울해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 때문에 쓸쓸해했고, 이를 어 떻게 표현해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 P166
"맹인이어도 자유로운 것과 두 눈 은 멀쩡하지만 아무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가운데 어느게 더낫죠?" - P179
"한 사람의 무죄를 그의 불행을 통해서 증명하게 될 줄은 몰랐습 니다." 예심판사가 말했다. "그로서는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 는 겁니다." - P179
"그렇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십시오. 이번 일을 보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도 있는데, 당신은 그것을 외부에서만 찾았던 거죠. 그래도 당신은 잘못을 인정하고, 말체 프 씨에게도 잘 대해주셨습니다. 그런 당신을 존경합니다." - P180
나는 그를 마치 나의 친아들인 양 혼자 내버려둘 수 없었다. 우 리의 아름답지만 광포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식간에 우리의 삶 을 파괴할 수도 있는 그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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