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정말 예술이다. 기억의 힘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

마틸데 피네다양은 내 태생을 모른다고 맹세한 뒤 사람의 인생이란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멘델의 유전이론을 가르칠 때는 조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당연한 이유들이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내 아버지가 저 어디에선가 여자아이들의 목을 치며 돌아다니는 미치광이라면 어쩔것인가? - P220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라, 아우로라, 나는 네 아빠야. 아름다움은 때로 저주가 될 수도 있단다. 사람에게서 가장 나쁜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는 자신이 불러일으킨 그 욕망을 피해 갈 수가 없어." - P267

사진은 한 사람에 대한 증거이자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그 방식은 정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란 현실을 왜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습을 본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79

충분한 거리와 편안한 기분으로 그 에피소드를 바라볼 수 있는 지금에야 비로소 그가 나에게 빠진 적이 한 번도 없고 단지 무조건적인 내 사랑에 신이 나 있었고, 그 결혼의 이점을 저울질해 본 게 틀림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마도 나를 원했을 것이다. 우리는 둘 다 젊고 약혼자도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어쩌면 게으름과 편의 때문에 나와 결혼했는지도 모른다. - P310

나는 디에고를 절망적으로 사랑했었고 그래서 수사나가 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도 그녀처럼 행동했을까? 아마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실패의 느낌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증오심을 떨쳐 내고 거리를 둔 채 그 불운의 또 다른 주인공들의 입장에 설 수 있었다. - P382

"누가 너를 태어나게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리밍.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 세베로는 너에게 성을 주고 너를 책임져 준 사람이다." - P405

"내가 해야 할 바를 했지, 리밍. 그러고는 곧 타오 옆에 누워 길게 입맞춤을 했어. 그의 마지막 호흡은 나에게 남아 있지....." - P429

우리는 부끄러운 부분은 잊어버리고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만 선택하여 인생이라는 널찍한 융단에 수를 놓는다. 나는 사진과 글을 통해 내 존재의 덧없는 상황을 이겨 내고 사라져 가는 순간들을 붙들어 과거의 혼돈을 벗겨 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매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금방 과거가 되어 버린다. 현실은 하루살이같이 덧없고 변하는 것이며 순수한 그리움일 따름이다. - P430

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 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빛깔을 고른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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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1-17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추인가요ㅎ!?

새파랑님 닉네임과 어울리네요ㅎ 세피아빛 초상ㅎ

새파랑 2023-01-17 18:23   좋아요 1 | URL
강추! 까지는 아니고 별 네개 반? ㅋ 리뷰 써야 하는데 아직 퇴근을 못했습니다 ㅋ

scott 2023-01-20 12:17   좋아요 1 | URL
동감합니다

새파랑님
세피아 !로 ^^

새파랑 2023-01-21 10:25   좋아요 1 | URL
세피아는 예전에 기아차 아닌가요? ㅋ

고양이라디오 2023-01-21 18:26   좋아요 1 | URL
맞아요ㅎ 세피아란 기이차있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