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본으로 다시 읽는 1Q84는 역시 좋다.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이라는 건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P26

"이 작품은 그런 평가를 할 수준도 못 된다고 한다면 뭐, 그것도 맞는 얘기일 거예요. 하지만 여기저기 걸리면서도 어떻든 다 읽고 나면 그뒤에 찡한 여운이 남아요. 그게 어쩐지 불편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라고 해도 말이죠."

(진정햐 작품은 설명할 수 없는 여운이 있다.) - P34

다 읽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도 이게 처음입니다. - P35

"하지만 끝까지 읽어버렸다. 그렇죠?"
고마쓰는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열리는 일 없는 서랍의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낸 듯한 웃음이었다. - P35

내가 보기엔, 이 아이에게 다음은 없어. 안됐지만 다음의 다음도 없어. 다음의 다음의 다음도 없어. 우선 이 문장은 시간을 들여 갈고 닦는다고 좋아질 만한 물건이 아냐. 아무리 기다려봤자 어떻게도 안 된다고. 그저 목만 빠질 뿐이지. 왜 그러냐 하면 말이지. 이 아이에게는 좋은 문장을 쓰겠다. 제대로 된 문장을 꼭 쓰고 싶다는 작정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야. 문장이라는 건 글재주를 타고나든지 아니면 죽기살기로 노력을 하든지, 둘 중 하나밖에 없어. 그런데 이 후카에리라는 아이는 그중 어느 쪽도 아니야. - P37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해. 적어도 내가 미처 다 읽어낼 수 없는 뭔가가 들어 있지 않으면 안 돼. 나는 말이지, 특히 소설에 관해서는 내가 다 읽어낼 수 없는 것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해. 내가 죄다 알아버리는 그런 것에는 도대체 흥미가없어. 당연하지. 지극히 단순한 일이야." - P38

19세기 러시아 문학에 나오는 혁명가 퇴물 인텔리겐치아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 P41

심장의 고동이 들린다. 그 고동에 맞춰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도입부의 팡파르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진다. 부드러운 바람이 보헤미아의 초록빛 들판을 소리 없이 건너간다. 그녀는 자신이 둘로 분열되어 있는 것을 안다. 그녀의 반은 매우 쿨하게 죽은 자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나머지 반은 지독히 겁에 질려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당장 이 방에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이곳에 없다. 나는 동시에 두 개의 장소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정리에는 반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살인자의 선이다. - P74

아름다운 십대 소녀 대부분이 그렇듯이 표정에는 생활의 냄새가 결여되어 있었다. 또한 거기에서는 어딘지 모를 불균형도 느껴졌다. 눈동자의 깊이가 왼쪽과 오른쪽이 약간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보는 이에게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는 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잡지 모델이 나 아이돌 가수 같은 부류의 미소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녀에게는 사람을 도발하고 빨아들이는 것이 있었다.

(생활의 냄새란 과연 무엇일까?) - P85

"공기 번데기라는 작품은 분명히 네 거야. 네 안에서 나온 거지. 그걸 내가 내 것으로 할 수는 없어. 나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너를 도와줄 뿐이야. 그리고 내가 그 이야기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너는 반드시 비밀로 해야만 해. 즉 우리는 공모해서 온 세상에 거짓말을 하는 게 돼.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간단한 일이 아니야. 계속 마음에 비밀을 안고 간다는 건.."

(비밀을 안고 가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 P96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건 당신은 분명코 대머리야,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만일 인구조사에 대머리라는 항목이 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거기에 체크가 될 거라고. 천국에 간다면 당신은 대머리 천국에갈 거고, 지옥에 간다면 당신은 대머리 지옥에 갈 거라고 알았어? 알았으면 사실을 외면하는 건 관둬. 자, 가자구. 당신은 대머리 천국으로 직행하는 거야, 이제부터. - P119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도 반드시 배부르게 살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뛰어난 감을 가지고 있으면 굶어죽을 걱정은 없다는 거야." - P126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요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말하기 시작하면 길어진다. 또한 그것은 일단 말로 해버리면 가장 중요한 뉘앙스를 잃어버리는 종류의 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 일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아마 말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일단 말하기 시작하면 그 늬앙스는 사라진다.) - P139

"나비와 친구가 되려면 우선 당신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해요 인간으로서의 기척을 지우고 여기서 가만히 자신을 나무나 풀이나 꽃이라고 믿는 거예요. 시간은 걸리지만 일단 상대가 마음을 허락하면 그다음은 저절로 사이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 P154

세상 사람들이 영국 왕세자와 왕세자비의 운명에 대해 어째서 그렇게 깊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지, 아오마메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찰스는 겉모습만 보자면 왕세자라기보다는 위장에 문제가 있는 물리교사처럼 보였다. - P193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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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8-20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겉모습에 속지 않는 건 중요하지만 안모습도 얼마나 여러 개인지... 저는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자기 감정도 모를 때가 있잖아요.

새파랑 2022-08-20 14:22   좋아요 0 | URL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그거 인가요? ^^ 저도 제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scott 2022-08-28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기 번데기 작품 실제로 출간 되었으면 좋겠어요(완결 된 상태로)

일본에서 조만간 하루키옹 단편 영화로 제작 된다고 합니다.

새파랑 2022-08-28 10:15   좋아요 1 | URL
헐 그렇군요. 하루키옹 단편 영화 봐야되는데 한번도 못봤네요 ㅜㅜ >드라이브 마이 카> 보고 싶은데~

공기번데기 완결은 스콧님이 한번 써보시는게 어떨까요? 😆 완전 재미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