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은 <악의 꽃>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이 책을 읽으니까 우울해지네...






엄마는 제게 한권의 책입니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면 누구나 엄마를 열렬히 좋아하게 되지요. 다른 즐거움들에는 질리지만 엄마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정말로 어쩌면 우리 모자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다행입니다. 현대 문학에 혐오감을 느끼는 저를 알게 되었고,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엄마를 사랑하는 것도 깨닫고 말이죠. 돌아오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제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지만, 입맞춤과 세심한 배려와 친절함을 듬뿍 받으신 엄마는 제가 그 정도로 엄마를 사랑하는 것에 더욱 놀라실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사람에게. - P43

저는 고통 없이 자살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고통이라 부르는 혼란스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빚이 있다고 고통받은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이런 혼란들은 제겐 별것이 아닙니다. 제가 자살하려는 진짜 이유는 잠들고 깨어나는 삶의 피곤함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남들에게는 필요 없는 존재이며, 나 스스로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 P56

아래의 시가 헌정된 사람께, 마음에 들건 그렇지 않건 간에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이 편지를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아 주십사 공손하게 간청합니다. 속 깊은 감정이란 수줍기에 폭로되기를 원치 않는답니다. 서명이 없는 것은 이런 어쩔 수 없는 부끄러움의 증상은 아닐는지요? - P64

남들 마음 위에 집을 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네, 사랑도 아름다움도,
영원에게 되돌려 주려고
망각이 자신의 망태기에 이것들을 던져 넣을 때까지 - P75

변질되지 않는 사랑아, 어떻게
진실되게 너를 표현하려는가?
-내 영원의 밑바닥에
눈에 띄지 않게 놓여 있는 사향 알갱이여! - P82

기쁨과 건강을 내게 부어 준
매우 선량하고, 매우 아름다운 여인에게,
영원한 삶과
영원한 관능의 인사를!
저를 용서하세요. 제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 P82

당신을 잊는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애지중지하는 이미지 하나에 매달려 두 눈을 고정한 채로 평생을 살아온 시인들이 있다고 말들 합니다. 정말이지 이 점에 관련되어 있는 저로서는 변함없는 사랑이란 천재의 특징들 중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 - P100

저는 이 모든 통속적인 것들을 그냥 덮어 두고자 합니다.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군가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의 생각은 결코 통속적이지 않으나 당신의 짓궂은 쾌활함으로 인해 그 사람이 당신을 약간 원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매우 열렬히 당신에게 부탁하는 바는, 이제부터 제가 당신께 털어놓게 될 모든 것을 본인 혼자만을 위해 간직해 달라는 거지요. - P102

언제나 저와 함께 어울리는 당신은 제 비밀입니다. 오래전부터말을 섞어 온 친밀감으로 인해 저는 뻔뻔스럽게도 이토록 친근한 어조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안녕히, 친애하는 부인이여. 저의 모든 헌신으로 당신의 두 손에 입맞춥니다. - P102

사랑하는 소중한 이여, 안녕히 계십시오. 당신이 너무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원망스럽군요. 당신의 팔과 머릿결의 향기를 가져갈 때면, 당신이 있는 그곳으로 되돌아가고픈 욕망 역시 가져온다는 것을 떠올려 주세요. 그러면 견딜 수없는 굉장한 집착이 생겨납니다 - P107

어쨌든 저의 자살 충동에 대해 다시 언급하자면, 늘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지만 저는 때때로 자살이라는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엄마, 안심하세요. 제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고서는 결코 자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모든 자료들이 옹플뢰르에 있는 데다가 온통 뒤죽박죽인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옹플뢰르에서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해야 합니다. 일단 거기에 가게 되면 엄마 곁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엄마의 집을 그런 끔찍한 행위로 더럽힐 생각은 전혀 없다고 믿으셔도 좋습니다. 제가 자살을 하면 엄마는 제정신이 아닐 거예요. 왜 자살을 하냐고요? 빚 때문이냐고요? 그래요. 빚은 그럭저럭 꾸려 나갈 수 있겠지요. 그보다는 너무 길게 지속된 힘겨운 상황이 빚어낸 엄청난 피로감 때문이라는 것이 옳겠지요. 그래서 더 이상 살고 싶은 욕구도 없습니다. - P150

매우 이상하게 무례함이 뒤섞여 있는 이런 칭찬에 화내지 마십시오. 비록 아주 선량하고 매력적인 사람일지라도 더 이상 스스로의 단점을 고칠 수 없는 그런 나이에 제가 와 버렸나 봅니다. - P195

다른 이들보다 더 잘 짐작도 못했던 당신에게 악의 꽃 이라는 이 잔혹한 책 속에 내 모든 심정과 내 모든 애정과 내 모든 왜곡된 종교와 내 모든 증오를 담았음을, 그런 당신께 말해야 하나요?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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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6-27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닐 포장이 되어 있나요?

책 표지가 번들거리네요 ^^

새파랑 2022-06-27 13:29   좋아요 1 | URL
표지가 좀 엘레강스 합니다. 반들반들 거립니다 ^^

바람돌이 2022-06-27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생적으로 우울한 사람
사는게 정말 힘들었을듯요.

새파랑 2022-06-27 13:30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좀 사는게 우울한거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