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도 답이 없을만큼 좋다.


지금 사비에르와 아이다가 어디에 있든, 그들이 죽었든 살아 있든, 신께서 그들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며. - P13

그들이 당신을 잡아간 이후로 ‘최근에‘ 라는 단어의 뜻이 바뀌었어요. 오늘 밤은 그게 언제였는지 말하고 싶지 않네요. ‘최근에’ 라는 단어는 이제, 지나간 시간을 모두 포함해요. 그 말이 몇 주 전이나 그저께를 뜻할 때도 있었죠. 최근에 꿈을 하나 꿨어요. - P21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 P26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32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어요. 우리가 과거의 죄수들은 아니니까. 과거에 관해서라면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할 수가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그 결과를 바꾸는 일이겠죠. 우리 함께 과거를 만들어 봐요. - P33

희망과 기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지 속되는 시간에서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죠. 희망이 좀더 멀리 있는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내가 알게 된 건 그뿐이 아니에요. 몸이 하는 기대도 그 어떤 희망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처럼요. - P40

그들은 우리가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다. 그들이 우리를 몰아넣은 침묵의 지대를 그들은 건널 수 없다. 그들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잘못된 비난들이 내는 소음이 있고, 우리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침묵의 마지막 기획이 있다. - P49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 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 P27

자발적 용기는 젊은 시절에 시작되죠. 나이가 들며 생기는 건 인내예요. 세월이 가져다주는 잔인한 선물이죠. - P105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꽃 한 송이를 꺾어 주세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냥 무덤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 P152

왜 이렇게 고통이 많은 걸까요. 그녀가 물었어요. 온통 고통뿐이잖아요. 왜 그런 거예요? 사람들이 서로를 갈기갈기 찢는 일을 멈추지 않잖아요. 말 좀 해주세요.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요. 어쩌다가 우리는 단지 아파하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제가 배운 건 그거예요.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요. - P175

당신에게 보낼 글을 적고 있는 이 편지지를 가만히 바라보면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목소리도 얼굴만큼이나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그 차이를 설명하기는 훨씬 더 어렵죠. 사람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당신의 목소리에는 기다림이 있어요. - P181

이런 텅 빈 밤에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나면, 커다란 무언가가 내게 찾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침묵은 언제나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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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6-12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존 버거의 책이네요. 존 버거의 책은 모조리 다 읽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40쪽의 기대와 희망. 그런 거군요. 저는 어떤 미묘한 차이를 짚어낼 때 작가로서의 훌륭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새파랑 2022-06-13 06:35   좋아요 1 | URL
이 책 다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지? 고민입니다. 좋은 문장이 많고 너무 애절하더라구요 ㅜㅜ

청아 2022-06-1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네루다 오늘 새파랑님께 땡투구매했는데 쉼 없이 또 이렇게 ‘답이 없을만큼 좋은‘소설이라뇨😅 명품만 고르시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6-13 14:23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ㅋ 저도 이책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리뷰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슌킨 이야기>를 다읽어 버렸습니다 ㅋ 근데 요것도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