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죽일 거야.‘ 마르첼로는 문가에 가만히 선 채 확신했다. 그때 이상하게 잔인하고 공격적인 흥분이 엄습해왔다. 동시에 그 싸움에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버지를 도와야 할지 어머니를 보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또한 훨씬 더 심각한 죄로 인해 자신의 죄가 무마되는 것을 보고 싶은 희망이 고개를 들면서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사실, 한 여자를 죽이는일에 비하면 고양이를 죽인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 P36
그가 가장 두려운 것은 살인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살인할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즉 그가 아무리 자각을 하고 있더라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특별한 종류의 무지여서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그 자신이 그럴 것 같았다. - P76
그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이 아직 옛날같이 치명적인 비정상성에 사로잡힌 소년인지, 아니면 그토록 원했고 현재의 모습 이라고 확신하는 완전히 정상적인 남자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96
오랫동안 깊은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다가 마침내 풀어보니 최소한 흉터가 있을 거라고 예상한 자리에 아무런 흔적도 없고 그저 매끄러운 피부임을 발견하고 놀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97
그는 한때 자신이 매우 이해할 수 없고 격앙되어 있었던 사실도 기억하지만, 이제는 약간 흐릿해졌고 몇 가지 개념과 신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때로는 긍정적 활기가 넘치는 친밀함을 보였지만 이제는폐쇄적이고 꾸준한 열정이 부족했으며 슬픈 듯 말을 아꼈다. - P99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속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존재였다. 그는 비정상적이고 미친 외톨이가 아니었다. 그들 중 한 명, 즉 형제이자 시민이고 동료인 것이다. 리노를 죽임으로써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이 오랫동안 두려웠던 그에게 이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 P103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다르고 싶어 하는데, 당신은 남들과 똑같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 P129
결혼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결혼을 통해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평소처럼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 P204
정상성은 어떤경험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경험을 평가하는 방식에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운명은 그와 줄리아에게 모두 뭔가를 숨기게 했고 그로인해 살면서 고백하게 만들었다. - P221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제 자신의 전 생애를 망치고, 막 아내가 된 여자를 버리고,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불륜에 모든 것을 걸려고 하는가? - P305
사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동물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일, 즉 줄리아와 가족을 이루겠다는 의도를 관철시킬 것이다. 이것이 정상성이었다. 즉 이 임시변통의 해결책과 공허한 형태가 정상성이었다. 그 밖에는 모든 것이 혼란이자 무법 상태였다. - P323
"운명이라는 건 모든 걸 말하는 거야. 사랑과 나머지 것들 모두. 당신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그녀가 남편과 함께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지."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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