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67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22035

"사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데 느닷없이 전쟁이 터지는 거야. 우린 전쟁을 바라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주장하지. 그런데도 세계의 절반이 전쟁에 참가하고 있어."


독일의 군사학자로 널리 알려진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일텐데, 국민의 생명을 대규모로 희생하면서 까지 치뤄야 하는 전쟁은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무엇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가의 결정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하게 전장에서 살인을 하고 죽었어야 했을까?

[우리는 서로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죄다 잃어버렸다. 쫓기는 우리의 시선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누가 누군지 거의 알아보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감정이 없는 죽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속임수와 위험한 마술을 써서 달리고 또 달리며 그저 살인을 저지를 뿐이다.]  P.127



<서부 전선 이상없다>는 1차 세계대전의 독일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가장 위대한 전쟁 문학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읽어보니 허언이 아니었다. 이 작품을 읽는다면 누구든지 잔혹한 전쟁의 실상을 간접체험할 수 있고, 작가인 "레마르크"가 실제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가지고 글을 써서인지 너무 리얼하고 참혹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19세의 "파울"은 담임 선생님의 허황된 애국심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자원입대 하여 10주간의 강압적인 신병훈련을 받고 최전방에 배치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죽인다. 잠시라도 딴 생각을 했다가는 내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오직 동물적인 생존본능만을 가지고 살아간다. 전우애를 제외하고 그들은 오직 살고 먹고 죽이는 데에만 집중한다.

[포탄에 맞는 것도 우연이듯이 내가 살아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우연이다. 포탄으로부터 안전한 엄폐부에서도 나는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엄폐물이 없는 전쟁터에서 열 시간 동안 포탄이 비 오듯 쏟아져도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할 수 있다.어떤 군인이든 온갖 우연을 통해서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리고 군인이면 모두 이런 우연을 믿고 신뢰하는 것이다.]  P.111



전쟁 속에서 "파울"은 절친한 친구들과 전우를 한두명씩 떠나 보낸다. 이중 그의 고향 친구였던 "케머리히"는 허벅지에 총을 맞고 군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다리가 절단된다. "파울"은 친구에게 다리가 절단된 것을 숨긴 채, 곧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지만 "케머리히" 본인도 예감했고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케머리히"는 오래 살지 못할 거란 것을. 결국 그는 큰 고통속에서 비참하게 죽는다. "파울"은 고향에 있는 그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한다.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아니면 그가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고 거짓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그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울기만 할 뿐이다. 그는 자기 어머니, 자기 형제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그럴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열아홉 살 된 자신의 조그만 생명과 홀로 대면하면서, 그 생명이 자신을 떠나려 하기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다.]  P.40



이후 많은 전투를 치룬 "파울"은 포상휴가를 얻고 고향에 간다. 하지만 그는 고향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는 어머니 앞에서조차 그가 겪은 참혹한 실상을 말할 수 없었다. 본인조차 믿을 수 없었기에, 사실을 말하기에는 너무 잔인했기에 말이다. 전장의 잔혹함을 모른 채 안전한 후방에서 편하게 전쟁이야기를 하는 마을사람들에게 분노보다는 허탈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더이상 꿈을 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어머니, 어머니! 전 어머니에겐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왜 저는 어머니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울 수 없나요? 왜저는 늘 씩씩하고 의젓한 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저도 한 번쯤 울면서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아요. 장롱에는 아직 내가 어릴 때 입던 짧은 바지가 걸려 있다. 그때가 마치 어제와 같은데, 왜 그 시절이 이처럼 훌쩍 지나가 버렸는가?]  P.195



"파울"은 다시 잔혹한 전장으로 복귀하지만, 오히려 친구와 전우를 만나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는 더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전쟁의 도구로서 어쩔수 없이 살아간다. 애국심? 그런건 없다. 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인간적인 것이라면 전우애 뿐이었다. 살아 돌아갈 희망? 그런건 없다. 그는 하루하루 그져 죽음을 향해, 시체를 밟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예전의 영상이 소망보다는 오히려 슬픔, 즉 무시무시하고 걷잡을 수 없는 우울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정적 때문이다. 이러한 영상은 과거에 존재했지만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추억은 지나가 버렸다. 그것은 우리에게서 지나가 버린 다른 세계이다.]  P.132



전장에서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은 어떻게든 보상받을 수 없다. 누가 치유해 줄 수도 없다. 결국 "파울"의 곁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이제 "파울" 혼자 남았다. 다음 차례는 "파울"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울"은 슬프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그의 죽음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전쟁은 계속 될 거라는 사실이 허탈할 뿐이다. 과연 전쟁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온 전선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1918년 10월 어느 날 우리의 파울 보이머는 전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령부 보고서에는 이날 <서부 전선 이상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을 따름이었다.]  P.304




이 책은 반전이나 영웅중의, 정치적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단지 전쟁의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참혹함과 비참함,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삶과 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큰 울림과 공감이 독자에게 전해진다. 과연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일까?

댓글(62)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새파랑 2022-04-09 11:18   좋아요 2 | URL
thkang님 축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thkang1001 2022-04-09 1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새파랑님께서도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청아 2022-04-09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더 읽어보고 싶어요. 주말 바쁘셔도 유쾌하게 보내시길 바래요(*ᴗ͈ˬᴗ͈)ꕤ*.゚

새파랑 2022-04-09 15:11   좋아요 3 | URL
어쩌다 보니 2관왕(?) 인데 이번달은 안될거 같아요 ㅋ 빨리 퇴근하고 소세키의 책을 읽고 싶네요 ^^ 감솨합니다~!!

페넬로페 2022-04-09 15: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레마르크의 소설로 리뷰당선되셔서 더 축하드려요.
열심히 읽는 성실함을 언제나 닮고 싶어요**

새파랑 2022-04-09 18:33   좋아요 1 | URL
저는 페넬로페님의 글쓰기를 더 닮고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4-09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곳은 세문집 맛집!
새파랑님의 완독의 황제!
2관왕 추카!추카!^^

새파랑 2022-04-09 18:35   좋아요 1 | URL
제가 세문집만 많이 읽는거 같아요 ㅋ 완독만 하지 잘 이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스콧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4-09 16: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1차 대전 관련 내용에 레마르크의 소설이 유럽과 미국에 큰 호응을 불러왔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저는 다른 출판사걸로 있는데 꺼내놨어요^^

새파랑 2022-04-09 18:36   좋아요 2 | URL
요 책이 번역이 안좋다는 말이 있어서 다른 출판사 읽는게 더 좋을거 같아요~!! 그레이스님 행복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

bookholic 2022-04-0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늘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봄꽃 아래 즐거운 독서 되시길...^^

새파랑 2022-04-10 09:32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 두번 감사합니다~!! 오늘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해봐야 겠어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