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53
아버지는 지는 해를 등지고 침대에 기대앉는다. 등이 휘어진 채 웅크리고 있는 그의 그림자는 불평 불만이 가득찬 털북숭이 올빼미 같은 모습이다. 그 올빼미 몸속에는 번득이는 지혜가 들어 있는 듯한데, 너무 심오한 탓인지, 아니면 너무나 우매한 탓인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