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독서는 그녀에게 여태까지 몰랐던 낭만적인 지평선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피와 신경으로만 사랑을 느껴왔었다. 그런데 이제 머리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학생은 사라졌다. 하숙집을 옮긴 모양이었다. 테레즈는 금세 그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독서의 효능?) - P155

지금 자기를 괴롭히는 여자를 저 혼자 소유하려고 저질렀던 무서운 범죄와 노력을 회상해보니, 만일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한 살인은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일이 되고 말 거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남의 아내를 뺏으려고 한 남자를 물에 던져 죽이고 열다섯 달을 기다리다가, 온갖 아틀리에에 제 몸을 굴리고 다니는 젊은 여인과 살 작정을 한다는 것이 우습게 여겨져,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더욱이 그와 테레즈는 피와 공포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가? - P160

그는 다시 잠들려 했다. 그러나 욕정에 싸인 옅은 잠과 갑작스럽고 가슴을 찢는 듯한 깨어남이 계속되었다. 그는 미칠 듯이 끈기 있게 테레즈 쪽으로 갔으나 부딪히는 것은 역시 카미유의 시체였다. 열 번 이상을 그는 아주 정확하게 그 길을 되갔다. 육체를 불태우면서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리고 번번이 정부를 껴안으려고 팔을 벌리면 물에 빠져 죽은 카미유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그를 숨가쁘게 하고 공포에 질려 깨어나게 하는 이 불길한 결말도 그의 정욕을 식히지 못했다. - P171

로랑은 두 주일 넘게 어떻게 하면 카미유를 다시 죽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 물에 던졌는데도 아주 죽어버리지 않고 매일 밤 그들의 침대로 와서 눕곤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살인을 끝내고 그들의 사랑에 마음 편히 취하려는 순간, 희생자는 다시 살아나서 그들의 잠자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테레즈는 과부가 아니었다. 테레즈가 죽은 자를 남편으로 갖고 있는 한, 로랑은 그녀의 두번째 남편일 뿐이었다. - P234

만약 그녀가 일어서서 목에 치미는 공포의 고함을 지르고 아들의 살인자들을 저주할 수 있었더라면 고통은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이해한 후에도 그녀는 터질 것 같은 괴로움을 간직한 채 말없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야만 했다. - P274

"카미유의 피를 뒤집어쓴 지금의 당신을 내가 어찌 사랑할 수 있겠어요? 카미유는 나한테 아주 친절했어요. 만약 카미유를 소생시켜 다시 사랑할 수만 있다면, 난 당신을 죽이겠어요. 알아듣겠어요?" - P311

테레즈가 죄를 뉘우치고 카미유를 생각하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면서부터 로랑의 생활은 더없이 끔찍해져갔다. 그 순간부터 그 가련한 인간은 영원히 자기 희생자와 같이 살게 되었다. 매순간 전남편을 칭찬하고 그리워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조그만 일도 칭찬의 구실이 되었다. 카미유는 이것을 하고 저것을 했으며, 이런 장점이 있고 저런 방법으로 사랑했었다는 것이다. 테레즈는 언제나 카미유의 이야기를 하고, 카미유의 죽음을 슬퍼하는 말들을 꺼내곤 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로랑에게 더욱 가혹한 고통을 주려는 복수심에서 갖은 방법을 다 썼다. - P312

서로의 마음을 찢어놓지 않고 서로 고통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들은 증오와 잔인함에 대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반발과 끌림이 그들을 떼어놓는 동시에 붙들어놓고 있었다. 싸운 후 서로 피하고 싶어하면서도, 다시 돌아와 서로에게 마구 욕설을 퍼부었던 것이다. 더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도망갈 수도 없었다. - P317

그래서 테레즈와 로랑은 제각기 새로운 범죄를 통해 첫번째 범죄의 속박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평정이나마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그들은 동시에 하게 되었던 것이다. 헤어져야 한다는 긴박한 필요성은 그 둘 모두 느꼈다. 서로가 영원히 헤어지고 싶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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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2-25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날씨는 오늘 더 추운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새파랑 2021-12-25 21:39   좋아요 2 | URL
나갔다왔는데 완전 춥네요 ㄷㄷㄷ 아직 남은 일요일 잘 보내세요~!!

scott 2021-12-25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번역이 아주 많이 아쉬운 ㅜ.ㅜ
알랭 로브그리예 작품을 완독하지 못할 정도로 번역이 ㅜ.ㅜ

새파랑 2021-12-25 21:41   좋아요 1 | URL
아 번역이 좀 그랬었군요 ㅋ 저는 잘 못느꼈는데 비몽사몽 읽어서 그런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