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어둠속에서 헤엄을 칠 수 밖에 없던 사람의 이야기. 그의 사랑은 그곳에서는, 그사람에게서는 이룰 수 없었다.

이제야 나는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사건들은, 골머리가 빠지게 만든다. 그들은 단두대와 같이 인생을 두 동강이 내어버려서 사와 생, 전과 후로 나눈다. - P12

우리가 브로츠와프에 도착해 부모님들의 마중을 받았을 때 나는 이전과는 다른타락한 인간으로 귀가하는 듯한, 이전의 나 자신으로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 P25

네게도 그런 사람이, 어렸을 때 덧없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너도 내가 맛본 수치심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나는 항상 너도 그래봤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간 행세하던 대로 평생을 무심하게 살아왔을 리는 없겠지 짐작했더랬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고통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시작한다. 아닌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고통받는 것은 아니라고, 여하간 같은 것 때문은 아니라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그렇기에 너와 나, 우리가 가능했던 것이리라. - P29

"가끔 어디 다른 곳에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 - P83

하지만 어머니는 체념하다 죽은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했던 일들만 하던 사이에 이미 수년 전부터 속으로는 죽어 있었을 테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몸마저 백기를 들게 된 것이리라. - P170

"모름지기 가진 것을 꽉 붙들고 있어야 해." 부인은 나에게 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중얼거리면서 힘줄이 불거진 양손으로찻잔을 꼭 움켜쥐었다.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걸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 P189

우리는 무슨 가망이라도 보이면 마냥 줄을 서대고, 여하간 뭐라도 받으려고 줄을 서대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없는데도 줄을 서고 있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말하던 부인이 슬프고도 다정한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그래도 이것도 다 지나갈 거란다, 얘야, 가장 긴 줄이라 해도 종국에는 끝이 나기 마련이니까."
- P251

그렇긴 해도 이제는 우리도 각자의 거짓말들로 무한정 속여 나갈 수만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늦든 빠르든 그 거짓말들의 시꺼먼 속을 직면해야만 할 때는 찾아오니까. 우리는 그 직면의 시기를 고를 수는 있으나, 직면의 여부를 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직면의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고통스럽고 불안해지기만 할 뿐이다. - P283

아마도 그날 밤 내가 너를 보았다는 걸 너는 까맣게 몰랐으리라. 너는 그 음악이 기억날까? 그녀의 귀고리가 기억날까? 네가 잊은 것이나 내가 놓친 것이 있을까? 당연히 내 기억력에도 한계는 있다. 자인하지 않는 사이 공란에 색을 칠할 수도, 극적으로 꾸며내거나 수정할 수도 있으리라. 감정에 한해서는 사진처럼 정확한 기억력이란 없는 듯싶으니. 그래도 현재로서는, 좋든싫든 이것이 나의 진실이다. - P156

그동안 쭉 나는 그녀를 사랑했냐고 네게 물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딱 그 질문 하나만큼은 물어보지 못해서 후회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질문의 답이 어느 쪽이었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을 나는 깨닫는다.

왜냐하면 남들이 언제나 우리가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던 네 말은, 본인이 바라는 방식으로 사랑해달라고 남한테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던 네 말은 옳았으므로, 그 누구도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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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2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두툼한 장편으로 새파랑님 11월 독서 스타트!🏁

새파랑 2021-11-02 00:23   좋아요 2 | URL
일단 완독하고 자기 입니다 😅

다락방 2021-11-02 07:41   좋아요 3 | URL
새파랑 님 잠은 주무시는 겁니까?

새파랑 2021-11-02 07:59   좋아요 2 | URL
저도 잡니다~!! 하루 5~6시간이요 ㅎㅎ
어제는 음주를 하긴 했지만 완독하겠다는 의지로 집에와서 초집중해서 읽었습니다 😁

2021-11-02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2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