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은 책이다. 정말 아껴보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은, 나는 오늘도 너라는 낱말에 밑줄을 긋는다. 너라는 말에는 다정이 있어서, 진심이 있어서, 쉬어갈 자리가 있어서, 차별이 없어서,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너를 수집했고 너에게 온전히 물들었다. - P5

줄 긋기는 인간의 오랜 습벽이다. 별들을 가만두지 못하고 줄을 그어 별자리를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신화를 지어낸다. 그뿐인가. 이 개념과 저 개념에 줄을 그어 없던 학문을 만들어내고 진보를 거듭한다. 전 지구인을 ‘랜선‘으로 연결해 새로운 국경,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낸다. 인생이란 어떤 사람에게 선을 잇고 어떤 언어에 줄을 그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된다. 이 책 안에 쓸모 있는 문장들이 있어서 단 몇 줄이라도 그대의 것이 된다면, 나는 메밀꽃처럼 환히 흐드러지겠다. - P8

‘진심‘이란 말도 홀로 세워놓고 보면 초라해 보인다. 무수한 친절과 예의로 치장된 관계의 말들 속에서 어느 마음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잘 분간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마음은 너무 드러내도 문제고 너무 안 드러내도 문제다. 그래서 진심은 참 까다롭다. 나는 진심이 겉으로 드러난 정황 혹은 정도를 가리켜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나 식당이나 물건에 신뢰와 호감을 갖게 된다. 진정성의 농도, 진심이 느껴지는 정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즉 진심은 일종의 자본이다. - P19

오늘 생을 마감하는 사람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은 전 재산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 모두는 시간 앞에서 유한한 존재들이다. 내가 가진 시간의 양이 목숨이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고 있다는 말은 내 목숨의 일부를 내주고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내 목숨이 사용된다. 그래서 인생에서 시간은 어느것에 더 목숨을 소비하고 사용했느냐의 결과를 말한다. - P20

정말은 정말일 때만 쓸 수 있다. 정말은 진심일 때만 쓸수 있다. 정말 사랑한다면 그에게 일 순위로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분산되지 않는 목숨의 몰입이 있어야 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해서 그에게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가 알아주는 몰라주는 나의 진심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 마음만큼 진짜가 없고, 그 시간만큼 정말인 것은 없다. 시간이 진심이다. - P21

탐욕의 언어로 믿음을 정의하지 말자. 믿는 마음을 더럽히지 말자. 믿음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나의 유익과 기대 때문에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자신을 옭아매게 해서는 안 된다. 믿음은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다.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이다. - P25

너를 믿는다는 말은 내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나를 끝까지 믿는 나에 대한 확신이다.
- P25

제제의 말이 맞다. 사람은 꼭 총을 맞아야 죽는 게 아니다. 사랑이 멈추면 죽는다. 사랑은 마음의 화학작용이라서 발열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생성되지 않는다. 반응하고 결합하는 것이 사랑의 원리다. 애플민트와 라임이 만났을 때처럼 개별의 본질과 특성을 망가뜨리지 않고 서로를 허용하며 농도를 맞추면 된다. - P31

우리가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함께 있다고 해도 인간은 홀로이다. - P39

"선생은 오늘을 ‘오! 늘‘이라고 풀이 하셨대. 오늘 하루가 항상, 영원하다는 의미로, 괴짜 같지 않아?" - P49

사랑이 꼭 곁에 두는 것,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리워하는 것,
마음을 분명히 하는 것도
사랑이다. - P5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 2021-10-19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를 끝까지 믿는 마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확신을 하면서 나아가야 성장하는 거겠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새파랑님.^^

새파랑 2021-10-19 16:35   좋아요 2 | URL
이 책 너무 마음에 드네요 ㅜㅜ 모나리자님도 꼭 읽어보세요 ^^

서니데이 2021-10-19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에세이를 써도 문장이 좋다고 해요.
이 책도 좋은 모양이네요.
공기가 차가운 저녁입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10-20 07:27   좋아요 2 | URL
어제는 약속이 있어서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이책 좋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아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