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에게 있어서 소세키의 최고의 작품은 산시로이다~!!


대체 그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세상에 그런 여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여자란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차분히 있을 수 있는 존재일까?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일까, 대담한 것일까? 아니면 순진한 것일까? 결국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지 않았으니 짐작할 수가 없다. 과감하게 좀 더 가봤다면 좋았을걸, 하지만 두렵다. 헤어질 때 "당
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고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23년의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듯한 심정이었다. 부모라도 그렇게 정곡을찌르지는 못할 것이다.

(배짱이 없는 분이라니...) - P25

산시로는 멍하니 있었다. 곧 조그만 목소리로 "모순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의 분위기와 저 여자가 모순인지, 저 색채와 저 눈빛이 모순인지, 저 여자를 보고 기차에서 만난 여자를 떠올린 게 모순인지, 아니면 미래에 대한 자신의 방침이 두 갈래로 모순되어 있는 건지, 또는 굉장히 기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모순인지.. 시골 출신의 청년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왠지 모순된 것만 같았다 - P46

"자연을 번역하면 모두 인간이 되어버리니까 재미있지. 숭고하다가 위대하다든가 웅장하다든가 말이야." 산시로는 그제야 번역의 의미를 이해했다. "모두 인격상의 말이 되지. 인격상의 말로 번역할 수 없는 사람한테는 자연이 인격상의 감화를 전혀 주지 않지." - P94

세 번째 세계는 봄처럼 찬연히 흔들리고 있다. 전등이 있다. 은수저가 있다. 환성이 있다.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거품이 이는 샴페인 잔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 으뜸가는 것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산시로는 그 여성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한 사람을 두 번 봤다. 산시로에게는 이 세계가 가장 의미심장한 세계다. 이 세계는 바로 코앞에 있다. 다만 다가가기가 힘들다. 다가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하늘 저 먼 곳의 번개와도 같다. 산시로는 멀리서 이 세계를 바라보며 신기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이 세계 어딘가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세계 어딘가에 결함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은 이 세계 어딘가의 주인공이어야 할 자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원만한 발달을 간절히 바라야 할 이 세계가 오히려 자신을 속박하여 자유롭게 출입해야 할 통로를 막고 있다. 산시로는 그것이 이상했다.

(세 번째 세계는 가고싶으면서도 갈 수 없는 곳) - P107


"놀라운데요. 선생님은 뭐든지 남이 읽지 않는 것을 읽는 버릇이 있다니까." - P1234

"그 여자는 차분하지만 난폭해." 히로타 선생이 말했다. "예, 난폭하지요. 입센의 여자 같은 구석이 있으니까요." "입센의 여자는 노골적이지만 그 여자는 마음이 난폭하지. 하긴 난폭하다고 해도 보통의 난폭함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 P165

"선생님은 멋대로 말하는 사람이라 때와 장소에 따라 무슨 말이든 한다네. 무엇보다 선생님이 여자를 평한다는 게 골계지, 여자에 대한 선생님의 지식은 아마 제로에 가까울 거네. 러브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여자를 알겠나?" - P169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안색이 좋지 않다. 눈초리에 견디기 힘든 울적함이 보인다. 산시로는 이 활인화에서 받은 위안을 잃었다. 동시에 혹시나 자신이 이 변화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강렬하고 개성적인 자극이 산시로의 마음을 엄습해왔다. 변해가는 아름다움을 덧없이 여기는 공통된 정서는 완전히 그림자를 감추고 말았다. 나는 이 여자에게 그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산시로는 이런 자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의식했다. 하지만 그 영향이 자신에게 이익인가 불이익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P282

얼마 후 미네코 쪽에서 입을 열었다.

"오늘은 하라구치 씨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볼일은 없었습니다.

"그럼 그냥 놀러 온 건가요?"

"아니요, 놀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럼 왜 온 건데요?"

산시로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산시로는 이것으로 할 수 있는 말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네코는 조금도 자극을 받지 않고, 게다가 평소처럼 남자를 취하게 하는 어조로 말했다.

(너무...늦은건가...) - P284

요시코가 말했다. 커다랗고 검은 눈이 베개를 벤 산시로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산시로는 아래에서 요시코의 창백한 이마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으로 이 여자를 병원에서 봤던 옛날 일을 떠올렸다. 지금도 울적해 보인다. 동시에 쾌활하다. 의지가 될 만한 모든 위로를 산시로의 베개 위로 가져왔다.

(검은 눈이 얼굴 위로 떨어진다.) - P326

노노미야는 초대장을 찢어 바닥에 버렸다. 이윽고 히로타 선생과 함께 다른 그림에 대한 평을 시작한다. 요지로만이 산시로 옆으로 다가왔다.

"어떤가, <숲 속의 여인>은?"

"<숲 속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안 좋네."

"그럼, 뭐라고 하면 좋겠나?"

산시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속으로, 스트레이 십, 스트레이 십, 이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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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8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낼 모닝 리뷰 올리신다에 한 표.🖐 ^^

새파랑 2021-10-08 18:27   좋아요 1 | URL
^^ 알겠습니다. 열심히 써봐야 겠어요~!!

2021-10-08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10-08 19:28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몸 빨리 괜찮아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