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고뇌>
사춘기 시절의 내게 베르테르는 지루했고 짝사랑의 슬픔만 보였다면, 지금의 내게 베르테르는 그 아픔이 책 바깥으로 넘쳐흘러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느껴진다. 베르테르의 심리를 따라가다 나조차 허우적댔다. 읽는 이의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이 책은, 지금 현재 고통에 휘청거리는 영혼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피해야 할 책이다. - P102
<어바웃 어 보이>
"난 너만 있으면 돼"라는 말은 드라마나 영화에도 흔히 등장하는 단골 대사다. 그런데 정말 너만 있으면 될까? ‘너만 있으면 되는 그 삶에서 만약 너가 없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105
<연민, 초조한 마음>
그래, 이거였다. 누군가가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맺는 관계, 나는 사양이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나라는 사람 그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해야 한다. 단지 내가 불쌍하다고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내가 불쌍하다고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내가 불쌍하게 보이는 것도 싫지만, 단지 불쌍하다는 이유로 내 옆에 머문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다. 이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불쌍하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준 걸 상대가 알게 된다면, 그 관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겠는가, 그 관계에 어떤 신뢰가 쌓일 수 있단 말인가. - P118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것을 놓치면 안된다. - P130
<한눈팔기>
물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짐작해주거나 알아주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특별한 사람인지,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을 짐작해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상대에게 내 입장을 설명하지 않은 채 나를 잘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원망하는 것도 잘못된 일 아닌가. - P158
<곰스크로 가는 기차>
참 이상하다. 현재를 버리고 꿈을 좇는 영화를 볼 때, 나는 분명히 속 시원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에서처럼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하는 남자를 보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사실 이 책에서 나이든 선생이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만 바보처럼 나는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이라니!! 시니컬하게 진행되다가,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따뜻해 져버리다니! 그래, 지금 내 삶도 나쁜 삶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 내가 만든 삶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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